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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대출사기 빚갚으며 살아야되는 날들

엄마가 두번째 개인회생을 하고, 대출사기를 당하고 난 다음부터는 내가 가계부를 쓰게 되었다.
매달 갚는 빚만 100만원이 넘는다.
빚과 각종 공과금들과 통신요금만 나가도 30여일간 흘린 엄마의 땀들은 빚이라는 바람에 차갑게 마른다.
치킨집에서 뜨거운 기름앞에서 흘린 내 땀들은 매월 말일이면 돌아와서 다음달 5일에 사라진다.
이번 달에도 이리저리 빚을 갚고 가스요금과 보험료만 냈을뿐인데 생활비가 아슬아슬하다.
추석명절에 놀고 먹기는 커녕 가족들 얼굴도 못보고 일했는데도 마음편히 외식 한번 못한다.
아마 밀린 월세와 통신요금을 몰아서 냈기때문이겠지...
직장에서 쉬는 시간에 엄마는 가끔 나한테 전화나 카톡을 한다.
햄버거가 먹고싶어서 배달앱을 몇번이나 쳐다보다가 있는 걸로 먹자싶어 김치를 썰고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있을때였다.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면서 전화가 왔다. 엄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왔다.
대충 통장잔고를 알려주니 목소리를 높히며 뭘 했는데 그것밖에 없냐고 했다.
명절에 일했던 피로가 아직도 가시지않아서 남은 연휴동안 집에 처박혀있다가 며칠전 친구를 만나 밥먹고 커피 한잔하고 집에 왔었다.
맛없는 2500원짜리 커피와 맛있는 3500원짜리 커피 사이에서 고민하던 내 모습과
친구에게 그 식당이 맛있다고 가자고 해놓고 한끼에 8천원을 쓰는게 아깝다고 생각했던게 떠올랐다.
대충 공과금이니 대출금이니 이야기하다가 끊었다.
카톡으로 누구한테 얼마를 갚았는지 따박따박 써내려갔다.
사라지지않는 숫자를 보며 분노가 샘솟았다.
이후에 엄마랑 통화하면서 만든 김치볶음밥이 차게 식을때까지 이불을 끌어안고 울었다.
어느정도 정신이 들었을때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주방에 가니 김치볶음밥이 가스렌지에 후라이팬채 그대로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김치볶음밥을 숟가락으로 퍼먹으면서 나는 내 입안의 차가운 밥이 그대로 목구멍을 막아서 숨이 멎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하고싶은데 생각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명 떠올랐지만 차마 통화버튼을 누를수가 없었다.
씹지도 못하고 넘어간 밥알들은 그대로 가슴 언저리에 눌러앉았다.
가슴이 답답해서 먹던 밥을 뱉고 이불로 파고들었다.
이마에 열이 느껴지고 몸은 덜덜 떨렸지만 선풍기를 켰다.
얼굴에 차가운 바람이 닿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엄마랑 통화를 하고 2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나는 무엇때문에 2시간이나 운걸까
엄마는 엄마 생각보다 돈이 적게남아서 물어본거라고 했다.
엄마가 받은 대출과 사채때문이라고 소리치고싶었다.
말하는 순간은 후련하겠지... 시원하겠지만 그 이후에 몇날 며칠을 아니 어쩌면 평생을 후회할것같아서 속으로 삼켜버렸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조금 사는게 즐거워지려고하면 엄마는 사기를 당하고
나랑 본인은 만원짜리 티하나 사입는 것도 벌벌하면서 타인에게 몇백씩 빌려주는게 정상일까
개고생하면서 번 돈을 사기당할때의 심정이야 말해 뭐하겠냐만
엄마없는 시간동안 내가 참고 삼킨 것들은 어떡하지...
잘 살아보려고 덜 자고 덜 먹고 덜 써도 언제나 끝은 남의 배만 불려주는 인생을 정말 살아야되나싶다
오늘, 금융감독원에서 채권 소멸 사실 통지서가 날라왔다.
몇달 전 대출사기를 당하고 신청했던 것인데 보낸 금액은 800만원인데 소멸대상 채권금액은 100만원이 채 안된다.
그 마저도 다른 피해자들과 나누어 가져야한다고 한다.
엄마는 나를 보며 산다고 하는데 나는 엄마를 보면 눈물만 난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데 원망스럽다.
하루에 몇번씩 오는 독촉전화도 짜증나고 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연락이 온다.
죽고싶은건 아닌데... 살기 싫다...

