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매트릭스처럼 말이야. 거짓이지만 행복한 삶이 좋아? 아니면 그냥 평범해도 진실인 삶이 좋아? "
그녀는 내 질문을 듣자마자 핀잔을 줬다.
" 또 또 그 질문이야? 도대체 몇 번을 묻는 거야 오빠~ "
" 아, 내가 그랬나? 그냥 뭐... 그래서 어때? "
" 난 거짓이라도 행복한 세상이 좋다니까? "
" 그렇지? 나도 그래! 거짓 일지인정 행복한 삶이 훨씬 낫다니까! "
그녀는 인제 그만 좀 물어보라며 못 박았다.
난 장담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또다시 묻게 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녀와 나의 관계가 거짓이었으니까.
"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의 남자친구입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의 남자친구입니다. 당신은 나를-. . . "
최면술. 1년 전, 나는 그녀의 사랑을 최면술로 얻어냈다.
그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대신, 나는 정말로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다. 강제로 사랑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려고 노력했고, 그녀도 정말로 행복해했다. 세상에 자기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거란 소리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행복해해도, 내 마음속 울렁거림은 사라지질 않았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해도, 내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녀가 행복하다고 다 괜찮은 건 아니지 않나? 그녀가 정말로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지 않을까?
아마도 나는 불안했고, 매번 그녀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거짓이라도 행복한 삶이 좋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다.
혐오스러운 행동이었지만, 그것만이 내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줄여주었다.
나는 욕심이 생겼다. 시작이 어찌 되었든 그녀가 지금 행복하다는 건 명백했고, 1년이면 없던 사랑도 싹틀 시간이었다.
그럼 그녀의 최면을 해제해도 되지 않을까? 최면의 힘 없이도 그녀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짐을 모두 떨쳐버릴 수 있다.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만약. 최면에서 벗어난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다면? 나를 원망하며, 지난 1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나를 떠난다면?
견딜 수 없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그녀를 잃는 상상만으로도 괴로웠다.
나에겐 너무나 큰 도박이었다.
최면을 해제해서 떳떳하게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나갈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최면을 유지하고 그녀를 영원히 붙잡아둘 것인가?
그동안은 용기가 모자라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커져만 갔고, 최근에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나는 오늘, 그녀의 최면을 깨부술 생각이었다.
" 혜화야. 넌 지금 행복하니? 나랑 사귀면서 행복해? "
" 그럼! 오빠를 만난 게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야! "
" 그래.. 그럼 됐어. 그 마음만 진심이면 됐어. "
나는 그녀에게 적당한 양의 술을 먹였다. 이후 따뜻한 차 안에서, 몸의 긴장이 풀어진 그녀의 손을 잡고서 규칙적으로 쓰다듬었다.
" 지압해줄게. 힘 빼. 편안하게. 편안하게.. 편안하게.. "
잠시 뒤, 그녀의 숨소리가 낮아졌을 때 최면을 풀기 시작했다.
" 이제부터 당신은 모든 최면에서 벗어납니다. 당신에게 걸려있던 최면은 사라질 것이며, 조작된 기억은 원상태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모든 최면에서 벗어납니다. 당신에게 걸려있던 최면은-. . . "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그녀의 최면을 푼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깨웠다.
" 제가 다섯을 세면 당신은 깨어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
" ... "
나는 할 도리를 끝내고, 긴장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깐 멍하니 있다가 미간을 찌푸린 그녀는,
" 오빠...? "
" 어, 어어. "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 오빠... 우리가 사귄 지가 정확히 얼마나 됐지? 1년인가? "
" 어? 어어, 대충.. "
" ... "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심장이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당장 사과하며 빌어야 할까 고민하던 그때,
" 그래... 그럼, 우리 1주년 기념으로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 "
아! 아아아! 그녀는 나를 보며 웃어 주었다!
나는 환희와 감격에 떨었다.
