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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통편집 됐지만 저에겐 가장 충격적이었던 냉동인간 이야기

감독판이라고 해서 편집된 거 뭐 나오려나 평소보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습니다만

여태 알쓸신잡 방송 중에서 가장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재승 박사님의 냉동인간 이야기.
처음엔 냉동인간이 되어서라도 삶을 연장하는게 옳을까?로 시작하여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간단한 답을 생각했으나
그 후로 점점 세세하게 바뀌는 질문으로
마지막, 3개월만 냉동된다면 어떨까요?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네요.
몇 백년, 몇 천년이 아니라 단 몇 개월만 냉동된다면?
그래도 그것을 삶을 연장시키려는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이라 할 수 있을까요?

소크라테스식 질문법, 말로만 들어봤지
이렇게 가까이서 피부에 와닿은 건 처음이었어요.
굉장하네요.
"아니야. 그건 틀렸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냥 물음을 던지는 게 훨씬 충격적이었어요.

유시민 작가님이 그 질문으로 의견을 바꾸셨죠.
어리석은 태도라고 말한 것을 취소하겠다.
이 모습도 넘 멋있었어요.
여태껏 살아오면서 가져온 가치관을 바꾸는 것.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 그걸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저는 쉽게 못 할 것 같아요.

윤리라는게 Yes or No로 명확하게 나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건데
제가 여러 커뮤니티를 눈팅하고 돌아다니면서
클릭 몇 번으로 글을 읽고 쉽게 비난하는 상황들을 자주 접하면서
점점 윤리적 잣대를 너무 엄격하게 세우고 있는게 아닌가 스스로 느끼고 있었거든요.
(오유가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변한 것을 느꼈어요. 오해 금물!)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이건 나쁜 거야. 이건 좋은 거야. 이건 옳고 저건 틀렸어.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고 거기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과연 이게 옳은 태도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어요.

지금까지의 알쓸신잡 방송은
새로운 걸 배워야 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오늘의 방송에서는
조금 저를 되돌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말이 좀 길어졌는데
여튼 이번 방송도 꼭 보시길 바랍니다!! 사피오섹슈얼 원츄!
댓글
  • 얼지마 2017/07/29 00:48

    <가치관을 바꾸는 것.저는 쉽게 못 할 것 같아요.>
    오해가 생길것 같아 첨언하자면,
    유시민씨가 바뀐건 자기 가치관이 아니라, 냉동인간을 선택하는 사람(타인)의 가치를 폄하한 태도를 바꾼겁니다.
    형식적으로는 교과서에나 읽었던 학문하는 자세, 합리적 태도, 논쟁(근거와 주장이 타당하면 내입장을 수정내지 수용하는)이고
    내용적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윤리적 기준도 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로 봅니다.
    정재승씨가 최근 JTBC 어쩌다 어론 출연해서 4차산업과 관련한 강의있는데, 성로봇을 다루는 부분에서 출연자들과 유작가를 대조해 보면
    추가적인 재미를 느낄듯 싶네요.(만약, 정박사가 출연자들에게 추가적으로 노인이나 장애우를 언급했다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GhARz7)

  • 낮낯낱낫낳 2017/07/29 03:02

    이래저래 생각할 것들을 많이 던져주고 끝나네요.
    개인적으로는 알쓸신잡이 나피디 예능 중 가장 좋았어요.
    언제인지 모를 그때 시즌2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GhARz7)

  • 인식론적단절 2017/07/29 03:13

    자유로운 토론이 원활하려면 어느 정도의 도덕과 윤리는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GhARz7)

  • 엘프만세 2017/07/29 04:00

    그런데 그전에 3개월 냉동인간이라면 의미가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냉동인간 되는 사람들의 목적은 냉동인간으로 오래사는게 아니라
    냉동인간이 되어서 추후 수십년 또는 수백년뒤에 발전된 사회에 살아나서
    발전된 과학으로 자신의 암 이라든지 에이즈 라든지 치명적인 병으로 치료하고
    나머지 인생을  행복하게 오래사는게 목적일테데요?