댓글
  • YWFgY 2017/10/12 17:36

    죄송한데 딸 보면서 사는 엄마 맞나요????? 아 진짜 글 읽다 제가 억울하고 제가 열받네요
    뭘 했는데 그것밖에 없냐니... 대출사기 안당하고 빚만 없었어도 예쁘게 꾸미고 맛있는거 먹고 천원 이천원에 벌벌떨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인생인데 참..
    조금은 쎄게 나갈 필요도 있어요. 힘들면 힘들다고 티낼줄도 알아야돼요 그래야 상대방도 아 얘가 힘들구나 하는걸 알아요
    가만히 참고 울기만하면 아무도 몰라요. 진짜.. 힘내세요

    (zkLKVy)

  • aGhma 2017/10/13 20:41

    대출과 사채라...
    두분 연세는 모르지만 그나이에 그러신거면 버릇 고치기 정말 많이 힘듭니다.
    한번 진짜 크게 정신차릴 사건 만드시거나 연 끈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부모자식 연이란게 쉽진 않지만 살사람은 살아야죠...

    (zkLKVy)

  • 쭈뱀 2017/10/13 20:42

    말하고 후회하는게 백배 낫습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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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아빠 2017/10/13 20:44

    차가운 밥알이 내 숨을 막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너무나 아픕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힘내세요 좋은날은 반드시 옵니다. 와야죠.
    얼마나 잘되려고 이러는지 확인해 봐야죠.

    (zkLKVy)

  • 형님쇠고기 2017/10/13 20:46

    저두대출원리금만한달에120나가구여 공과금합쳐서150정도나가여그래두 뭐 어떻게그냥저냥삽니다 님두 힘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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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어사냥꾼 2017/10/13 20:50

    ㅠㅠ 뭐라 드릴말씀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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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hiY 2017/10/13 20:59

    부모님한테 맺힌 한이 있다면, 마음에 쌓아두고 우울해 하는 것보다
    차라리 말을 하고 싸우는게 작성자님한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말 안하고 속이 문드러지는 것보다, 소리라도 한번 지르시기를 감히 권합니다...
    그리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작성자님께 꼭 좋은 날이 오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zkLKVy)

  • 대갈깡패 2017/10/13 21:07

    비슷한일을 겪었는데 ... 결국에 저는 돌아섰어요
    내가 죽을거같아서요
    힘내라는 말이 의미가 없겠지만
    맛있는 밥 휘핑가득올라간 커피 사주고 싶네요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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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천이 2017/10/13 21:17

    냉정한 말이지만 회생을 2번이나 하고 다시 대출사기당한다면, 가족이 갚아줄게 아니라 어머니가  파산신청  해야합니다.
    면책이 힘들어 신용회복이 어쩌고 얘기나올텐데 나이들어 사업이나 공공기업  취직할것도 아니니 파산 신분으로 지내고 그러다 면책시도 하는게 나을겁니다.
    그러다 가족들 다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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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훈 2017/10/13 21:46

    호적에서 스스로 독립하시고 어머니를 신용불량자나 파산자로 만드시면 더 도움되는 방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가루내서 봉양하지는 마세요.
    지금 이렇게 어머니 빚 청산하면 나아질 거 같죠.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본인이 직접 갚아보지 않은 사람은 빚의 무게를 모릅니다. 딸이 또 잘 갚아주겠거니 사고 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지인이 노인병원에 근무하는데, 가끔 부모 재산 다 옮기고 호적 파내서 부모를 무재산 무의탁노인으로 만들어 오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서류상으로는 호로자식인데 오히려 가족이 화목해요.. 부모가 호적에 자기만 남은걸 몰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남들보다 노인병원 비용이 적으니까 부담이 안되서 화목하시더라고요.
    다른 어떤 노인분은 길어야 3년이란 말 듣고 입실했는데 5년 넘게 살고 있으니 자식들이 도리어 노인병원 비용분담 때문에 싸움나고 난리도 아닌데 말이죠. 참 아이러니하죠.
    서류상으로 어머니를 신불자 만든 호로자식 되는 것에 연연하지 마시고, 차라리 국가지원 받는 신용불량자 파산자가 되서 지원 받는 방법을 모색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럼 작성자님도 숨 좀 돌리고 어머니도 본인이 대책없이 저지른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겠죠....

