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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연을 믿는 이유


* 음슴체 주의



내가 아는 친척 어른 이야기임.
편의상 삼촌이라고 하겠음.
그 삼촌은 현재 50이 넘으셨음
그런데 숙모를 만난 계기가 진짜 버라이어티함.
삼촌은 고등학생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감.
참고로 이때 삼촌의 집은 강원도 였음.
그런데 불국사를 관람하려고 섰는데, 옆에 여고 애들이 있어서 난리가 남. 
남고 애들과 여고 애들은 서로를 보면서 소리지르고 꺅꺅 좋아함
7080시대였던지라 폰번이나 카톡 아이디 같은 건 없던 시절임.
또 이 때 남녀는 유별하던 시대라
수학여행 때 장소지가 겹치면 항상 몇 미터 이상 떨어져서 줄을 서서 가게 했음.
그러다보니 서로 소리만 지를 뿐 손 한번 못닿음.
이때 삼촌의 친구분이 아이디어를 냄.
당시 펜팔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각자 이름과 집 주소를 메모장에 적어서 
여고 애들한테 휙하고 던지는 거였음
그때 이 삼촌도 여기에 혹하셔서
즉시 메모장에 자기 이름과 주소를 적어서 뭉친 다음 휙하고 던짐.
근데 이게 삼촌분만 한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남자들이란 남자들은 전부 던짐.
물론 여자들은 잘 봤다가 잘생긴 남자애가 주소 던지고 어쩌고 하면 서로 낚아채려고 몸싸움하고 난리였음.
주위에 있던 선생들은 하지 말라고 소리 치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짝을 찾겠소이다! 하는 소년소녀들은 몸싸움 하고....
아무튼 아수라장이었던 건 확실함. 
아무튼 그 뒤로 삼촌은 이 사건을 잊고 있었음.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모르는 사람에게서 편지가 온 거임.
그것도 전라도 쪽.....이게 뭔가 싶어서 편지를 펼쳐보니
고운 필체로 자신의 소개가 되어 있었음.
바로 수학여행 때 삼촌이 집어 던진 종이 뭉치를 쥔 소녀였던 것임!!!!! 
그 상황에서 자신의 주소가 전달되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펜팔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삼촌은
호기심 삼아 편지를 쓰게 되는데.................그게 군대까지 이어짐.
운이 좋게도 삼촌의 군부대는 그 여자분이 살던 곳과 기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었고
둘은 어찌 어찌 하다가 결과 과정 생력하고 결혼까지 하게 됨!!!!
지금은 자식 셋 낳고 잘살고 계심.
주작이냐고? 놀랍게도 진짜임.
우리 그거 듣고 서프라이즈에 제보하라고 난리였음 
강원도와 전라도라는 먼 땅에서 이어진 것도, 
그 무수한 종이 뭉치 속에서 숙모가 삼촌의 주소지를 잡은 것도,
그리고 그 펜팔이 이어진 것도
인연이 된 것도 모두 가능성으로 보면 정말 몇 %나 될지 모르겠지만 
진짜 둘은 만나서 가족을 이뤘음.
이런 걸 들을 때마다 정말 하늘이 점지한 인연이 있는가...싶음. 
참고로 삼촌은 아직도 불국사 싫어하심.
술 먹으면 부처님 맨날 욕함
댓글
  • 아뭐라하징 2017/08/19 02:49

    앜ㅋㅋ그 인연이 불국사 탓은 아니지요...ㅋㅋㅋㅋㅋ
    될 일은 어떻게든 된다던데...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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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르루까 2017/08/19 08:45

    막줄이 반전이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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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말쉽게 2017/08/19 08:52

    불국사 싫어하심 ㅋㅋㅋㅋ
    전 와이프를 미국에서 만났는데, 그래서 제가 반미주의자인가 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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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eeeeee 2017/08/19 09:04

    저도 깊은 인연은 있다고 믿어요
    가장 오래 깊이 첨으로 사랑하며 결혼을 꿈꾸던 남자를 만났던게 대학때였는데,
    그 날 아는 언니가 교내 밴드 공연 보러가자고 하던걸 저는 수업이 오전에 끝나고 없어서 사실 다섯시까지 기다리기 좀 그랬거든요;
    자취방에서 자다가 나갈까말까 하다가 언니 보러라도 나갔는데 이 언니는 수업중ㅜㅜ
    간신히 단과대 밑에서 엇갈리기 직전에 만났는데 아는후배라며 같이있..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데다가 스무살 언저리에 화장도 안하고 츄리닝 입고 꼬질하게 남자는 보기싫었는데ㅜㅜㅜ 어쩌다 공연하는데까지 가긴 갔어요
    근데 이 남자는 친구들한테 붙잡힐까봐 버스시간 다 됐다고 도망갈 틈노리다 십분만에 도망갔고 쟨 뭔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유학때무네 휴학계 내러왔드라그요
    그리고 방학 끝나고 뜬금없이 복수전공하겠다고 첫 수업 들어간 강의실에서 만났어요
    교수님 들어오고 직후에 들어왔는데 공손하게 인사하더라구요
    알고보니 가정사 때문에 유학포기
    알고보니 군대있을 타이밍인데 의가사제대
    알고보니 쭉 휴학할거였는데 부모님 푸시로 복학
    그리고 그 공연날도 만날 사람 없는 날 골라온 날..ㄷㄷ
    첫눈에 보고 왠지 나 얘하고 특별해지겠단 밑도끝도 없는 예감에 스스로 얼척이 없었는데, 결혼얘기까지하며 사귀는 동안 한 번도 다퉈본적 없이 다정하게 5년을 사랑했어요
    집도 저희집에서 삼십분 거리더군뇨;;
    애기때도 저랑 같은동네 살았고..ㄷㄷㄷ
    지금은 헤어졌지만ㅜㅜㅜㅜㅜㅜ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나겠죠
    인연이라는게 정말 존재하긴 하는것 같아요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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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만둘이래 2017/08/19 09:29

    니미 아무나 걸려라 타불
    관셈보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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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cphee 2017/08/19 09:57

    알고보니 신촌일대(연대이대홍대앞 포함)는 저주받은땅 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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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이엔젤이 2017/08/19 10:15

    인연을 믿으시는 계기가 있으시군요.
    작성자님도 인연을 만나셨으리라 믿습니다.
    설마, 아직도 인연을 믿으시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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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이엔젤이 2017/08/19 10:18

    그렇지않아도 현실에 지친 오징어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시다니.. 넘 잔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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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드라코 2017/08/19 10:23

    저도 인연은 믿습니다
    다만 그 인연이 지금 수녀나 비구니로 있거나
    제가 태어나기 100년전에 태어났거나 아니면 아직 안 태어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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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나를몰라 2017/08/19 11:14

    저는 치킨먹고 본격적으로 사귀었는데..
    가끔은 치킨이 밉기도 하지만..
    치킨은 맛있쪙~♡
    아마 불국사나 미국처럼 싫어하진 못할 것 같아요ㅠ
    치킨은 맛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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