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토 갔을 때 민박집 손자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그 친구 증조할아버지가 1945년에 징집되서 중국 전선에 배치됐었다고 해.
그래서 훈련을 마치고 중국으로 가는 수송선을 타는 날에 나름 성대하게 출정식을 했음. 어깨에 '출정용사 미야모토 히로(宮本寛郎)' 라고 적힌 띠를 매고 친척들 불러서 사진도 찍고, 작은 잔치도 열고, 이웃 주민들한테 만세삼창도 받았대.
증조할아버지 사진은 아닌데 대충 이런 분위기로.
그래서 중국으로 향하는 수송선에 몸을 싣고 "이제 살아돌아오긴 글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중국에 도착했는데 바로 전투에 참여한 건 아니고 후방에서 부대를 재편성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함.
그런 식으로 중국에서 밥을 두끼 먹었더니 장교들이 "오늘 정오에 중요한 라디오 방송이 있을테니 꼭 연병장에 모이도록" 라고 알리고 다니더래. 그래서 라디오를 연병장 앞쪽에 두고 장병들이 다 모여서 방송을 듣고 있는데 웬걸 천황이 포츠담 선언을 수락했다네?ㅋㅋ
당시 증조할배가 마음 속으론 뛸듯이 기뻤다만 내색했다간 장교들이 가만두지 않을 성 싶어서 가만히 있었다고 함. 그래서 중국군에 항복하러 가는데 장교들이 '황군은 항복할 때에도 황군정신을 잃어선 안된다." 백기와 일장기를 앞세우고 군가를 부르며 중국군 부대로 행진했다고.
그렇게 운좋게 고향으로 돌아온 증조할배는 "아마 두끼 밥먹자마자 전쟁이 끝날 줄을 만세 부르던 내 이웃들은 아무도 몰랐을 거야ㅋㅋ" 라면서 편하게 그 사건을 회상하더라 라는 이야기.
2.
트위터에서 알게된 오키나와 친구한테서 들은 이야기
1945년에 미국이 오키나와로 밀고 들어왔을 때 그 친구의 할머니(였나 증조할머니였나)가 마을 사람들과 같이 미군을 피해 동굴에 숨어있었대.
이런 곳에서. 이걸 ガマ(가마) 라고 부르더라
마을 근방을 지키던 일본군 수비대는 후퇴하고 좀 있으면 미군이 들이닥칠 차례였어. 여기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민 모두가 투항을 하는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 였겠지만.....
후퇴 중이었던 일본군 부대의 장교가 들어와서 주민들에게 수류탄을 건네주며 "미군에게 학살 및 겁탈을 당하기 전에 자결하라" 라고 말하고 떠났다는 거야.
그렇지만 기적적이게도 동굴 안에 과거 하와이에서 살다가 돌아온 사람이 있어서 그가 "미국인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라고 주민들을 설득해서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대.
해피엔딩....인 것 같지만 옆 동굴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수류탄으로 자폭해서 전원 폭사했다는 슬픈 이야기....ㅠㅠ
3.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들에게 금속을 징수해 간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인데, 사실 일본인 상대로도 같은 일이 있었음.
그래서 내 일본 친구의 증조할아버지의 집도 영락없이 철제 식기를 빼앗길 신세가 되었는데, 그것들을 몰래 버려진 우물에 던져넣어 숨겨놓고 "어쩔티비ㅋㅋ 우리 집엔 그런거 없는데요" 라고 거짓말쳐서 안 뺏기고 끝났다더라.
태평양전쟁이 워낙에 큰 사건이었고 당시 일본인들 중에서 어떤 형태가 되었든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까 이런 썰들이 생각보단 흔하더라구.
회초리무한대 2022/04/07 21:01
맨발의 겐에서도 느끼긴했는데 저당시 일본 내부도 개판이었구나
해물삼선짬뽕 2022/04/07 21:01
맨발의 겐이었나 거기서도 군에 쓴다고 물자 다 털어가고 옷만든다고 고양이랑 개 다 잡아갔던거 나왔던거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1번 할아버지는 운 엄청 좋네 ㅋㅋ
칼 리코-잭 2022/04/07 21:01
아직 저 당시를 겪었던 경험자들이 살아있는데도 지금 현 일본정부는 역사를 노골적으로 왜곡하고
젊은 애들한테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않은게 화가나면서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