    (zkLKVy)

  • 종이컵 2017/10/13 21:59

    지금 힘든 날들이 어서 빨리 지나가고 행복한 날들이 님께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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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딴말하는사람 2017/10/13 22:03

    가족이라고 대신 갚아줄 건 아닌 둣 합니다.
    그리고 빚 다 갚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거 반복됩니다.
    글쓴님은 글쓴님의 인생을 사시고
    형편이 닿는만큼만 어머니를 도우시는게 답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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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면적고 2017/10/13 22:17

    법적 절차는 잘 모르지만 파산신청이란 것도 있다 하는데 한번 검토해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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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WppY 2017/10/13 22:18

    안된 말이지만 앞으로도 사기당할 확률이 많은 엄마네요
    어서빨리 서류상으로 독립하시고
    젊을날을 헛되이 보내지 마세요
    남는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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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y0331 2017/10/13 22:36

    글쓴이님 정말 너무 착하시네요 근데 그렇게 착하게 안 살아도 돼요.. 이제 그만하고 어머님 빚 갚아드리지마요..이제 행복하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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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WppZ 2017/10/13 22:50

    술 한잔 해서 그런지 울컥하네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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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WJlZ 2017/10/13 22:51

    뭐하느라  그것밖에  안남았냐니  모친이  할 소린가요.  자기때문에  그런거 뻔히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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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촌파워킹 2017/10/13 23:03

    욕나오는 엄마네요

    (zkLKVy)

  • ZionT 2017/10/13 23:07

    어떻게 들리실진 모르겠지만.. 혼자 모든걸 안고가려고 하지마세요. 상대방은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교묘하게 모르는척 하는걸수도 있죠.
    이걸 왜 작성자분이 책임져야하나요? 엄마때문이란말을 해도 그건 작성자분 잘못이 아닙니다. 사실을 얘기하는것 뿐이예요. 잠시 착하고 돈벌어다주는 딸은 내려놓고 냉정한 한 사람으로써 얘기하세요.
    그리고 기회가된다면 파산신청하는게 좋을것 같아요. 그러지않는한 악순환이 나아지긴 좀 어려워보이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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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아탈리트 2017/10/13 23:07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부모가 자식빚 갚아주는거야 이해하는데, 자식이 부모 빚 갚는건 이해가 안감;
    앞으로 창창한 날이 많은데 왜 궃이..... 실수가 아닌 반복이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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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2JnZ 2017/10/13 23:09

    저도 비슷한 처지인데 같이 술마시며 다독여주고 싶네요. 나이들어서 부모의 무리한 금전적인 행동으로 인한 대가는 자녀들에게 돌아오죠.
    전 이걸 자녀의 인생을 담보로 잡았다고 표현합니다. 빌어먹을 유교국가에 태어나서 부모를 버리고 연을 끊고 살수도 없고. 평생 이업을 짊어지고 가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ㅡ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차마 선택은 못하죠.
    "죽고 싶은건 아닌데 살기 싫다"는 말에 극 공감가네요. 돈이라는 거때문에 내 미래가 어둡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어떤건지 대부분의 사람은 모르죠.
    우선 사채부터 갚는데. 갚고나서 내살집 작은집. 먹고살거. 막막하죠. 하아.
    가끔 이런곳에 하소연하면 좀 살만할꺼에요.
    이렇게라도 하소연 하세요.
    익명이라는게. 이럴때 좋더라구요.
    대나무숲이 필요한 당신.
    조만간 볕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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