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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납치같은 건 세상에 없어

안녕 여러분?
인터넷 게시판에는 글을 쓰는 것이 오랜만이라 조금 서툴더라도 이해를 해주길 바래.

제목은 읽었지? 봉고차 납치 같은 건 세상에 없어.
오늘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봉고차 납치.

다들 도시전설 같은 느낌으로라도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해, 
왜 그 버스 안에서 어떤 할머니가 자리도 많은데 괜히 젊은 처자 앉아있는데 시비 걸어서 다음 정류장에 내리라고 소란 부린 다음에, 
그 처자가 정말로 화가 나서 내려서 해결 보려고 했더니 버스기사 아저씨가 할머니만 내려주고 처자는 문을 닫아서 못 내리게 했다는 그 이야기. 

그리고는 한다는 이야기가 ‘뒤에서 봉고차가 한대 따라왔어’ 였던가?

또 비슷한 이야기로, 

어디 길 가다가 봉고차 안에서 좋은 물건 파는데, 와서 구경만 하고 해서 가보면 갑자기 거즈에 뭘 묻혀서 입에 가져다 대고, 
그거 훅 하고 맡으면 기절해 버리고, 눈을 뜨면 새우잡이 배에 타있더라, 뭐 이런 이야기들, 혹시 들어 본적 없어?

세상에 그런 건 없어, 왜 도대체 사람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믿는지 몰라. 

그런 글들 보면서, 나도 봤네, 나도 겪었네 하는 그런 글들 보면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참 한숨이 나오고 좀 그래.

아 미안, 내 자기소개가 늦었네, 

나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봉고차로 도매랑 소매 중간쯤 되는 유통업을 하는 사람이야. 

조금은 슬픈 내용이지만, 
보통은 폐업을 준비하는 중소기업들이나 문을 닫으려는 도매상들에게서 떨이로 물건을 떼다가 전국에 판매를 하는 일을 해. 

딱히 판매하는 품목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 어떤 때는 그게 속옷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가방, 뭐 시계라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물론 가끔씩, 정말로 가끔씩이긴 하지만, 
유명 브랜드의 가품 공장이 망해서 거기에서 물건을 받아다가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어, 

나도 그게 딱히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고 살려고 하니 참 방법이 없네. 이해를 해주길 바래.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와보자면, 
나는 아무튼 아까 말한 그 봉고차 납치에 대한 이야기를 반론을 해보려고 해,

아니 그것도 그럴게,
나같이 봉고차에 물건 실어다가 판매하는 업자로써는, 불경기도 무슨 이런 불경기가 있을 수가 없어, 
그도 그럴게, 잠깐 차 좀 세워서 호객행위라도 해볼라고 치면, 다들 기를 쓰면서 도망을 가니까, 
아니 지난번에는 누가 정말로 경찰까지 불렀다니까? 그때 하필이면 위에 말했던 가품들 싣고 있을 때라, 
정말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지만서도 정말 나같이 성실하게 살아보려는 사람까지 무슨 납치범 취급하고 하는 이 세상이 조금은 안타깝고 그렇네.

아무튼, 자 위의 도시전설에 대한 반론이야.

버스에 탄 할머니가 어찌저찌 해서 젊은 처자를 유인해다가 뒤에 따라오던 일행이 납치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지? 그건 사실이 아니야.

아니 생각을 해봐, 그렇게 해서 여자를 봉고차에 태워서 뭘 어쩔 거야.
요즘같이 인터넷도 발달하고 개나 소나 블랙박스 달고 있는 이 시대에, 그렇게 대로변에서 여자 하나 태워다가 차에 가둔다고 쳐도, 

그 이후가 뒷수습이 안되잖아. 뭐 목격자도 있을 거고, 그 여자 핸드폰 위치도 추적이 될 거고 말이야. 
어지간히 막장인 놈들이 아니고서야, 그런 일을 벌일 일이 없지. 그도 그럴게 그런 일들은 쉽게 벌이는 일이 아니야.

그런 일들 벌이는 놈들 보면 다들 뭐랄까 끈이 있단 말이지. 

육지에서는 선수금으로 받은 돈이 아까워서 여자들 관리가 안되니까 아싸리 섬으로 돌려버리는 경우가 있는 모양인데,

그런 경우에도 중간에 바지사장 하나 끼워다가 뽀찌로 어느 정도 떼어줘야 되고, 
그 목적지에 있는 섬이랑 육자에 있는 항구에 택시 같은 용달 사업하는 사람들, 해당지역 이장이라거나 그 지역에서 힘 좀 깨나 쓰는 사람들한테도 좀 떼줘야 하지,또 고객이 되어줄 사람, 뭐 주로 선원들 이것 저것 생각해야 될게 되게 많아서 쉬운 일이 아니란 말이야.

