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리중 만났던 "손놈" 이야기..

대리기사들은 "손님"을 세가지 종류로 분류해서 부릅니다.
나에게 잘 해주지도 못 하지도 않은 "손님" - 손
나에게 잘 해준 "손님" - 손님
나에게 못 한 "손님" - 손놈
카카오대리 원플로 대리 시작한지 거의 한달 다 되어 가는 배린이 입니다.
대리 시작하고 처음으로 손놈을 만났네요..
대구 위성도시라고 할 수 있는 도시중에 경산이라고 있습니다.
어제 거기에서 14분 운행에 13,000원짜리 콜을 잡고 출발지에 도착해서..
제네시스 G80에 손놈을 태우고 목적지 쪽으로 들어가는데..
처음엔 "기사님 가는 길에 편의점 보이면 잠깐 세워주이소.. 담배 하나 사입시더.." 라고 존대말로 이야기 하더니..
가는 중에 네비는 우회전 하라고 하는데 손놈은 직진하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못 알아 듣고 우회전 하려고 하니..
"어허~ 직진하라니까.. 임마 이게.." 라더군요..
그때 느낌은 일부러 반말을 할려고 했던건 아니고 실수로 평상시 말버릇이 얼떨결에 튀어나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별말 안하고 그냥 냅두고 직진을 했습니다..
그러고나니 그 손놈이 그때부터 말을 놓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아예 지 원래 아는 동네 동생 대하듯이 말을 하더군요..
"신호는 마 제끼라~ 사나 자슥이 쫄보가?"
"스포츠 놔주께 밟아라 임마 밟아라~"
"아이고~ 니는 그냥 노말이나 타라 스포츠는 안되겠다."
"니 차 뭐타노?" (차 없다고 하니..)
"마~ 니 스포츠 경험 못 해봤구나~ 아이고 자슥아 뭐했노?"
결국 도착할 때까지 이런식으로 차부심 부리며..
동네 동생 대하듯이 하대를 하더군요..
성질같아선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제 코가 석자라 그냥 받아주고..
내려서는 싫어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요 클릭해줬습니다.
(카카오대리는 운행이 끝나면 기사도 손님을 평가할 수 있는데..
싫어요, 보통이에요, 좋아요 세가지로 평가를 할 수 있고..
싫어요를 클릭하는 경우, 해당 손님을 다시 만나지 않도록 설정하는 메뉴도 있습니다.)
대리 시작한지 이제 겨우 한달이지만..
e63 amg, 포르쉐 파나메라, 재규어 XF, BMW X6M, 테슬라 모델 S 등등..
나름 잘나간다는 차들 많이 타봤는데..
겨우 제네시스 G80 따위로 차 부심을 부리는게..
같잖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리고 막상 사는 집은 지은지 30년은 됨직한 시골 촌 동네 아파트에 사는거 보니..
한편으론 불쌍하기도 하고.. 암튼 그랬습니다..
첨엔 기분이 좀 나쁘기도 했었는데..
막상 도착할 때 쯤엔 그닥 기분나쁘지도 않더군요..
덧. 중간에 편의점에 내려 담배 사러 갈 땐..
"히야가 마실거 하나 사주께 아무끼나 골라라~" 하면서 제 손까지 잡고 편의점에 같이 들어간거에..
저도 왠지 진짜 동네 형같다는 마음도 살짝.... ㅋㅋㅋㅋ
그냥 돈으로 주지... -_-;;;
("히야"는 대구 경북 사투리로 형을 의미 합니다. 부산 경남에선 사용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고..
대구 경북에서도 요즘 젊은 친구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걸로 압니다.
또 "히야"는 친형이나 혹은 그 정도로 정말 친한 형에게만 사용하는 호칭 입니다.
어설프게 친한 형에게도 "히야"라는 호칭을 사용하진 않습니다.)
덧2. 주차하고 나가는데 마지막으로 그 손놈이 한 말...
"또 보재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