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려다가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겨놔야 오늘의 감흥을 조금이나마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아
제 스타일대로 중구난방 적어봅니다.
(일종의 일기입니다. 매우 길고 두서가 없으니 패스하실 분들은 패스
+ 공연 스포도 있습니다. 스포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 역시 패스)
우선 그제 지인을 통해서 첫콘 티켓을 어렵사리 얻고 그 기쁨을 기세로 삼아
아시는 분은 아실 작년 제왑네이션 악몽의 포토북 사건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부모님이 제주도 여행 가신 틈을 타 굿즈 밤샘러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열두시 막차 즈음 해서 올림픽공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버스로 20분 좀 넘게 걸리는 거리라 오는건 편하게 왔는데
문제는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도착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올림픽공원은 밤 열두시부터 새벽 다섯시까지 출입금지라는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굿즈 판매대에 가서 줄을 서보았는데
어김없이 경비원 아저씨에게 쫓겨남...
그래서 다섯시까지 어디 가 있지 고민하다가 그냥 올림픽공원역에 있기로 했습니다.
오늘 새벽 불펜의 트와이스 굿즈 때문에 모여있는 전날충-_- 사진 (삭제됐더군요) 기억하시는 분 있으실겁니다.
아무튼 그런식으로 세시 정도까지는 계단에 앉아서 이것저것 하다가
너무 추워서ㅠㅠ 어떻게든 체온을 높여야겠다 싶어 한시간 정도 근처를 방황하던 중
우연히 올림픽공원역 바로 옆 개울가(?) 산책로를 통해 올림픽공원 내에 진입하게 됩니다.
이미 몇 명이 그 근처에서 경비원 아저씨 근황을 살피고 있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냥 옆에서 기웃거리다가 조용히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 들어가보았습니다.
이곳저곳 숨어있는 사람들도 있고 발각되어서 쫓겨나는 사람도 있고;;;
다행히 굿즈판매대 근처까지 가게 되었는데 이미 한 열댓명 정도가 줄을 서 있더군요.
시간을 보니까 새벽 네시 십분 정도?
에이 모르겠다 그냥 줄 서보자 하는 생각으로 줄을 섰는데 역시나 경비원 아저씨께서 오심...
맨 앞에 줄 서 있던 학생이 다른 경비원 아저씨가 네시 반 입장 시켜주려다가 그냥 들어가라 했다
뭐 그런식?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아무튼 그렇게 말을 하더군요.
처음엔 무슨 말이냐고 하시던 경비원 아저씨가 흐지부지 그냥 가시는거 보고
어 이러다가 앞줄 서는거 아냐? 생각했는데
제 뒤로 몇 명이 더 오고 오분? 십분? 쯤 뒤에
올림픽공원역 입구에서부터 영화 부산행을 생각케 하는 대인원이
쓰나미 같은 기세로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줄을 서기 시작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정말 운좋게도, 앞으로 이어질 어마어마했던 굿즈 줄의 맨 앞 쪽에 제가 서 있게 된거죠;
제 앞에는 아까의 열댓명 정도가 전부...
그런식으로 전 작년 제왑네이션 때 이틀이나 새벽에 갔다가 모두 간발의 차로 포토북을 못샀었던
그 악몽의 시간을 떨쳐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굿즈 판매는 열시부터인데 줄이 생긴 시간은 네시 이십분 즈음.
거의 여섯시간을 거기서 버텨야한다는 절망감이 저를 잠식해 들어갔습니다.
뭐 줄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변죽이 좋아서 아무한테나 말 걸고 친해지는 성격도 아니고
그냥 서서 혹은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버티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지고 간 핫팩은 이미 다 써버리고 붙였는지 안붙였는지 티도 안나는 상황을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버텨냈습니다.
레알 저체온증 걸리는 줄ㅡㅡ
왜 내가 이 고생을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그냥 무를 수가 없고 갈 때까지 간 상황이라ㅠㅠ
그렇게 마의 일곱시를 넘기고 근처 편의점도 문을 연지라
앞사람과 돌아가면서 화장실도 갔다오고 편의점 가서 몸녹일 핫초코도 사 마시고
또 인내하고 인내하여 결국 열시 오분에 원하는 굿즈들을 살 수 있었습니다.
