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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왜그러셨죠

 
저희부모님은 오빠에겐 관대하고 저에겐 혹독하셨어요
 
오빠가 매일같이 태권도를 배우고 돌아와서 실습한답시고 저를 때려서 다리에 피멍이 빼곡해도
오빠가 유리잼병을 제 얼굴에 던져서 깨진 잼을 퍼먹으라고 해서 먹고 목에 피가 나도
밥을 먹을 때 오빠가 내 밥에 코딱지를 파서 넣어도
빗살무늬가 있는 머리띠를 세게 쳐서 머리에 박혀서 머리통에 피가 새어나와도
같이 놀다가 게임에서 이겼다고 오빠가 내 뺨을 때려도
 
 
그래도 부모님은 늘 오빠편이었어요
 
오빠가 물건을 깨거나 다치면 제가 혼났어요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가던 시절 전 2학년이었는데
엄마는 돌아오면 저에게 오빠밥은 챙겨줬냐고 물어봤죠
제가 밥챙겨먹었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으신듯했죠
 
 
저는 맞아서 피가나도, 멍이 들어도, 밥에 오빠 코딱지가 묻어도
절대 화를 내면 안되었어요 온몸에 흉터였어요
매일 아프고 쓰라렸지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여자가 큰소리를 내면 안된다는거였어요
 
 
오빠한테도 맞고 어느날부턴가는 아빠한테도 맞았어요
아빠는 때릴 때 물건을 집어던지고 주먹으로 손으로 발로 마구 때리는게 특징이었어요. 오빠랑 똑같았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거슬린다' '표정이 띠껍다'는게 이유였죠.
 
 
 
맞을때면 엄마직장에 전화걸어서 오빠가 때렸다고 이야기했어요
엄마는 일하는데 방해된다며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저는 늘 반에서 1등을 했어요
성적이 좋아도 칭찬도 안들었고, 나빠도 혼나지 않았어요
 
오빠는 늘 뒤에서 5등정도를 했어요
부모님은 오빠 성적이 오르면 외식을 하고 선물을 사주었어요
 
외식을 할 때 저는 같이 안가는 날이 많았어요
치킨을 시키면 저보고 방에 들어가라고해서 나오지 못하게 한적도 많아요
못된년은 반성해야한다고했죠
 
가족들이 하하호호 테레비를 보면서 거실에서 치킨을 먹는걸 들으며
책상에서 공부를 하면서 귀를 틀어막곤 했지요
 
 
 
 
엄마는 제가 아침에 자고 있을 때 오빠를 불러서 몰래 용돈을 주곤 했어요
왜 오빠한테만 주냐고 하면 준적없다고 가게가 어려워서 제용돈은 못준대요
주는걸 두눈으로 봤는데도 거짓말했어요
 
초등학교를 마치고나면 백원짜리 쭈쭈바를 사먹고싶어서
문방구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어요
크면 돈 많이 벌어서 쭈쭈바를 많이 사먹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어요
 
 
 
초딩 때 엄마따라 간 교회에서 엄마가 기도하는 사이 모르는 아저씨가 예배실 문을 잠그고 제 옷을 벗기려고 했어요
저는 놀라서 뛰쳐나왔고 다행히 다친데는 없었어요
엄마한테 말하니까 엄마가 화를 내면서 왜 맘대로 돌아다니냐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래요
그 뒤로 그 아저씨를 마주치면 엄마는 별다른 내색 없이 웃으며 인사를 했어요
별일 아니구나 했죠
하지만 그 뒤로 십년 넘게 따라다니는 수치심과 분노는 제 몫이었지요
돌이킬 수 없고 따질 수도 없는 그 일때문에 너무 억울했어요 억울하고 힘들었지요
 
 
 
조금 크면서 운동을 시작했고 고등학교때부터는 적어도 맞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언제나 나를 제외한 가족 세명은 똘똘뭉쳐서 나에게 폭언을 하거나 비꼬는 말을 던져댔고
그런 말들은 가슴에 콕콕 박혀서 제 자존감은 바닥을 쳤어요
조금 이쁜 애들이나 집이 잘사는 애들 앞에서 저는 너무 비굴해졌어요
사랑받고 자란 흔적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부러웠고
그들이 고귀한 존재인 것 같고 나는 쓰레기처럼 느껴져서 남을 대하는게 너무 어려웠던거같아요
 
 
대학에 갈때도 서울사립은 절대 못보내준다며 돈없다고 하셨죠
오빠는 지방사립 보냈죠 아주비싼곳으로
저는 부산국립대학에서 장학금받고 다녔어요 4년내내 장학금을 받고
어쩔떈 성적장학금이라 돈을 조금 내야했는데 내달라고하기싫어서 제가 알바해서 낸적도많아요
1학년을 다니면서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독립을 했어요
 
여자가 무슨 공부냐며 미싱공장에가서 한달 80만원 벌어오라고 아빠가 매일같이 말하고
공장에 진짜 전화하려는걸보고 빨리 집에서 나와야겠다 생각했거든요
 
저한테 왜그러셨죠 저는 공부해서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돈도 많이 벌고 먹고싶은거 다 먹고 입고싶은거 다 입죠
 
 
엄마가 마트에서 과자사오면 오빠가 맨날 자기방에 숨겨두고 전 하나도 못먹게했어요
몰래 건드린 날에는 피떡이 되도록 맞았지요
엄마 알고계셨잖아요 왜 모른척하셨죠
얼굴에 팔에 다리에 빨갛게 피어오른 제 피멍이 안보이셨던건가요?
 
