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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일가친척들과 나눈 대선 이야기.

얼마전 벚꽃이 한창이던 4월 중순에....조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향년, 92세.

10년전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치매로 말년에 고생을 하셨지만...

그래도 햇볕 따뜻한 좋은 날에 가셨다고, 스스로 위로를 하였습니다.

살아계시는 할아버지의 동생들(90세,88세)

그 자식들(아버지의 사촌. 저에게는 5촌 당숙.당고모님들 거진 60~70대)

대 가족이 빈소를 지켰습니다......

밤이 늦어지고, 새벽이 되자......빈소를 찾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뜸해지니~

뜬금없이 대통령선거이야기를 꺼내시더군요.

90세의 작은 할아버지와 88세의 작은 할아버지는 죽어도 문재인은 안된다!!의 주장을 슬그머니 펴기 시작하셨고,

60대의 아버지와 삼촌들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끄덕 들어주는 식 이었습니다.

아 참고로 제 고향은 울산 입니다. 빈소도 당연히 울산이었고요....

90세의 작은 할아버지는 6.25 참전 빨갱이에 치를 떠는...전형적인 경상도 아저씨.

88세의 작은 할아버지도 육군 원사출신으로 뭐......비슷비슷한 분들이셨습니다.

마침 그 자리는, 영정 앞이라

장남인 아버지와 삼촌, 장손인 저  그리고, 막내 사촌동생(34살로 추정됨.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잘 모름)이 있었습니다.

경상도에서는 '장'자가 붙으면 우대해주는 경향이 좀 있습니다...;

할아버지들의 이야기야 뭐 어차피 예상은 했었으니, 막내의 의견이 궁금해졌습니다. 요즘 30대들의 생각이 궁금했거든요.

막내동생에게 넌 누구를 지지하냐고 했더니, 할아버지들 눈치 보면서 쭈뼛쭈뼛하더군요.

괜찮다. 요즘 30대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거니깐 한번 말해봐 라고 했더니....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하더군요.

왜? 문재인을 지지하냐고 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 모양이 된게 적폐세력이 국정을 좌지우지해서 그렇게 된거다 라고 첫마디로 이야기 하더군요.

흐뭇했습니다. 마냥 어린애인줄 알았는데 소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들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좀 버릇없고 건방지지만....

가시기전에 선물하나준다 생각하시고, 손자들....젊은 애들이 지지하는 사람 찍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사실만큼 사셨으니 앞으로 살 날 많은 애들이 지지하는 사람 찍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젊은 애들이 아무래도 많이 보고 또 많이 접하니까 나이드신 분들이 그 뜻을 따라가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

의외로 할아버지들이 수긍을 하시더군요. 괜히 그런 자리에서 언성 높이는게 우스워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내가 살아갈 날 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친구들에게 선택을 양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들 하시더군요.







뭐,

울산뿐만 아니라 부산, 포항, 창원, 대구 등지에서 많은 가족들이 모였지만,

예상외로 문재인에 대한 지지도가 높더군요. 특히, 50~60대 여성분들(고모들,숙모들...)에서....

경상도라고 무조건 한나라당, 새누리 뽑아주고 밀어주던 몰지각한 사람들이

제 주변에 없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댓글
  • He.Art.Be.At 2017/05/04 20:31

    무플베오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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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oxoxo 2017/05/04 20:33

    말없이 추천이 엄청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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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옥수수 2017/05/04 20:36

    말이필요없는 추천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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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ehwa 2017/05/04 20:38

    아름다운 승리~~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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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주세요 2017/05/04 20:39

    모인 분들의 DNA가 비슷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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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겐 2017/05/04 20:42

    덧붙이자면,
    아버지와 차한잔 하면서 대선이야기를 나누는데…
    "니는 이번에 누구 찍노?" 라시길래…
    "문씨요…"
    "니 사업하는데 도움되나?"
    "네~"
    곰곰히 생각하시더니…
    "니한테 도움된다면 나도 가~찍어야겠네…"
    이래서 제가 아버지를 존경합니다.
    자식의 선택을 이유없이 지지해주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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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후원양 2017/05/04 20:50

    말 솜씨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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