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이게 여기 있었네? "
고향 집의 창고를 바쁘게 정리하던 사내는, '야구 카드' 뭉치를 발견하고는 감회에 젖어 멈췄다.
" 뭔데 오빠? "
근처에서 정리를 도와주던 그의 약혼녀가 다가와 묻자, 사내는 카드 뭉치의 노란 고무줄을 벗겨내며 펼쳤다.
" 내가 어릴 때 진짜 열심히 모았던 카드야. 마해영 카드 모으려고 그렇게 고생을 했었는데..햐~ "
옛 추억이 떠올라 절로 미소 짓는 사내.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처음으로 나온 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
여인은 이때다 싶었는지, 사내의 기분을 살리려고 크게 호응했다.
" 오~ 반짝이 멋있다! 오빠 이걸로 자랑 좀 하고 다녔겠는데? "
" 그럼! 내가 마해영 뽑았을 때 애들이 얼마나 부러워했었는데~! "
감회에 젖은 얼굴로 카드를 내려놓는 사내. 그 주변을 뒤적거리니, 죄다 어린 시절 자신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들이었다.
" 하나도 안 버리셨네..참..하나도 안 버리셨어.. "
오래된 장난감을 하나씩 집어 들며 미소 짓는 사내. 부모님 생각이 떠오르는지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그 안색을 살피던 여인은, 괜히 밝게 호들갑 떨며 '로봇' 장난감을 옆에서 들어 올렸다.
" 와~ 이건 되게 비싸 보인다~! 이런 거는 나중에 우리 애한테 물려줘도 되겠는데? 어때? "
" 응? "
시선을 돌려, 여인의 손에서 로봇을 받아드는 사내.
" 이건...? "
가만히 로봇을 바라보던 사내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갔다.
조금씩 동공이 확장하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사내!
순간-,
' 와장창-! '
" 꺅?! "
사내가 로봇을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벽에 부딪혀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버린 로봇!
여인이 깜짝 놀란 눈으로 돌아보자, 사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 아니..아니..아니야..아니야... "
알 수 없을 말을 하며 창고를 뛰쳐나가는 사내!
" 오, 오빠?! "
영문 모를 얼굴로 로봇의 잔해를 힐끔거린 여인이 사내의 뒤를 쫓았다.
.
.
.
사내는 골목길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곁으로 다가온 여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 오빠...괜찮아? 무슨 안 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랐어? 왜 갑자기 그랬던 거야? "
" ... "
" 저 로봇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응? 말해봐. 나한테는 다 털어놓아도 괜찮잖아. "
사내는 말없이 땅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 ...사실을 알게 되면 네가 나를 혐오하게 될 거야. "
" 뭐?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
" ... "
사내는 갈등하다가, 옛날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 아주 어렸을 때 즐겨보던 드라마가 있었어. 거기서 유부녀와 바람을 피우던 어떤 남자가, 그 집 아이한테 장난감을 사주는 장면이 있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비싼 장난감이 생겼다고 좋아하기만 했었지..어떻게 생각해? "
" 어,엉? "
설마 하며 커지는 여인의 눈동자.
사내는 괴로운 얼굴로,
" 아까 그 로봇을 보고 기억이 났어. 그거...우리 아버지가 사준 게 아니야. "
" 뭐?? "
" 우리 엄마와 바람 피웠던 동네 아저씨가 나한테 사줬던 거야.. "
" 아! "
깜짝 놀라는 여인! 사내는 입술을 떨며 자책했다.
" 내가 그 로봇을 받고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알아? 난 정말.. 정말 쓰레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
" 오빠.. "
머리를 감싸 안고 괴로워하는 사내. 옆에서 안타깝게 보던 여인이 팔을 둘러 위로했다.
" 아니야 오빠. 오빠가 너무 어려서 그랬던 거야. 어릴 때는 뭐가 뭔지도 구별하지 못하고, 오히려 너무 순수해서 그럴 수가 있는 거야! 내가 가르치는 유치원 애들도 보면 다 그래! 오빠는 그냥, 새 장난감이 생긴 게 순수하게 기뻤을 뿐이야!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오빠 잘못 아니야! "
" ... "
여인의 계속된 위로에, 조금은 괜찮아지는 사내의 얼굴.
여인은 곧,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 아니 근데, 오빠는 무슨 그런 거로 혐오라는 말까지 써? 오빠도 가만 보면 참~ 소심해! "
" 으음... "
여인은 괜히 사내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는,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 으이구~, 바람 좀 쐬다 들어와요 소심남! "
" ... "
홀로 남은 사내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과연, 그날의 일을 알고서도 그녀는 똑같이 말해줄까?
[ 아저씨! 아저씨 우리 엄마 좋아하죠? 우리 엄마랑 바람 피우고 로보트 사주시면 안 돼요? ]
쓰다가 멈추고, 쓰다가 멈추고 하는 이야기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네요.. 바탕화면에 메모장만 수두룩합니다.
그나마 이런 건 짧으니까 끝까지 쓰는데..
나머지 소재들은 도무지 살리지를 못하고 있네요; 왜 그러죠 으허헝
행복하세요..!
왓 댓글이 얼마없다~ ㅎㅎ 잘봤습니다!
메모장의 내용을 하나로 엮어서 장편을 한번 써보세요 ㅋㅋㅋㅋ
결말을
엄마랑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을 목격하고 장난감으로 협박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건어떨까요?
바람피고 로보트사주세요!,는
제가 느끼기로는 살짝 애매한감이없지않나느껴지기도하네요
항상 복날님 글 잘읽고있습니다 상상력과 심리묘사에 감탄하고갑니다!
그 아저씨가 여인 아빠인줄... 아침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써 ㅠㅠㅋㅋㅋㅋㅋ
아저씨가 우리아빠되어서 로보트사주세요~
잔인할만치 해맑은 순수함....흑
나는 아저씨가 맨날맨날 로보트 사줬으면 좋겠다 이런건어떨지요
맨날 만나라는 소리.,
여러가지 결말이 떠오를만한 이야기인가 보네요 ㅋㅋㅋ
이런 땜빵 수준의 이야기 말고, 쓰다가 중단했던 이야기들도 집중력 딱! 잡고 열심히 쓸게요.. 오늘 안에 하나 목표!
마지막문장이 이해가 안가요 ㅠㅜ
잘봤습니다
지어낸글인줄은 몰랐네요ㄷㄷ
글쓰는 사람들은 진짜 똑똑한것 같아요
엄마랑 바람 피우는 거랑 로보트 사주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지? 개인적으론 대사가 너무 뜬금없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