 
저는 5백만원을 모아서 집을 나왔어요
보증금으로 5백만원을 내고 닥치는대로 이일저일 했어요
사회생활을 빨리해서 눈치가 빨라졌어요
그래서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죠
고마워요 이게 다 부모님덕분이에요
 
 
 
 
 
저는 공부도 잘하고 눈치도 빨라요 그래서 일도 잘하지요
 
그치만 잔인하고 냉정하고 사람에게 정이 없대요
싸이코패스같대요 진단을 해보니 정확하게는 소시오패스네요
 
그래서 사업을 했고 성공했어요
 
30대초반에 집도사고 외제차도사고 별장도 샀어요 돈도 나쁘지않게 벌어요
 
그치만 남자친구가 자주바껴요
제가 싫은 소리를 해야하거나 싫은 소리를 들으면 바로 헤어져버려요
 
직원이 마음에 안들면 바로 잘라버려요
 
저는 남에게 사랑을 줄 수 없는 사람으로 성장했나봐요
남의 싫은점을 참을 수 없는 사람으로 자라버렸나봐요
 
 
누가 싫으면 그냥 싫은게 아니라 죽여버려야될거같아요 죽여서 산산조각내야 직성이 풀릴거같아요
그래서 조금 싫어지기시작하면 바로 내 시야에서 제외해버려요
안그럼 정말 제가 죽여버릴것같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참을수가 없어서요
 
 
돈도 그럭저럭 벌고 좋은 차 타고다니고 조은거 먹고 좋은 옷 입다보니
자존감은 조금 높아진거같아요
 
사람들은 제가 도도하고 성공한 CEO인것처럼 생각하지요
사람들은 저보고 완벽하대요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래요
인스타에서도 인기가 많고 사람들은 저랑 친해지고싶어해요
 
 
 
 
 
엄마아빠는 부산에 그대로 계시고 오빠도 부산에 있고 근근히 먹고 살아가나봐요
저는 집에 먼저 뭘 안해줘요
 
가끔 엄마나 아빠가 왜 부산에 안오냐며 저희집에 올라오면 용돈정도는 쥐어드려요
엄마는 저에게 천원 이천원 너무 아까워하셨지만
저는 50만원 100만원 200만원 텁텁 쥐어드리지요
착한 딸이죠?
 
터놓고말하자면, 일단은 고마운 마음이에요
저를 건강하게 낳아주시고 길러주셨잖아요 일단 몸은요.
저는 어디가서 예쁘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엄마덕분이죠, 고마운 일이에요
 
그래서 딱 그만큼은 하려구요
 
 
 
엄마는 제가 대학생 때 스케쳐스 운동화가 갖고싶다고 하니까
매장에서 10만원짜리 운동화를 사주기 싫어서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며 양키새끼들이 운동화를 비싸게 판다며 저에게 망신을 줬어요
엄마는 저에게 비싼거 좋은거 사준적이 한번도 없어요
늘 저에겐 돈을 아끼고 저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했죠
 
엄마가 10만원짜리 운동화를 사주기 싫어서 제 자존감에 스크래치를 있는대로 준 날
저는 결심했어요. 부자가 되기로.
어떤 고통이나 고난이라도 다 감수하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부자가 되겠다고
 
 
엄마아빠는 IMF가 터졌을 땐 저보고 하루에 한끼만 먹어라고 식비가 아깝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엄마아빠는 홈쇼핑에서 맨날 옷사고 그랬죠
어느정도는 이해해요 두분 사회생활을 하셔야했으니 옷은 입으셔야죠
 
근데 저도 학교에 가야하는데 왜 저는 헌옷수거함에서 갔다주거나
오빠옷을 물려서 중3때까지 입으라고 한거죠
저는 여자앤데 오빠옷을 접어서 입을때면 너무 부끄러워서
자율복을 입고다닌 중학교 1학년 1학기까지는 일부러 지각을 하고 1교시가 시작할때쯤 학교에 들어가곤 했어요
 
저한테 왜그러셨죠
 
왜 저를 그렇게까지 못살게굴고 괴롭히신건가요
 
안그러셨어도 되었잖아요
 
 
 
엄마가 저를 이쁘게 낳아주셔서 저는 인기도 많고
제가 노력한 덕분에 돈도 많이 벌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제가 원하던 삶을 살고 있죠
 
 
다 엄마아빠덕분이에요
 
엄마아빠가 아프면 병원비정도는 내드리고 적당히 부양할게요.
낳아주고 키워주셨으니까요
 
 
 
지난 10년간 부모님을 딱 네 번 뵈었네요.
그것도 억지로억지로 뵌건데
볼 때마다 말씀하셨죠.
 