표 양도해준 지인의 지인분에게 대리구매 해주는 품목들을 사고
제가 친가쪽 모임때문에 막콘 포기하면서 콘서트 희망을 주었던 외가쪽 사촌동생을 달래줄 품목도 사고
정작 제 예산은 별로 많지 않은 관계로
제 건 포카셋, 바인더, 슬로건, 포토엽서, 스티커엽서, 볼펜, 포스터, 엘홀더 정도 사고 말았네요.
나중에 다른 분들 후기 보다보니 보조배터리라던지 캔디봉파우치라던지 이런 것도 땡기긴 했는데
그냥 포기했습니다.
더 이상 탕진할 돈이ㅠㅠ
그렇게 불량품 확인까지 마치고 집에 들러서 굿즈 놓고 밥먹고 잠깐 눈 좀 붙이고 다시 가자
하는 생각으로 집에 왔다가 밀린 제 빨래가 보이길래 밥먹고 그냥 빨래하고 널고 나왔습니다ㅋㅋㅋ
다시 올림픽공원에 돌아온 시간은 세시 남짓
이제 슬로건이라든지 포카라든지 각종 나눔이 있을 시간이라
뭘 받지 하고 입구에 들어서는데
양쪽에 줄이 어마어마 하더군요. 슬로건 나눔이었는데 누구건지는 모르겠고
딱 봐도 몇백명 수준ㅋㅋㅋㅋㅋ
멘붕하고 이것저것 나눔 정보 알아봤는데 대부분 당일 티켓을 소지하고 있어야 받을 수 있는ㅠㅠ
전 티켓 현장 수령 대상자라 낄 수가 없는 경우가 다수더군요.
그래서 슬로건 두 개, 챙깨비 포카 하나, 다른 포카셋 하나 이렇게만 챙기고ㅠ
다른 원스들 돌아다니는거 보니까 나눔하는 예쁜 슬로건 정말 많더라구요.
하지만 제건 없었...또르르
포기하고서 기존에 제가 주문신청했던 효갤 슬로건과 지효찍덕 슬로건만 추가로 수령했습니다.
이것도 너무 늦게 알아서ㅠ 멤버별로 예쁜 슬로건 많던데 최애인 지효 것만 막차타고...
나머지는 그림의 떡 으으...ㅠㅠ
또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티켓 수령할 수 있는 부스가 문을 열어
티켓을 수령하고 또 하염없이 추위와 싸웠습니다.
바보같이 씻고 나오면서 추가로 뭘 더 안챙겨서ㅡㅡ
새벽에 너무 진을 빼서 그런지 머리가 너무 안돌아가서 몸이 사서 고생을 했네요ㅠ
아무튼 이러저러하다가 드디어 공연 시간!
전 2층 35구역이어서 시야가 어떨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듣던 것보다 더 어핸꿀이더군요
돌출무대가 생각보다 많이 앞으로 나와있어서 애들 잘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좋았습니다.
나름 큰 돈 쓰고 아이돌 콘서트 처음 온건데 시야때문에 돈값 못할까봐
저가지만 망원경까지 구매했는데 쓸 필요가 없는 수준ㅡㅡ
공연 시작하고 애들이 나오는데 참...
그냥 좋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에 굿즈때문에 고생한거 싹 사라지는 느낌ㅎㅎ
연석을 구했으면 여친님도 데려왔을텐데 오히려 못구한게 다행으로 느껴졌네요
헤벌쭉하는거 보고 있으면 아무리 관대하기로 주변에서 유명한 분이지만 분명 뭐라 했을 수준ㅋㅋㅋ
애들 유닛으로 정지미 / 나모사챙 / 다쯔 이렇게 나눠서 하는데
캬...
마돈나 포미닛이라는 명곡을 고른 정지미 대단함
갓지효 무대 카리스마는 그냥 따봉... 너무 예쁨
정연이 무대의상 참 잘 어울림ㅎㅎ 역시나 잘생쁨의 대가다움
미나리 머리 자른거 정말 예뻤어요 뭔가 좀 더 여성스러워진 느낌?
