S5pro 배터리 리필

몇 년 전에 제가 올린 셀프 리필기를 보고 리필 의뢰하신 분이 계셔서 택배로 받아 작업해봤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화소와 속도는 구리지만 후지 특유의 색감 아우라 땜에 아직도 잘 사용하시는 분 많으시죠.
한때 여기 후지포럼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사진도 많이 올렸던 듯합니다.
그런데 배터리가 단종된지 오래고 호환품도 쓸만한 게 없는 시점에서 유일한 방법은 리필입니다.
단종품의 부품수급도 문제지만 바디가 멀쩡해도 배터리가 문제면 참 난감하긴 합니다.
아직 잘 쓸 수 있는데도 말이죠...
여튼 예전에 사용하고 남은 셀도 있겠다, 손 재미도 느껴보고 싶어서 오랜만의 리필 작업에 들어가 봅니다.

택배로 받아 배터리 상태를 보니 외관은 깨끗합니다.

회로가 있는 충전단자 반대편 모서리를 칼로 살짝 쪼개고 헤라를 집어넣으면 비교적 깔끔하게 뚜껑이 분리됩니다.

까보니 셀 양쪽 단자가 녹이 슬고 부식되어 있습니다. 녹색튜브 소니셀이 들어있군요.

전압이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참고로 리튬이온 셀은 방전 종지전압 2.8V 이하로 내려가면 심각한 용량감퇴 및 영구손상이 생깁니다.
셀 사망 판정이고 교체를 진행합니다. 이 경우는 보호회로가 살아있으면 대부분 리필 가능해요.

죽은 셀에서 니켈단자를 조심스레 뜯어서 펴고 원래 위치에 맞게 배열한 뒤 스폿을 쳐야합니다.
18500 소니 또는 파나소닉 1,500mAh 정품셀은 현재 개인이 구할 방법이 없고, 알리발 물건은 거의 대부분 가품입니다.
나름 경험을 통해 검증된 1,600mAh 리토칼라 셀을 사용했습니다.
실제 용량 측정해보니 표기 용량에 근접하게 잘 나오고, 정품보다 약 10% 정도 더 여유가 있습니다.
직접 사용해보니 오프로 기준 액정 리뷰 포함하여 400컷은 너끈히 찍을 수 있었습니다.

뒷쪽 직렬 연결부도 스폿을 치고, 밸런스단자도 납땜으로 연결해줍니다.
밸런스 단자는 원래 가느다란 니켈선이 일체형으로 연결돼 있는데 배터리 분리 과정에서 잘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렇게 전선으로 따로 연결해주면 아무 문제 없이 작동 됩니다.
재료로는 awg24 규격의 랜선 가닥이 딱입니다. 통구리선이고 보호회로 기판 구멍에 딱 맞거든요.

뚜껑을 덮지 않은채로 충전기에 꽂아 충전이 되는지 확인합니다. 일단 정상작동 하네요.
후지(니콘) 구형배터리는 보통 원래 셀이 분리되면 보호회로가 잠겨 전압이 나오지 않습니다만,
충전을 시켜주면 잠금이 풀리고 충방전이 재개됩니다.

충전이 완료되고 전압을 재보니 정상 만충전압을 보입니다. (8.4V 내외)

뚜껑을 덮고 분리되지 않도록 접합부에 강력접착제를 바릅니다.
그리고 원래 셀이 습기 유입으로 인한 부식이 사망 원인이므로 접합부에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은색 데코레이션 테이프로 빙 둘러가며 마감해 줍니다.
보통 제습함이 아닌 가방이나 장롱에 오래 보관해두고 잊으면 이런 류의 부식이나 곰팡이가 잘 생깁니다.
그리고 배터리는 미사용 상태로 장기보관 하려면 반드시 용량의 중간 정도만 충전된 상태로 보관해야 합니다.
만충전압 4.2V : 전하가 꽉 찬 상태로 화학적으로 불안정 (즉시 방전준비, 장기보관시 가스발생 및 용량감퇴)
공칭전압 3.6V : 중간 정도의 안정 상태로 내부 상태 변화 거의 없음
종지전압 2.8V : 전하 부족 상태로 추가 전압 강하시 내부 셀 영구손상 시작 (충전필요)
공칭전압 3.6V 한 개의 셀을 기준으로 충방전시 보호회로의 설정에 따라 대략 위의 전압에서 왔다갔다 하며 약 500사이클 정도의 수명을 보입니다.
* 1사이클 = 종지전압에서 만충전압으로 충전하여 다시 종지전압까지 사용한 상태
** 실제로는 배터리를 종지전압까지 사용하지 않고 중간중간 다시 충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500사이클보다 훨씬 오래 쓰는 경우가 대부분임
장기 보관 시 충전 상태가 너무 높아도, 낮아도 안좋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자체 사이클 수명을 다하지 않았는데도 고장나는 이유는
고전압 상태 또는 저전압 상태로 장기 보관하여 셀이 손상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용전 만충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싫어 언제든 바로 쓸 수 있도록
미리 충전한 상태에서 잊어먹고 장기보관 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셀 공장에서 배터리를 중간 정도의 공칭전압까지만 충전하여 출고하는 이유도
셀 공장 - 팩 제조자 - 제품 제조자 - 소비자에게까지 유통되는 기간을 감안하여 최적을 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배터리를 오래 보관해도 고장 없이 좋은 상태로 유지하고 싶은 분들은 참고 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배터리 상태 체크해 보니 100% 용량을 보입니다. 이대로 오래오래 잘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덕분에 이번 기회로 저도 보관함 속의 오프로 자주 쓰면서 더 아껴주어야겠네요.
이따 잘 포장해서 의뢰하신 분께 보내야겠습니다.
이상 오래간만의 귀하신 오프로 배터리님 부활 공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