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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되지 않아 여기에 글을 남깁니다

안녕 너는 아직 나를 기억하니?

네가 나를 아직 기억했으면 좋겠어. 생각나? 우리같이 살았을 때 말야, 너는 고시준비생이었고 나는 작은 소기업의 직장인이었지.
네 뒷바라지하는 거 하나도 안 힘들었어. 너네 어머니도 나한테 잘 해주셨고, 결혼약속이 되어있었으니 그런거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네가 고시합격만 하면 지금까지 고생했던거 전부 갚을거라고 매일 나에게 고맙다고 했었잖아.
네가 합격을 하든 하지 않든, 네가 공부를 포기하고 그 때부터 다른 걸 시작한다고해도 나는 괜찮았어.

있잖아, 그 날 말이야.
우리 아이가 생겼던 날, 기억해? 그 날은 정말 축복받은 날이었어.
우리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고, 너는 드디어 공무원시험에 합격했지.
우린 펑펑 울면서 앞으로 아이낳고 잘 살자고, 새끼 손가락걸면서 약속햇었잖아.

너희 어머니가, 그제서야 내가 조금 마음에 안드는 눈치였지만 괜찮았어.
난 너랑, 우리 아기만 있으면 됐었으니까.

있잖아, 그 날도 기억하니?

내가 임신한지 5개월, 그리고 네가 공무원이 된지 4개월 후에 너는 같은 동사무소의 여자랑 바람이 났어.
내가 괜찮다고, 용서할 수 있다고 돌아오라고 했잖아.
우리 아기봐서라도 돌아와달라고 내가 빌었잖아.
그런데 너는 이제 내가 지겹다며. 내 직업도, 살이 쪄가는 내 모습도 다 싫다며.
그래서 내가 네 다리잡고 매달렸는데 넌 날 걷어찼어.

나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졌고, 우리 아기를 그렇게 떠나보냈잖아.
나는 그날 아기도 잃고 너도 잃었어.
차일 피일 미루던 혼인신고도, 아이낳고 하자던 결혼식도 전부 하지 못했어.

있지, 뱃속의 아기를 잃고 일주일 후에 깨어난 나는 쓰레기가 되어있더라. 
네가 아는 내 친구들도, 네 친구들도 다 나를 쓰레기라고 욕하더라.
내가 바람이 나서 애를 뱄는데 니 아이라고 거짓말해서 헤어졌다라고, 그런 소문이 나있더라고.
내가 아니라고해도 아무도 믿지 않더라, 왜? 어째서? 

그 후로 3년이 지났어.
너는 잘 지내니? 나는 잘 못지내. 
우리 아기가 계속 울어대, 그런데 울음소리만 들리고 아기모습은 보이지도 않아서 나는 젖을 줄수도 없고 기저귀를 갈아줄수도 없어.
우리 아빠는 우리 일로 술먹고 운전하시다가 사고가 나서 돌아가셨어.
엄마는 내 모습을 보다가 자살했고. 이제 우리 가족 중에는 나만 남았어.

있지, 우리 아기 이제 말도 한다? 울면서 나에게 비명을 질러.
널 죽여버리겠대, 너랑 그년이랑 그리고 니 년이 낳은 애새끼까지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비명을 질러.
그리고 나보고 도와달래, 자기 혼자서는 힘이 많이 든대.
내가 도와주면, 쉽게 네 가족들을 죽여버릴 수 있대. 그래서 난 우리 아기 도와줄거야.

부탁할게, 제발 편하게 죽지 말아줘. 고통받고 고통받고 또 고통받고 우리아기가 아팠던 것처럼 아프고 또 아프고 아프고아프고 죽어버려.
네 와이프 년도, 네 애미도, 애비도, 네 애새끼도 전부 죽어버려 제발 죽어버려.

네가 핸드폰 번호도 바꾸고, 이사도 가버려서 난 너를 찾을 방법이 없더라.
그래서 네가 가장 자주 접속하던 커뮤니티에 이렇게 글을 남길게.

부디 이 글을 발견하고, 고통스럽게 죽어줬으면 좋겠어.
이게 내 유서고, 네게 남기는 마지막 편지야. 이 글을 꼭 발견하고,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
네 가족이, 그리고 네가 왜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는지 이유는 알고 죽어야지.

우리 아기가 불러서 난 이만 글을 줄일게.
꼭 죽어버려.
댓글
  • 뭣이중헌디 2017/08/14 02:52

    소설이어서 다행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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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차니즘킹 2017/08/14 05:16

    와씨 너무 리얼해서 이거보거 경찰신고하는 분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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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리왕 2017/08/14 05:46

    와 소설맞죠??ㅠㅠㅠ
    읽으면서 와 진짜 개 쓰레기새끼다 이랬는데
    후반에 오유인이였어????및ㅅㄲ이러면서
    막 속으로 엄청 쌍욕했는데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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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게유명인 2017/08/14 07:13

    ㅠㅗㅠ 소설이어서 천만 다행인건 또 처음이네여ㅠㅜ 아휴ㅠㅠㅠㅠ 소설속 아가와 여자분 그리거 가족들.. 모두 행보캤으면 ㅠ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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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엠 2017/08/14 09:39

    아씨 놀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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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효표 2017/08/14 12:16

    오늘 가뜩이나 비와서 우중충한데ㅠㅠ
    글쓴이 덕분에 엄마랑 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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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zukinana 2017/08/14 12:23

    원한에 가득찬 담담함에 읽어내려갈수록 소름이 돋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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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고양이 2017/08/14 12:24

    와씨... 이걸 어째야 하나...  ㅠㅠ
    막 소름돋는 와중에.. 이걸 진심 어떻게 해야 하나 .. 고민하면서 읽었어요.
    소설이어서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 느끼고 갑니다 .,히히히히히
    잠시 맘을 가다듬고 돌아보니... 정독할 정도로 재미있었어욧 ^^ 또 써줘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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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ㅜㅜ후 2017/08/14 12:35

    ... ㅎㅎ.... 보면서 소설일거라고 짐작했는데 소설이네요.... 그렇게 쉽게 맘처럼 유산안되는걸로 알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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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안이처가집 2017/08/14 12:36

    112전화번호 누를뻔.......소설이라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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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부럴만진놈 2017/08/14 12:38

    혈압이 끝까지 올랐다가 소설이란말에 안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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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위루뿡뿡 2017/08/14 12:56

    출처를  믿지 못 할  것 같아요. 진짜 몰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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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쓰 2017/08/14 13:15

    소설이라고 써 놓으셨지만 진짜 소설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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