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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 C-41 컬러 현상약을 이용한 슬라이드(E-6) 현상을 시도해봤습니다. (실패기)

안녕하세요
요즘 사진보다는 현상에 빠져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습니다.
필름을 시작한 이유는 갑자기 물려받은 카메라가 생겼기 때문이지만, 카메라를 늘려가며 꿨던 꿈은 여행지에서 슬라이드로 기념 사진을 남겨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여행에서 남겨온 135 필름은 (사진을 잘 찍지 못하기도 했지만) 크기가 작으니 가족들이 시큰둥해서 이번엔 6x9중형 카메라(GSW690iii)과 필름까지 넉넉하게 미리 구비해둔 상태입니다.
그러다 요즘 집에서 현상하며 스캔을 직접 하니 색도 마음대로 만질 수 있고, 암부나 명부가 날아간 필름도 스캔 과정에서 복구가 쉽게 되어 현상소의 스캔은 성이 차지 않게 되었습니다. 흑백 현상과 칼라 현상에 익숙해지니 오차 범위를 알게되고 실수도 거의 없는데 그냥 슬라이드도 집에서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는 E-6 현상액을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는 점인데, 직구를 알아보다 재미있는 글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 https://www.instructables.com/Develop-Slide-Film-With-C-41-Chemicals-AKA-E-6-/
네 일반적인 칼라 현상약과 흑백 현상약을 조합해서 슬라이드를 현상하는 가이드입니다. 찾아보니 국내에도 하셨던 분들이 많고 신뢰할만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 https://www.35mmc.com/02/04/2021/how-to-reverse-process-slide-film-without-e-6-chemicals-by-rolands-atvars/
* https://www.flickr.com/groups/25284563@N00/discuss/72157686611970215/
다음은 그 실패기입니다.
결론부터 쓰자면, C41 용액을 이용한 슬라이스 필름의 현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스캔 목적이라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라이트박스에서 열어보는 수준의 현상 품질을 보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냥 전용 용액을 쓰자... 입니다.
자세한 가이드는 위 링크들을 (번역기 도움을 받아) 읽어보시길 권하며 아래는 제 요약과 경험입니다.
슬라이드 현상의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1차 현상
2. Reversal bath 또는 재 노광(re-exposure = fogging)
3. 칼라 현상
4. Bleach
5. Fix
6. Rinse
** Wiki에서 그림과 함께 개념이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E-6_process
** 다음 blog 에서 각 단게별 필름의 상태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palettefilmlab/222443827830
여기에서 1차현상은 흑백현상과 동일하며, 3,4,5 는 일반적인 C-41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2번은 백열등/형광등/LED 등 약한 불빛에 노출시키는 절차이지만 E-6에서는 화학약품으로 이 과정을 처리합니다. 여러차례 실패를 거치면서 이걸 왜 화학약품으로 처리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위 가이드에서는 흑백 현상액으로 xtol 과 HC-110 을 사용합니다. 저는 Ilfosol 3 와 Cinestill Cs41 2 bath kit을 사용하였습니다.
아래 절차는 모두 세면대에 45도 온수를 받아두고 현상통을 담근 상태로 진행하였습니다. 수비드 등 온도 유지장치가 있으신 분은 모든 절차를 39C 에 맞춰서 진행하시면 됩니다.
제가 비교적 성공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시도에서는 다음 시간으로 현상했습니다.
0. 전습(presoak) 40도 수도물 1분
1. Ilfosol 3 1+9 희석, 15분 현상, 42C 로 현상시작 완료 후 38C
(위 가이드에서 xtol 은 원액으로 12분, HC-110 working solution 6분 30초)
(네 흑백 용액을 칼라 온도에 맞춰서 현상합니다.)
2-1. 수세 후 화장실 소등하여 암실 준비
2-2. 욕실 샤워기 아래 LED 등 40W 30cm 거리 전/후면 합 1분 노광.
2-3. 노광 종료 후 빛이 없는 상태에서 릴에 감아 현상통에 다시 넣음
3. Cinestill Cs41 표준 시간 현상 (3분 30초 : 실제로는 135 필름 36방 6롤 현상 상태로 1롤당 2% 증가하여 3분 50초)
4. Cinestill cs41 Blix 표준시간 (8분)
5. 수세 및 건조
여러 가이드에서는 1차 2차 현상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와 있고, 2차 현상과 blix 는 2배 이상 늘려주는게 좋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는 1차 현상액의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만, 제가 실패를 거울삼아 알아낸 바로는, 1번과 2번이 가장 중요합니다.
