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1095523

응원사진이찍기싫어 슬픈짐승이여.(성묘길냥이들과 가족으로 살기)

수컷 길냥이 구조해서 마당냥이로 키우는데, 잊을만하면 새로운 수컷 길냥이들과의 영역싸움으로 다칩니다. (길냥이들 싸우는 걸 장난 쯤으로 여기시거나 시끄럽고 듣기 싫다고만 생각하시는 분들 있는데, 얘네들 입장에선 정말 목숨 걸고 싸웁니다. ㅜ  영역동물이라 싸움에서 져서 영역을 뺏기면 살아갈 터전을 잃고 죽는 거거든요. 더군다나 싸우는 과정에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물어뜯기는 일도 흔하고, 그냥 물리기만 해도 그 부위가 감염되며 안 쪽이 다 썩어나가면서 목숨을 잃는 일도 흔하죠. )  
이 녀석도 그렇게 한여름에 물려서 방치된 채로 다리 안 쪽이 다 곪아터져서 걷지도 못하고 기어다니는 걸 보고 너무 안돼서 구조해서, 다리수술 2번이나 하고 두달동안 병원에 있다가 그 때부터 저희 집 마당냥이가 되었네요. 
어제도 새롭게 나타난 싱싱한 젊은 수컷에게 왼쪽 뒷다리를 물려서 방에서 요양 중입니다.^^;   이 녀석은 나이도 많고 중성화를 시켜서 파이팅에서 잽이 안되는데도 부득불 또 나가서 싸워요. 자기 집 지키겠다고 ㅜ


 부상 중이라 심기가 불편하신지 카메라 셔터 소리에 경계하네요.
평소엔 현관 열고 나가면, 어디서 한참 자다가도 꼭 달려와서 계단 앞에서 저리 한 번 뒹굴~ 합니다.  


이 배를 한 번 쓰담쓰담~ 해 주고, 귀여움을 퍼부어 주지 않으면 이 길을 지나갈 수 없다~! 이런거죠. ㅋ 




 쩍벌남의 진수. 바바리 캣.
잔디 푸른 계절에는 한 마리 밀림의 사자마냥 늠름한 자태를 뽐내기도 하지만

 
실제 성격은 애교쟁이~


 
 
 + 수시로 쩍벌남
얘는 구조할 때만 해도 엄청 사나워서 병원에 입원시키면서 병원분들 고생하실까봐 걱정했는데, 치료과정에서 의사샘이나 간호사샘들이 얘 별로 안 사나운데요? 이런 반응이라 저는 응?? 하다가, 뭔가 점점 면회 갈 때마다 병원분들의 애정을 폭발적으로 받는 느낌이 들더니.....
퇴원시켜서 집에 데리고 온 날, 세상에 갑자기 제 무릎 위에 올라와 너무나 안심이 된다는 듯, 코를 드르릉~드르릉~ 골며 제 무릎 위에서 숙면에 빠지더군요;;  (저는 고양이도 코를 곤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키워보니 얘는 어릴 때 사람 손에서 크다가 버려졌거나 중성화를 안 시켜줘서 발정 때문에 집을 나왔거나 한 것 같아요.  사람을 정말정말 좋아하고; 사냥할 줄 모르고;  음식물 쓰레기 먹는 게 버릇이 되어 있어요.ㅜ   얘 말고 또 암컷 정말 길냥이 출신인 아이도 구조해서 키우는데, 걔를 몇 년이나 먼저 키웠고,  더 어릴 때부터 키웠는데도 걔는 야성이 항상 남아있거든요.   일단 사람을 보면 무섭고 도망부터 가고 싶은데 그 두려움을 정말 꾹 참고 저한테 다가와 주는 게 느껴지거든요.  
암컷 사진~  
 일단 기본적으로 얼굴에 불신이 가득~하죠. ㅋㅋ   인간 따위 믿을 수 없다; 이런 마인드.(사실 저도 동의)

