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엔씨가 게임회사로서 정신차리려면 딱 한가지만 버리면 됨

'엔씨 퀄리티'

엔씨에서 일해봤거나 일하는 친구를 둔 사람은 한번쯤 들어봤을 말일거임.

사실 엔씨도 2천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일하는 회사인만큼 내부적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또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음.

문제는 그게 세상에 나와보지를 못하고 그대로 접혀버린다는 거야. 심지어 다 만들어서 이제 오픈만 하면 되는 상태인데도.

거기에는 물론 리니지로 큰 돈을 벌어서 리니지라는 IP를 성역화하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리니지 성역화조차도 원인이 아닌 결과일지도 모른다 싶은 부분이 바로 저 '엔씨 퀄리티'임.

이 '엔씨 퀄리티'라는 단어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

서버 기술력이나 그래픽 퀄리티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허접한 동인게임이나 JRPG같은 물건은 인정할 수 없다.

질낮은 일본 씹덕들 취향의 천박한 게임은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엔씨에서 게임이 나왔다면 시장을 씹어먹을 정도의 헐리우드급 성공신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다들 알다시피,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도 의외로 뜨지 못할수도 있고 인디게임 수준의 물건이 재미 하나만으로 우와! 하고 떡상하는 경우도 있는게 게임산업이라는 분야임.

그렇기에 많은 회사들이 여러가지 게임을 개발하면서 그중 하나라도 대박나기를, 그게 아니더라도 다음 게임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중간 정도의 성공이라도 거두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프로젝트를 돌리는 거고.

게임의 성공실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절대족인 조건은 결국 '들어간 개발비보다 유의미하게 많은 수익을 올렸는가?' 로 귀결되니까.

그런데 엔씨는 그 부분에서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

적당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2D 도트겜을 5억 들여 빠르게 만들어서 첫해 매출 20억 버는데 성공했다? 홍보비나 각종 비용 제외하고도 7~8억이 남았다?

이건 일반적인 감성이라면 당연히 '성공'으로 분류해야 하지만 엔씨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음.

엔씨라는 기업의 클라쓰가 있는데, 엔씨쯤 되는 기업에서 신작 게임을 내놔서 그 결산을 맞이했는데 고작 '20억짜리 성공'.

이건 자신들의 기업가치에 먹칠을 하는 쪽팔린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거임.

참신하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남들이 걷다못해 단단하게 다져진, 안전한 길만 걸어가는 만년 후발주자 주제에

먼저 시장을 선점한 작품을 찍어누르고 자기네 게임으로 대체될 정도의 헐리우드급 대성공을 이루는 것만이 엔씨의 '급'에 맞는 결과라는 거.

그러니까 사내에서 수십개의 프로젝트가 돌아가도, 그걸 소수의 임원들이 '리니지급 매출을 낼 수 있느냐'로 판가름하면서 다 쳐내는거임.

캔디크러쉬 같은 퍼즐게임 하나를 만들어도 값싸고 빠르게 5억정도 들여서 20억 벌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캔디크러쉬사가와 홈스케이프를 조져버리고 그 수천억대 시장을 대체독점하고 싶은 욕망.

그것을 위해서 퍼즐게임에 맞는 개발 철학과 프로세스를 갖춰본적도 없는 주제에, 비싼 연봉 받는 개발자를 20명 30명씩 투입해서 3년 4년을 개발하고 앉아있는 회사가 엔씨임.

이번에 엔씨에서 모바일로 퍼즐게임 하나 낸 거.

혈맹 비스무레한 길드 시스템이 들어간다고는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웬일로 아기자기하니 준수한 3매치 하나 내놨네 생각하는 사람들 많을텐데.

사실 엔씨에서는 2017년에 기본시스템이 거의 동일한 무료게임을 발매했었음.

지금은 양대 마켓에서 이미 내려가서 더이상 다운받을수 없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후속작이 나왔다는 건 그 팀이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데...

고작 3매치 퍼즐게임 후속작을 6년이나 걸려서 만드는 상황이 과연 정상일까?

그냥 기존에 풀었던건 라이트버전 취급하고 유료 정식버전용으로 6년동안 스테이지만 찍어냈어도 캔디크러쉬급 볼륨은 진즉에 갖출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엔씨에서 이번에 발표한 퍼즐게임조차 이미 6년전에 그 기반을 다 만들어놨음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게임성이나 캐릭터성이 아닌 '다른 이유'때문에 6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전혀 다른 작품으로 발표했다는 말이 되는거임.

아마도 아직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길드시스템이 주축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끊고.

TJ와 그 휘하 임원진들이 진짜로 갈팡질팡하면서 제대로 개발조차 못하는 팀 제외하고, 뚝심있게 기획 세우고 완성까지 진척된 게임 그냥 '오픈'만 하게 해줬어도 NC이름으로 훨씬 더 많은 게임들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음.

슈팅이니 FPS니 캐쥬얼 스포츠니, LOL짝퉁에 메카닉에 기타등등 기타등등. 심지어 지인중에는 VR프로젝트에 뛰어든 사람도 있었음.

근데 그런 팀이 수십개가 돌아가고 수백개가 돌아가면 뭐함. '이거 팔아서 리니지만큼 벌 수 있습니다'를 입증하지 못하면 다 만들어놓고도 쓰레기장으로 처박히는데.

게임은 들어간 돈 보다 많이 벌면 성공한 것이다.

2000억 들여서 5000억 버는게 아니어도, 5억 벌어서 20억 벌었어도 자랑할만한 성공이고 성과다.

최신 언리얼 때려박은 실사지향 풀3D MMORPG만이 게임이 아니라,

도트 찍어 만들어낸 데이브 더 다이브 같은 게임도 충분히 명작의 반열에 들 수 있는 훌륭한 게임이다.

이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엔씨는 리니지를 벗어나 뭔가 다른 것에 도전해보려는 유의미한 기반이 갖춰질 수 있음.

그리고 그 결심을 위해서는 저놈의 '엔씨 퀄리티'

일단 비싼 인력 수십명 때려넣어 헐리우드 스타일로 만드는게 게임이라는, 후발주자 주제에 선점한 게임 찍어누르겠다는, 억 앞에 최소 3자리는 찍혀야 돈 벌었다고 인정하겠다는 그 마음가짐을 버려야만 함.

하지만 그게 될 놈들이었으면 100만원 가던 주가가 20만원까지 꼬라박히기 전에 뭔가 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