" 그래! 그러자 꼭!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
나는 그녀를 덥석 껴안았고, 그녀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 오빠, 나 행복해. "
나는 이 순간 깨달았고, 내 생각을 바꿨다.
거짓이라도 행복한 삶은 정말로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행복한 것은, 진실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
.
.
.
1년 전.
동아리 방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사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후배에게 다가갔다.
" 야 가가멜! 이거 한번 해보자. "
가가멜이라 불린 여인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관심을 보였다.
" 뭔데요? "
사내는 손에 든 책의 표지를 보여주며,
" 최면술! 되나 안 되나 한 번만 걸어보자. "
" 아 싫어요! 다른 사람한테 하세요. "
" 여기 너밖에 없잖아 가가멜! 재미 삼아 한번 해보자고~ "
" 아~ 진짜... "
여인은 겉으로 투덜거렸지만, 사내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곧, 사내는 마주 앉은 여인의 손을 잡고 지압을 시작했다.
" 자 편안하게.. 편안하게.. "
사내는 책에 쓰여 있는 대로 열심히 최면술을 시행한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
" 당신은 최면에 걸렸습니까? "
한데?
" ...장난해요 선배? "
" 어? 뭐야? 아~씨! 안 돼? 에이~! "
최면에 실패한 사내는 김빠진다는 듯이 책을 탁자 위로 떨궜다.
" ... "
그 순간, 여인이 말했다.
" 오빠... 내가 한번 해볼까요? "
" 어? 음~ 뭐, 그래. "
여인이 사내의 손을 잡고, 규칙적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사내보다 훨씬 길고, 정성스러웠으며, 사내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도록 만들었다.
" 당신은 방금 나에게, 당신을 사랑하라는 최면을 걸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강제로 최면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은 방금 나에게, 당신을 사랑하라는 최면을 걸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강제로 최면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은 방금 나에게-. . . "
최면술이라는 게 실제로 있을까요? 예전에는 방송도 나오고 했었던 것 같은데..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봐줄만한 이야기를 쓰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고차원적인 꽁냥질이다..
죽창! 죽창을 대령하라!
물만으로 와인을 만들 수 없듯 진실이냐 거짓이냐 하는 것만으로 행복과 불행을 결정지을 수 없음.
행복은 주관적이고 복합적이며 또한 상대적인 것.
지금의 나는 행복한 동시에 불행하고, 행복해지길 원하는만큼 불행해지길 원함.
참과 거짓은 구분되어야 하고 살아가는 자로서 우리는 현실과 사회와 문명을 개혁해 모두에게 최선을 안겨 주어야 합니다.
잘만 된다면 차별도, 개성을 제외하면 차이도 없어서 나락은 멀리 떠나갈 겁니다.
해리포터 볼드모트 부모님이 생각나는 이야기네요..
오랜만에 공게에 왔는데 복날님 글이
보이네요. 믿고보는 님의 글이라 추천만
놓고 스크랩해 갑니다
오히려 최면이 걸린 건 남자였군요.ㅋ 상대방을 최면걸었다고 죄책감 느낀 걸 오히려 풀렸다고 생각하고 죄책감마저 사라졌으니 저 남자의 최면은 영원히 풀리지 않겠네요
아! 오늘도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저는 상담치료받으면서 최면요법을 조금 받은 경험이 있는데 그런 것 안 믿어서 처음에 안할려 했는데 그런 기적같은 그런 것은 아니더라구요 전생을 보고 그런것은..아니었어요. 그냥 내면을 인지하는 그냥 그정도 치료였던거 같아요.
1 덧붙여, 최면 상태가 되어도 의식, 의지는 멀쩡하기 때문에 조종을 당한다든가 세뇌된다든가 비밀을 술술 분다든가.. 하는 일은 없습니다 ㅎㅎ
이번 이야기는 똑같은 스토리 본적 있어서 ㅋㅋ
야한만화였지만 ㅡㅡ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