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토탈워는 2004년에 나온 토탈워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으로 팬덤 내에서는 "모든 토탈워의 아버지" 수준으로 불릴 정도로 현재 토탈워 시리즈에 크게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캠페인맵의 이동방식, 도시와 내정, 공공질서 등등 여러모로 현재 토탈워 시리즈의 기초를 다진 게임.
여러모로 게임성도 출중했고, 그래픽도 수준급이였던지라 상업적으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크나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고증이 씹망이였다는 것.
어느 정도냐면 저게 바로 이집트 군대다!! 무슨 이모텝이랑 아낙수나문 떡치던 시절마냥 죄다 저렇게 웃통까고 다닌다.
저 시대 이집트 왕조는 그리스 인들이 통치하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였고, 피라미드 짓던 사막 왕국 시절처럼 웃통까고 다니는게 아니라 갑옷 받쳐입고 그리스식으로 훈련받은 그리스인 혹은 토착민 군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저런 모습의 병사는 몇천년전 카데시 전투 쯤에 보이는 이집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대충 반영한 결과이고 최소한 몇백년 전에 사라진 모습라는 뜻이다.
참고로 로마가 한창 커지던 시대 이집트 군은 이렇게 생겼다. 그리스군대 처럼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 아니다. 애초에 프톨레미 왕조의 군대가 그리스식 군대였으니까.
거기에다가 로마는 세개 가문으로 쪼개놔서 로마 공화국에 수백년 동안 서로 정치적으로 반목하던 가문들이 있었고, 그런 가문들이 내전을 일으킨것처럼 묘사를 해놨다.
실제로 정치 명문가문이 존재하기는 해도, 여기 묘사된것처럼 독단적으로 외교/군사/경제권을 행사하는 가문 세개가 있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데다가, 로마 정계는 워낙 신참 정치인들이 많고 물갈이가 많이 되서 한 가문이 무슨 정복사업을 벌이는 모습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로마 원로원은 일본 국회가 아니다 이 말이야.
이런 문제점들이 서서히 공감을 얻기 시작하고 역사적 고증에 맞춰서 아예 헬레니즘 세계를 균형있게 통째로 구현하자는 목적으로 시작 된것이 바로...
Europa Barbarorum이라는 초대형 모딩 프로젝트가 시작된것.
정말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였는데, 어느정도냐면 캠페인 맵의 크기가 거의 2배로 늘어나서 스페인에서 서부 이라크 정도까지 커버하던 것이 북으로는 스코틀랜드 부터 남으로는 아라비아 반도 끝까지, 서로는 스페인에서 동으로는 파키스탄-인도 경계지역까지 확장되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각 세력별로 지역 마다 문화별로 설치할수 있는 정부가 달라지고(한 세력의 홈그라운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정부, 역사적으로 확장해본 경험이 있는 지역은 중간 수준,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지역은 직접 통치가 아니라 속국만 설치), 그 정부에 맞춰서 뽑을수 있는 병사들도 달라진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와 팩션들의 상황에 따라서도 뽑을수 있는 군대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로마는 처음 시작할때는 "카밀리안 시대"라고 해서 정말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꾀죄죄한 모습으로 다니다가,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카르타고랑 전쟁을 좀 할때가 되면 "폴리비안 시대"로 변하여 포에니 전쟁 당시의 모습대로 바뀐다, 이 시기에는 로마의 시민 징병제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홈그라운드 정부(이탈리아 본토)만 모병이 가능하다.
그러다가 영토가 공화정 후반기 만큼 커지게 되면 빈민 모병제 중심의 마리우스 군제개혁이 발동되어, 중간수준의 정부(일명 속주 정부)가 있는 모든 지역에서(즉 로마 공화정이 정복했던 모든 지역) 모병이 가능해진다.
바닐라 캠페인 맵
Europa Barbarorum 캠페인맵
바닐라 로마군 하스타티
좌측이 Europa Barbarorum의 동시대 유닛
그리고 병종 로스터들 역시 고증에 따라 대폭 개혁되어 모델링부터, 이름(라틴어, 켈트어, 헬라어, 셈어, 팔라비어), 유닛 대사 (라틴어, 켈트어, 헬라어, 팔라비어는 녹음이 되어 있다.)까지 고증에 미친 역덕들의 손아귀에 환골탈태했다. 셈어는 뻑하면 야훼처럼 모음이 생략되서 녹음을 발음을 몰라 녹음을 못했다는게 내 추측이다.
유닛 클릭할때마다, 라틴어나 그리스어로 쏼라쏼라대는 것을 듣고 있으면 이놈들이 뭔짓을 한것인지 소름이 돋을 정도.
거기에다가 유닛 대사도 모자라 심지어 음악까지 그때 그시절 악기로 연주한 것으로 바꿔놓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로딩스크린과 건물 설명이나, 유닛 설명에도 주저리 주저리 역사이야기를 빼곡하게 적어놓았다.
그러면 이렇게 고증을 끝까지 뽑아낸 모드가 재미는 있느냐? 내 개인적인 경험 뿐만 아니라 팬덤의 일반적인 평가는 "그렇다"이다.
멀티플레이는 그저그렇지만, 캠페인의 경우 그때까지 바닐라 토탈워에 미약했던 문화권 개념, 정부개념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냈으며, Europa Barbarorum이 정립한 캠페인 맵의 범위와 유닛로스터는 제작사의 후속작인 로마 2 토탈워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단적인 예시로, 만약에 지역 하나를 정복한다고 하면, 바닐라는 전투 한두번하고 바로 점령한 지역에서 병력을 보충하고 이동하면 된다.
하지만 Europa Barbarorum에서는 기존 정부를 철폐하고 군정을 설치한 다음, 자국정부가 성립 될때까지 수십턴 동안 그 지역은 못써먹게 된다.
병력을 보충하려면 1. 몇턴씩 걸려서 이미 합병된 지역으로 돌아가거나, 2. 막대한 규모의 예비병력을 같이 운용하면서 그때그때 보충을 해줘야 된다.
즉 간접적으로 보급선과 공세종말점이란 개념을 구현한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캠페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병력보충, 지역의 문화, 재정상황, 지역정부 등 여러 지정학적 요소들을 고려하도록 만든 이 모드는 원래는 땅따1먹기 전술 시뮬레이터였던 토탈워 시리즈의 메타에 일대 혁명을 불러온 것이다.
이후 토탈워의 그랜드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문화, 정부, 보급, 외교 등의 내정요소들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고. 그 시초 중에 하나가가 이 모드라는 것.
비록 이제는 십수년이 지나 후속작 로마 2 토탈워와 그 모드들에 치여 잊혀졌다. 하지만 그때 그시절 덕후들의 열정만큼은 아직도 토탈워 팬덤에 깊은 인상을 남겨서 아직도 로마 2가 후속작이 5개 나온 지금까지 동접율 3위를 기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볼수 있으며, 여러 모더들과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토탈워 게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저건 정말 게임 팬덤 문화의 좋은 예구나
다만 밸런스 맞출 생각은 별로 없었는지 좀 개판이다
셀게이라던가 셀게이라던가 셀게이라던가
셀게이 아니면 프게이.
좇같은 그리스 게이 새퀴들.
저건 정말 게임 팬덤 문화의 좋은 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