사람 하나 넘겨봐야 남는 돈도 별로 없어요, 진짜 인건비나 나오면 다행이겠다. 

이게 진짜 내가 글 솜씨가 없어서 제대로 못 풀어 내는데, 아무튼, 이게 생각보다 되게 복잡한 일이야.
그러니까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지레 겁 먹지 말기를 바래.

그리고 또 하나, 위에 말했던, 뭐 거즈에 묻은 약품 들이 마셨더니 기절하고 깨어보니 새우잡이 배라는 괴담.

그게 참 말이 안 되는 게, 그 다들 그 약품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게 클로로포름일거야.
근데 문제는 클로로포름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 입에 턱- 하고 가져다 댄다고 바로 기절하는 물건이 아니란 말이지. 

진짜로 생각보다 오래 걸려, 

정말로 한 1분정도는 걸리는 거 같아. 근데 그것도 제대로 입을 막았을 때, 그리고 상대가 저항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이야기지.
막 발버둥치고 뭐하고 하면 제대로 입이랑 코 틀어 막을 수도 없고, 만약에 틀어 막는다고 해도, 아니 떡하니 수상한 약품 묻은 천으로 입 틀어막는데 얌전히 숨을 쉬어줄 사람이 어디 있어? 

정말로 경험상 열에 한두 명 말고는 다들 차라리 숨을 멈춘다고, 그리고 여전히 발버둥 치고. 차라리 그런 약품을 쓰느니, 그냥 적당한 걸로 뒤통수 후려 갈기는 게 나아. 훨씬 효과적이고 빠르고. 

그리고 다들 뭔가 오해하는 게 있는데, 새우잡이 배는 아무나 탈수 있는 게 아니야. 보통 새우잡이 배는 외해로 많이들 나가는데 그러면 정식으로 수속을 밟아야 하고, 

그러려면 선원수첩도 필요하고 참 이것저것 필요한 게 많다는 말이지. 차라리 속 편한 근해 바지선이라면 모를까, 왜 새우잡이 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돌았는지, 난 참 알 수가 없네.

뭐 아무튼 이야기가 자꾸 샛길로 새어가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야, 다들 너무 도시괴담 같은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 믿지 말고 조금 더 평안한 삶을 살기를 바래. 안 그래도 팍팍하잖아 우리 삶이라는 게.

그리고 나같이 평범하게 봉고차에서 소매업? 도매업?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혹시나 나중에 옆에 봉고차 갑자기 멈춰 서더라도 너무 경계하지 말고, 이 글 읽은 사람들, 주위 사람들한테도 조금씩 전파를 해 줬으면 좋겠어. 너무 경계하지 말고, 너무 겁먹지 말라고.

우리 같은 직업 가진 사람들은, 사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어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영업하기도 해, 그것도 조금 참고 해 주고. 아 참 , 이건 조금 비밀인데 이번에 에르메스 가품 만드는 공장에서 진짜 아무리 봐도 티가 잘 안 나는 버킨백이 몇 개 들어왔거든, 이것도 좀 소문 좀 내줘.

아무튼, 그럼 다들 좋은 하루 되었으면 좋겠어.
또, 이 글 읽는 사람들 다들 행복하고, 나도 좀 더 행복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네.

댓글
  • Dickhed 2017/04/08 23:32

    아니 땐 굴뚝에선 연기가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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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방구향기로와 2017/04/09 00:00

    세상...세상에 .......겨겨ㅕ겨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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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mpang 2017/04/09 01:05

    ㄱ..경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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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宇佐見蓮子 2017/04/09 03:18

    굳이 약품아니라 전자충격기로도 충분히 짧은 시간안에 무력화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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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유비둘기 2017/04/09 03:21

    뒤통수 후려갈겨서 기절시키는 것도 실제로는 잘 안 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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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밀렵꾼 2017/04/09 03:31

    뒤통수 때리면 복불복이예요
    웬만하면 기절만 하는 경우가 없답니다.
    대신 옆구리를 가격하면 무력화되고
    훼손도 별로 안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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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세포반개 2017/04/09 03:41