 
본인들이 딸 하나는 잘 키웠다고.
 
 
고마워요. 제가 성공할 수 있게 해주셔서.
이게 다 부모님 덕분이에요.
앞으로 제가 평생 적당히 부양할게요.
 
 
 
댓글
  • 잘익은쀼쀼 2017/08/08 13:03

    하이고....제가 무슨말을 해드려야될지 모르겠네요...이글을 읽으니까 머리도 복잡해지고 ...많이 힘드셨겠어요...너무힘드시면...상담을 받아보시는게 어떠세요?..어떡하죠...? 제가 지금 해드릴수있는말이 없어서 ...죄송해요..힘내시라는것밖에 해드릴 말씀이 없네요...갑자기 마음이 우울해지네요..아고...어떻게 견디셨어요...그렇게 힘든것을..마음이 아프네요...제가  도움이 되었으면하는데...아무것도 해드릴수없는게 넘 마음이 아프구 죄송스럽네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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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납치범 2017/08/08 15:18

    오셔도 용돈 주지 마세요. 호구로 알고 빈대붙으면 어떡해요? 하는 꼴 보니 반성도 없을거고 부산에 안오냐는것도 님 걱정돼서가 아니라 돈줄로 보는거 같은데... 읽기만 해도 토나오는데 당하신분 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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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부남 2017/08/08 20:27

    앞으로 이 분에게 소박한 행복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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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래옥잠 2017/08/08 20:28

    이거 진짜인가요? 말이 안되는데.... 국민학교에서 초든학교 넘어가던 시절이면 저랑 비슷한 또래이신거 같은데 그때가 그런게 이런게 가능한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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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간지님 2017/08/08 20:29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그 어린아이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외면당한채 혼자라고 느껴졌을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너무 가슴이 아프고 목이 메이네요...이를 악물고 잘사세요..꼭!!행복해지시길 바래요. 물질적인 풍요로움 뿐만이 아닌 가슴이 따듯해지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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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모 2017/08/08 20:34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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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한은없다 2017/08/08 20:34

    씁쓸하네요 장미에 가시를 부쳐준 가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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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니레몬 2017/08/08 20:37

    행복하세요 이제 남은 일은 님이 행복해지는거에요
    행복해지기 위해 뭐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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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지기-마님 2017/08/08 20:40

    가슴속에 설움까지 얼어버리셨나봐요.
    아마 그안에 상처받은 아이가 있겠지요.
    꼭 안아드리고 싶네요.
    앞으로는 행복할일만 남았어요.
    마음껏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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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팬지대장 2017/08/08 20:45

    어떻게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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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차왕자 2017/08/08 20:45

    어릴때의 글쓴님 만나면 토닥토닥해주고 싶네요..
    고생 많았어요.
    그리고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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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미친놈 2017/08/08 20:47

    진단을 받았다는게 정신과에 가셔서 심리검사를 해보셨다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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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eze 2017/08/08 21:05

    가슴아프네요.
    지옥을 겪으신 분한테 제가 뭐라 말할 자격은 없지만
    더이상 스스로에게 상처가 될 일을 하거나 겪지 마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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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뀰뮬뀰뮬 2017/08/08 21:08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그런 삶을 사셨네요..
    그런 상처를 감싸줄 좋은 인을 만나셔서 상처를
    치료..치유 할수 있도록 저도 바래볼게요
    남은 시간동안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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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임대 2017/08/08 21:09

    어떤 위로가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억울한 마음 이곳에 매일매일 토해내시고 조금이나마 딱딱한 상처위에 새 살이 돋아나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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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오아라시 2017/08/08 21:12

    글읽으면서 가슴이 아프다 못해서 싸하게 식어버리는 기분이네요.
    부모님이라고 적당히 부양? 그런거 생각하지 마요.
    그냥 나. 내 스스로를 위해서 살아요.
    부양한다해서 알아줄 사람도...
    기특해할 사람도 없어요..
    가족 아니예요..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할 사람들 뭐하러 연락해요.
    몬인 자존감 회복이 가장 우선이고ㅜㅜ.
    나를 아낄줄 아는.. 그런걸 하나한 배워나가야해요..
    어릴때 몸에 익혔어야 할
    기본적인 나를 사랑하는법을 익혀나가기도
    바쁠 사람이 뭐하러 연락하고 용돈주고 그래요..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옆에 있었으면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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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미드요 2017/08/08 21:16

    고새많이하셧습니다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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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長吉山 2017/08/08 21:16

    와....적당히라도 부양이 되시던가요?? 저라면 암만 양보해도 연끊고 어떻게 되든 모른척 사는 것 정도가 그나마 최선이겠네요. 정말 소시오패스라면 그렇게 못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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