    (GhARz7)

  • 『엘쿠』 2017/07/29 04:00

    저는 굉장히 놀랬던게 정재승 박사가 인문학 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공부와 고뇌를 했었구나 느꼈어요.

    (GhARz7)

  • 소씨 2017/07/29 07:57

    sf영화에서 우주선타고 멀리갈때
    워프 아니면 냉동상태로 가는데
    거기선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한적이 없네요
    목적이 달라서 그런가?

    (GhARz7)

  • 온달 2017/07/29 08:14

    나 PD님~
    여기 알쓸신잡 시즌2 시청자 참여자 있어요.
    잡아가세요!!

    (GhARz7)

  • 아르마딜로 2017/07/29 08:22

    아재들은 알거에요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실베스타 스텔론이
    냉동감옥에 냉동되던 해가 1996년임
    그래서 1996년에 신문기사등에
    냉동인간 가능한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많이 떴었죠

    (GhARz7)

  • 정대만77 2017/07/29 08:30

    외국에서는 공대생이 인문학 공부도 많이 하죠.
    국내 대기업 자녀들의 엘리트 교육 코스로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신학 -> 인문학->공학 순서로 가르치려함.
    공학은 어차피 일하면서 평생 부딪힐거고
    주변에서도 많이 알려주는데
    나머지 학문은 그렇지 않아서 별도로 배운다함.
    잡스가 아이폰 만들 때
    최신 기술에만 포커스를 맞춘게 아니라
    심플,곡선,어플리케이션 마켓 등 일반적인 공대생이 생각하기 힘든것을 만든 것도 그러한 영향이 있었을런지...
    아... 생각처럼 설명이 잘 안되네요.ㅋㅋ

    (GhARz7)

  • dollmarket 2017/07/29 08:40

    절대적인건 종교에서 주장하는 신뿐입니다. (그리고 수학)
    그 외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이는 기본교육을 거친 사람이면 누구나 자연스례 사고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언뜻 흑백논리 이분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사건, 그 논제에 대해 이미 상황을 고려한 판단을 내렸다는거죠. (거의 무의식적 판단? ㅎ)
    저는 요즘 세상에 진짜 멍청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물리적 혹은 정신적 이익을 위해 멍청한 주장을 하는 것일 뿐, 진짜 멍청해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유시민 씨 같은 사람(변화한 논제에 대응해 즉시 변하는 사람)은 똑똑해서 그런거라기보단 용기있고 정직해서 그런거라 생각해요.
    지식과 지혜, 그리고 권위가 쌓일수록 유시민 씨처럼 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자승자박하고, 심지어 본인 스스로도 내가 지금 개소리한다는걸 자각하지만 끝까지 멍청한 소리 늘어놓는게 다반사죠.
    그래서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게(인성교육) 먼저여야 합니다. 지식을 주입하고 지혜를 경험시키는건 2, 3차 목표에요.
    인성이 결여된 채 지식과 지혜를 습득한 인간은 그 누구보다 멍청하고 야비해집니다.

    (GhARz7)

  • q꾼p 2017/07/29 08:47

    예전에 베오베에 냉동인간 관련한 글이 있었죠.
    냉동인간은 기업의 일종의 사기다?
    대충 거기나온 글의 내용이나 댓글을
    써보자면...
    사실 사람하나 냉동하면서 돈 왕창 받고
    계약서에 기술 생기면 풀어줌
    이라고 쓴다고 해서
    몇십년
    아니 100년 후에 기술이 생겼다 칩시다.
    1. 그 회사가 100년동안 버틸 가능성?
    2. 안풀어주면 누가 소송함? 냉동된 사람이 소송함?
    3. 이미 사망한걸로 주민등록 말소된 사람이 살아나면 행정적으론 어떻게?
    4.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살아나면 치료비 생활비는 어디서?(다 죽고 100년 지나도 재산이 버티고 있나?)
    5. 냉동 푼다고 해도 실험용 쥐가 될 가능성?
    등등의 여러 현실적 문제들이...

    (GhARz7)

(GhARz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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