너무나 귀엽게 검은고양이네로를 보여준 다쯔도 참 좋았어요
두부 오프닝 피아노 최고!
두부랑 주희 둘 다 고양이 의상이 굉장히 잘 맞아서 놀랐네요.
간만에 보는 터보춤이라 더 반가웠음...
유닛의 개인적인 베스트는 비욘세 yonce 무대를 보여준 나모사챙...
하 진짜 모모는 어쩌면 좋나요ㅠ 이정도로 소위 갭모에가 큰 아이돌은 처음 봄...
춤출 때 모모는 진짜 갓 오브 갓 전설의 레전드 수준
나봉이는 역시나 섹시가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리고
사나는 그냥 뭘해도 귀여움ㅋㅋㅋ
우리 챙이는 미자인데 저래도 되나? 싶은 춤을 느낌있게 잘 소화하더군요.
유닛들 무대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카드캡터체리 + 세일러문 + 포니테일 로 이어지는 무대 구성도 아주 마음에 들었고요.
체리 인트로 나올 때 등장하는 나봉이의 모습+_+
미나리는 세일러문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ㅋㅋㅋ
본인이 일단 상당히 즐기는듯ㅋㅋㅋ
오늘 정말 좋았던게 중간중간 브릿지 영상 VCR들
퀄리티가 정말 최고였어요.
원래 아이돌 콘서트들 다 이런식으로 하나? 하는 느낌
DVD 낼 때 부가영상으로 좀 넣어줬으면ㅎㅎ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건
PIT A PAT 과 NEXT PAGE 무대를 처음으로 봤다는거
트둥이들 안무 디렉터 존경합니다(__)
이거 연습 영상도 브이앱으로 좀 공개해줬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습니다
콘서트때만 보기에는 너무너무 아까운...
널리 알려야 됩니다 두 곡 다 노래와 안무가 아주 찰떡궁합임
남자아이돌 무대는 그동안 남자아이돌 노래를 제대로 안들은지가 꽤 되서
음을 흥얼거릴 수는 있는데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는게 아쉽더군요.
막콘 때 두 곡 외워가야지-.-
앵콜 무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원스들 강제 인증 방식은 나름 신선하면서도 재밌었네요.
역시 내가 주인공이 아니니까 웃고 즐길 수가 있었... 너무 잔인했나ㅋㅋ
리프트 타고 무대 도는건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
그렇게 가까이서 애들 본건 처음이라 그 순간이 참 소중하더군요.
아쉬웠던건 지효가 제가 있는 구역에 왔을 때 계속 뒤돌아있었다는...흑흑
저희 구역 앞자리에 모모 지인 혹은 언니가 있던거 같더군요.
모모가 엄청 반가워했음ㅋㅋㅋ
엔딩멘트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앞으로 공연 보러 올 수 있을 때 많이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처음 미나리가 소감 말할 때부터 울기 시작하니까
애들 다 전염되서ㅋㅋㅋ 역시 눈물과 하품은 전염성이-.-
챙이는 씩씩하게 자기 할 말 다하는 모습이 역씌 우리 아기맹슈다웠네요.
정연이 지효 다현이 멘트하면서 눈물 보이는데 어우 약간 울컥하게 되더라구요.
정연이 안울려고 하다가 눈물 터지니까ㅠㅠ
지효는 정연이가 울어서 자긴 안울겠다고ㅠㅠ 그 큰 눈에 눈물 가득 고인채로 이야기하는데
저한텐 여신이 따로 없는 클라스ㅋㅋㅋ
다현이는 역시 울 때가 가장 귀엽다는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울먹이는 말투가 그냥ㅋㅋㅋ
모모는 그냥 진지하게 말하는데도 웃겨서ㅎㅎ
나봉이도 눈물 보이고 간만에 무대에서 맏이 다운 모습 보여줘서 참 좋았습니다.
생각나는 것만 의식의 흐름대로 적다 보니까 역시나 쓸데없이 길기만 엄청 길어졌네요.
뭐 항상 후기 쓸 때마다 이러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해주세요ㅎㅎ
첫콘과 대동소이하겠지만 막콘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꼭... 가야겠어요ㅎㅎ
일단 오늘 여친님 기념일 이벤트부터 잘 챙겨야 맘편히 갈텐데 말이죠...
