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정모가 끝나고 그 여자애랑 카톡을 하면서 친해졌는데, 카톡으로 얘기하니까 리액션이 더 다양해지더라
대화하는 와중에도 츳코미 날려야 할 타이밍이다 싶으면 덕후들 블로그 같은데서 자주 보는
만화의 한 장면을 파일로 보내곤 했다. 짤방의 '이 녀석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같은거.
과연 정상인과 대화가 성립할까? 싶더라.
그렇게 몇일 동안 카톡으로 얘기하며 지내다가 단 둘이서 만나게 되었음
그 날따라 걔답지않게 조용해서, "뭔일있냐?" 라고 물었더니 대뜸 노래방을 가자길래 둘이서 갔다
가사 틀렸다고 마이크로 뒤통수 후릴까봐 무서워서 좀 떨어져 앉았다.
사실 여자애랑 단 둘이 노래방에 들어온게 처음이라 부끄러워서 거리를 둔거였지만.
들어가자마자 걔가 애니송을 예약해서 부르는데 그게 아마 바케모노가타리의 러브서큘레이션이었을거다
나름 목소리가 귀엽다고 느끼면서 들었는데
다 부르고 나니까 갑자기 나한테 사귀자고 고백을 하더라.
내가 대답도 못하고 멍하니 있으니까
"아 됐으니까 사귀자고! 아 몰라몰라몰라 안들려 오늘부터 1일!!" 이러고 지 혼자 떠들더니 다시 노래를 예약해서
부르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잠깐 멈춰봐 하면서 취소버튼을 누르고 미안한데 그런 감정은 없다고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
그랬더니 그 녀석은 한동안 무표정으로 있더니... 이내 "어쩔?" 이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노래를 더 오바해서 부르기 시작하더라
별로 상처받은 티 안 내려고 그런 것 같았지만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T.T) 모양의 이모티콘을 나는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4.
내게 고백한 날 이후로 그 년의 우울모드는 심화되어서, 카톡 프사를 무슨 영화 속 한 장면인지 실제 상황인지
목 매단 사람으로 해놓고는 대화명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소설 제목으로 해놓았었다
'설마 아니겠지' 라는 생각은 하면서도 손목 긋는 취미가 있다는 점도 있으니까 걱정이 되어서 자주 말을 거는 등
최대한 어색해지지 않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걔가 끔찍한 결단을 내린 후에 만약 유서에서 내 이름이라도 거론된다면 엄청 귀찮은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머리 속이 가득했었다.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 해도 그게 당시의 내 본심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늦은 밤에 카톡을 보냈길래 확인해 보니까 사진이더라
처음엔 뭔가 하다가 자세히 보니 피로 물든 손목 사진이란걸 알았다. 나는 멘붕. 바로 전화를 걸어서 이딴 짓 하지 말라고 했냐 안했냐 하고
따지자 "뭔 상관이야 남자친구냐?" 라고 노골적으로 내가 자기를 찬 것에 대해 앙심을 품은 듯한 말만 하더라
그래서 아뿅뿅 그럼 맘대로 해라 하고 끊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니 카톡 메시지가 수십통이 와 있었다
내용은 그 애의 평소 기행을 감안해도 좀 충격적이었는데, 마치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불행했는가를 납득시키려는 글 같았다
부모님은 일에 바빠서 자기를 방치했고, 남동생은 자기 속옷으로 ja위를 하고, 자는 동안에 만지기도 하는 것 같다는 둥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과장인지 걸러내는게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리고는
'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죽어야 끝날까? 내가 못 죽을 것 같아? 너도 내가 못 죽을 것 같아?'
'보여줄게'
그 네글자를 끝으로 문자가 끊겨 있엇는데 순간 머리속이 하얘졌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바로 전화버튼을 눌러서
전화를 걸어보니 당연하다는 듯 전화기는 꺼져 있었고, 그 년의 블로그도 들어가 봤지만
비슷한 내용의 장문의 글이 올라와 있고 그 밑에는 서로이웃들이 무슨일이냐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어 내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시발 시발.. 그냥 속으로 시발 뿅뿅됐다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작성자의 상상속인거지?
빨리다음글
이쁘면 거절 안했것지
와 개꿀잼
작가님 다음은 언제나와요?
그러니까 이게 작성자의 상상속인거지?
ㄴㄴ리얼루다가 실화임
ㅖ
오우...씨1발;
그래서 이뻐?
이쁘면 거절 안했것지
빨리다음글
상상이면 좋겟네
그 뒤는?
와 개꿀잼
작가님 다음은 언제나와요?
저런...
그래서 어디까지 해봤어?
근데 왜거절함?
더 올려봐 ....
그리고 너 이러다가 진짜 마지막에 죧토피아 처럼 끝내기만해봐 확!
작가님 필력이 상당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