    없긴 왜 없어요
    제 친구 친형이 겨우 돌아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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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폐청산 2017/04/09 03:42

    조심해서 나쁜건 없죠.
    당황해서 크게 들이마시면 정신 혼미해지는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숨 참을까봐 복부 가격하기도 합니다.
    또. 뒤에서 옴짝달싹 못해서 꽉 부여잡으면 저항해도 맑은공기 마실 수 없게 코와 입이 다 덮어집니다.
    승합차로 납치하는거... 굳이 제가 적지않아도... 범죄로 악용해왔던 이야기들 더러 있어왔고...
    어떤 이야기로는...
    택시기사로 위장해서...  항거불능 상태의 주취자들 납거해가는 일 예전에 많았다고합니다.
    그런놈들이 처벌받거나 갱생한게 아니라면... 아직도 그런일 자행하면서 먹고살고있겠죠.
    다만, 자주는 못할겁니다. 직업적으로 매 번 했다가는 역추적당해 체포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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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는취미로 2017/04/09 04:10

    사람들 반응이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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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임경찰 2017/04/09 04:20

    인신매매 장기매매는 존재합니다 다만 누구를 타겟으로 납치하는건 협박해서 돈뜯으려는 수준이고 술취해서 바닥에 누워있는 인사불성이 데려가기 더 쉽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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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actalz8 2017/04/09 04:30

    그보다 재밌는건 저놈의 봉고차는 하이텔 PC통신 시절(199x년)때부터 매해 등장한다는거
    저 할머니가 불사의 존재로 해마다 친구의 친구를 납치하고 있다는게 공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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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덕팔 2017/04/09 04:54

    이거 그냥 공포 연재글 퍼오신거 같아요ㅋㅋ
    작성자 시점에서 다 해봐서 잘 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네요! 창작글인거 같으니 즐깁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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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落花流水 2017/04/09 05:01

    위에분 말처럼 봉고차 납치는 없다고 하면서 인신매매 경험담을 말해주고 있다는게 포인트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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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작나무주작 2017/04/09 06:47

    ...이게 무슨 유머 사이트냐ㅠㅠ 이렇게 소설덕 유희가 가득한 게시물에 댓글 무덤이라니 ㅠㅠ
    드립이 너무 진지하다고..
    ??? : 뇌물 받는 것도 쉬운건 아냐~
    뇌물을 받으려면 컴펌도 받아야 되고 사업도 가라로 만들어야 되고 독대도 해야되고~
    사람들이 뇌물은 뭐 뚝딱 받는 건 줄 알아~ 걔도 나도 바쁜데 그런 통로 만들고 있을 시간이 어딨어~
    이런거...이런거 해줘요..!(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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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불이아빠 2017/04/0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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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캡틴티모★ 2017/04/09 08:39

    봉고차로 소매업하니 딱한마음에 쓰신건 알겠는데요 이런식의 접근은 아무득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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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nina 2017/04/09 16:27

    밤늦게 골목길로 집 가다가 (이어폰 한쪽만 끼우고 도로쪽은 안낌..) 뭔가 기분이 묘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불끄고 따라오는 스타렉스를 보고
    바로 핸드폰 112 눌러서 전화걸 준비하고 벽에 등붙이고 섰더니 그제서야 불키고 절 지나치는데........열린 창문 안으로 모자쓴 남자들 보이고.....진짜 주저앉아서 울뻔함.............바로 대로변으로 뛰어나가서 집갔어요
    좀 크게 돌아가긴하는데 그 이후로는 밤에 그쪽골목길은 아얘 안갔습니다...ㅠㅠ 그 이후로는 밤길에 항상 앞뒤로 열심히 두리번거리면서 걷는게 습관이 되었네요....밤길 걸어갈땐 이어폰 절대 안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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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리플리 2017/04/09 19:16

    이래서 소매업 하시는 사장님들이 맨날 땅집고 헤엄치시는 겁니다.
    저희 업체같은 경우엔 신약시험으로 구인광고를 올려지원자들 이름 주소 전화번호 다 받고 혈액검사로
    샘플작업까지 마친뒤에 주문이 있을때 바로
    판매합니다. 약도 주는대로 얼마나 잘 먹는데요
    그냥 흰가운 몇개면 되는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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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다나다 2017/04/09 20:12

    없을리가.
    나는 자전거 타다가 옆구리 차여서 얼굴 다 갈리고, 내가 뚱뚱하지만 않았어도 벌써 그 검은 스타렉스 탔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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