아무튼 하루동안 나름 스펙타클했던 일들 정리하면서 자려고 합니다.
원스분들 다들 좋은 밤 되시길...
불펜에 계신 중콘 굿즈 대기자분들 꼭 원하는거 구매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핏어팻 최고였음
어휴 글 잘읽었습니다 역시 트와이스팬에다가 노비츠키팬이시라 글만 봐도 갔다온 느낌이네요ㅎㅎ수고하셨습니다
게임할때 제발 나만 아니면 돼를 속으로 외쳤는데 ㅋㅋㅋ
챙이 유닛 무대 파트에서 다들 조용했었죠 ㅋㅋ/ 정지미 유닛 이름 때문에 곡 선택한 느낌도 들었네요 ㅎㅎ/ vcr같은 경우는 다들 하나봅니다 딴 얘기인데 사실 불펜에서는 조용했지만 트와이스 아이오아이의 마마 vcr이 엑소 콘서트 vcr컨셉을 표절했더군요...
눈을뜨면//ㅋㅋ..저도
콘서트를 못간 입장에서 이런 자세한 후기는 감사하죠 ㅋㅋ 재밌게 잘 읽었슴니다 ㅋㅋ
전 이런거 잘 기다리시는 분들 존경스럽네여 ㅠㅠ 성격이 급해서 30분도 못버팁니다. 굿즌 꿈도 못꾸고 입장 줄도 안스고 시간 다 지나가서 들어갔네요. 넘 늦게 가서 하마터면 못들어갈 뻔;
스탠뮤지얼// 너무 좋았어요ㅎㅎ 꼭 무대로 다시 보고 싶습니다.
GBGB// 좋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__)
눈을뜨면// 다 그렇죠 뭐ㅋㅋㅋ 그런데 막상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하고 미리 춤생각까지 해놨었...ㅋㅋㅋ
공룡의가을// 미자인테 챙이 그런거 잘어울려서 놀랐네요ㅎㅎ VCR 역시 다 하긴 하는군요. 그래도 퀄리티 꽤 좋은 수준이었다고 감히 자신있게 이야기해봅니다ㅋㅋ
사나와지효// 감사합니다ㅎㅎ
갱스터// 아이구 기다리는거야 그냥 시간죽이는거라... 전 애들한테 힐링받는 것 때문에 뭘 해주고 싶어도 영상편집 이런거 배울 생각은 전혀 안들더군요; 노력이 부족함ㅋㅋㅋㅋㅋ 다 각자 자기 잘하는 분야가 있는거죠ㅎㅎ
정성스런 후기 잘봤습니다. 그래도 집이 근처라 다행이였네요 ㅋㅋ 새벽에 고생하시고 휴식 취할 수 있었던게요. 디테일한 후기 보니 콘서트 dvd 가 더 기대됩니다 (블루 레이였음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일은..ㅜ). 다시 한번 후기 잘 읽었습니다!
티켓없이도 받을수 있는 슬로건 어떤거있었나요??ㅠㅠ
지와우// 빨래하고 널고 그냥 나와서 씻은거 말곤 휴식한게 없...ㅠㅠ 블루레이 꼭 나왔으면 좋겠는데... 가수요조사해보면 꽤 나올 것 같은데 말이죠.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넥센히어로즈// 음 트갤이나 트윗 보시면 슬로건 정리글 있을거에요. 공룡의가을 님이 올려주신 콘서트 관련 링크 모음 글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봤던 것 같구요.
잘봤어요 ㅎㅎ 사우나서 라면먹으면서 봤네요 몇시에나가야될지 각잡고있습니다
뻔한멜로디// 꼭 성공하세요 제발ㅠㅠ 곧 세시니까 슬슬 움직이셔야 할 것 같아요.
아, 진짜 현장에 있는 듯 실감나는 후기 좋습니다. 요즘 너무 바빠져서 매일같이 들러 복습하던 불펜조차도 못 들어올 지경인데, 이런 후기는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잘 읽었어요. 그나 저나 고생이 장난 아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