1번의 흑백 현상 시간이 부족하면, base가 깨끗하게 나오지 않고, 파랑 기운이 돕니다. 일정시간 이상은 비슷한 듯 한데 ilfosol 3 기준 12분은 조금 부족해 보이며 15분 언저리가 적당해 보입니다.
이 단계에서 필름을 꺼내보면 유제 방향으로 흑백 상이 보입니다. 여기에서 상이 선명하다면, 망한 겁니다. 노출이 매우 부족한 상태로 다음 단계에서 보정은 가능하겠지만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어두워서 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마지막 단계가 끝나고도 필름이 적당히 밝고 투명하게 나옵니다.
아래 사진에서 1번은 맨 아래 라이트박스의 루빼 바로 아래 검은색으로 나왔고, 2번의 어두운 부분이 그 옆의 화분들입니다.
IMG_5338_2.jpeg
가이드에 따라 3,4는 2배 이상 시간을 권하기도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Cinestill 용액의 칼라 현상은 표준 시간을 지키면 충분합니다.
2번 노광이 가장 중요한데, 노광 시간이 너무 지나치면 최종 결과물의 색이 너무 어둡게 나옵니다. 아래 사진에서 맨 아래의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1분 이상 욕실조명 이상 강한 불빛에 노출되 었습니다. 핸드폰 후레시도 좋은 광원이라고 하는데, 매우 짧은 시간만 노광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1~2stop pull (ISO 100 필름을 ISO 50이나 24로 촬영) 하면 2번 노광 시간이 길더라도 어느정도 보정이 됩니다.
이 노광 시간은 정확히 조절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노출이 과하면 슬라이드가 너무 어둡게 되고, 약하면 너무 밝게 되는데, 약품처럼 표준 시간으로 조절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루뻬로 눌러둔 필름이 그나마 쓸만한 수준이지만, 마운트에 끼워둔 현상소 현상에는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아마 몇 번 더 연습하면 몇 장은 비슷한 수준으로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36방 한 롤 또는 120 필름 한 롤을 균일하게 뽑을 자신이 없군요.
참고로 아래는 그간 실험 단계 필름들입니다. 위부터
1. (1차현상) Ilfosol 3, 1+14, 14분 30초 (노광) 욕실등 + 탁상용 LED 2분 이상 , (칼라현상) 표준시간 = 3분30초, (Blix) 표준시간 x 2
2. (1차현상) Ilfosol 3, 1+9, 12분 (노광) 욕실등 + 휴대폰 후레시 각 30초 이상 , (칼라현상) 1stop push = 5분, (Blix) 표준시간
3. (1차현상) Ilfosol 3, 1+9, 12분 (노광) 욕실등 2분 이상 , (칼라현상) 2stop push = 6분, (Blix) 표준시간
4. (1차현상) Ilfosol 3, 1+9, 15분 (노광) 거실조명 2분 , (칼라현상) 표준시간, (Blix) 표준시간 / 적정노출부터 3 stop 과노출까지 촬영 필름
5. (1차현상) Ilfosol 3, 1+9, 9분 (노광) 거실조명 2분 , (칼라현상) 표준시간, (Blix) 표준시간
6. (1차현상) Ilfosol 3, 1+9, 15분 (노광) 욕실등 1분 , (칼라현상) 표준시간, (Blix) 표준시간
아마 한 3번만 더 필름을 잘라내면 1차현상과 노광의 적정 파라미터를 찾을 수 있겠는데, 쓸모가 없겠다는 생각에 여기서 실험을 중단합니다.
IMG_5339.jpeg
이렇게 희생된 필름은 Kodak E100 36exp 1롤 + 조금 (6번) 정도 되겠습니다.
현상액은 Ilfosol 원액 150cc (30cc x 5회) + 1+14 희석액 300cc 이 희생되었고
Cinestill 용액은 재활용이라 1회 현상으로 현상시간을 증가해주면 되겠네요.
덕분에 흑백 현상액 4~5회 분밖에 남지 않아 이제 곧 추가로 주문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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