하지만 애교 부릴 땐 또 여자아이 특유의 매력이 가득~ 
겁이 너무 많고 경계가 심해서 허피스 같은 거 걸릴 때 약 넣어줄려고 눈 만질 수 있을 때까지 한 5년 걸렸습니다. ㅎㅎ
혹시나 어떤 묘연으로 다 큰 성묘 길냥이를 거두어야 할 때 과연 집냥이로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신 분들이 계실 수 있는데요, 저도 정말 첨에 저 암컷 거둘 때 걱정 너무 많았고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는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렇다고 못 본 척 죽든지 말든지 버릴 것인가 밤잠이 안 올 때가 있었는데요. 
결론은 '충분한 시간'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과 진정한 애정을 주면 그 어떤 사나운 길냥이들도 다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은 동물들이 사람에게 맞춰주는 부분이 훨씬 클 수도 있거든요. 자기들은 본능인 모든 부분들 - 가구나 음식 등 물어뜯으며 놀고 싶고, 아무거나 먹어보고 싶고, 야행성이라 밤에 뛰어다니고 싶고... 이런 것들을 다 억누르고 인간 패턴에 맞춰 사는 겁니다.  (사실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사료와 더불어, 동물들 입장에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해서 요즘 그렇게 암 걸리는 애들이 많지 않은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내가 맨날 하지마라고 화내고 짜증내고 귀찮아하고 이런 부분들이 동물들에게는 본능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고, 무슨 이쁜 옷 같은 거 막 입혀서 맨날 사진찍고 귀찮게 하고 이런 것보다 최대한 서로에게 본능을 인정해 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지겠단 각오.   그런 게 있는 분들이라면 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발, 개나 고양이나 귀엽다고 키우지 마세요. 쟤들은 무슨 인간에게 귀여움을 주기 위한 인형들이 아닙니다.  쟤들도 생명이고 아플 거 다 아프고,  온갖 병 다 걸리고, 자기의 감정이 있고 자기도 하고 싶은 게 있지만, 인간들에겐 친구가 있고 직장도 있지만 그들에겐 오직 주인과 주인이 허락한 것 뿐입니다. 요즘같이 여행 많이 가는 시대에 여행 갈 때마다 어디다 맡기고 갈 것인지도 평생 생각해야 하는 숙제이구요. 귀엽다고 아무 생각없이 키우다가 귀찮으니 버리고, 아파서 병원비 나오면 버리고, 결혼이나 이사 등 인생에 조금의 변동만 생기면 남 주고... (나도 안 키우고 떠넘긴 애를 그 남이 마지막까지 키울 것 같은가요?) 
핸드폰이나 택배 온 거 떨어질세라, 물에 젖을세라 애지중지하면서 생명은 무슨 쓰레기마냥 갖다버리는 세상... 가끔씩은 참으로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습니다.  물질보다 생명이 못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하면서, 저희 불페너들 중에는 그런 분들 안 계시리라 믿고 함께 하는 모든 가족들, 인간이든 동물이든 항상 건강하길 빌겠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죄송하네요, 이럴 작정이 아니었는데;; ㅎㅎ
댓글
  • babe 2019/07/20 16:06

    잘 봤어요
    고등어였나 암놈만 잇다고 햇던거 같은데 숫컷인가ㅗ네여

    (OTcr7B)

  • ghostt 2019/07/20 16:08

    [리플수정]감사합니다~ 마지막 사진 두 장만 암컷이고, 앞엔 다 수컷이에요. ㅎㅎ
    어쩌다 보니 생긴 것도 비슷한 두 녀석을 키우게 됐네요.

    (OTcr7B)

  • 幸せな結末 2019/07/20 16:55

    남매라해도 믿겠어요 ㅋㅋ 냥이들 이름은 뭔가요~? 전 성견 유기된 아이 키운지 10년이 넘었네요. 강아지야 사람 친화성이 크기때문에 잘 적응해서 지냈는데 성묘는 어떨지 생각을 안해봤네요. 고양이가 스스로 마음을 열때까지 긴 시간 기다려준 집사님의 따스함을 글에서 충분히 느꼈어요~ 그리고 이 말 정말 공감합니다. " 사실은 동물들이 사람에게 맞춰주는 부분이 훨씬 클 수도 있다 " 서로 맞춰서 길들어가는 거지만 동물들이 우리에게 맞춰주는 부분이 더 많을텐데도 가끔 간과하죠. 그런거 생각하면 더 잘해주고 싶은데 그러지못해 미안하네요 ^^*

    (OTcr7B)

  • ghostt 2019/07/20 19:08

    유기견 거두셔서 그렇게 오래 키우셨다니 대단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이름은 첨에 구조할 때 병원에서 부를 이름으로 대충(?) 지어서ㅎㅎ 수컷은 그냥 야옹, 암컷은 꼬마일 때 만나서 꼬마라고 지었는데, 그 후에 아예 저희 집 성을 붙여서 이제 병원에서 ㅇ야옹, ㅇ꼬마 이렇게 부릅니다 ㅎㅎ

    (OTcr7B)

  • 룸펜 2019/07/20 19:17

    체험에서 묻어나는 좋은 글입니다. 냥이들이 복받았네요. 더불어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

    (OTcr7B)

  • ghostt 2019/07/20 19:48

    감사합니다~ 저도 이 주택에 이사 오기 전까진, 길냥이에 대해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었는데 삶이란 무엇인가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쓰레기를 먹고 사는 삶들(실상은 그걸 먹으며 죽어가죠), 그 옆에는 쓰레기를 주워서 폐지를 줍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 또 있구요.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관심이 없으면 몰랐던 그 바닥의 삶들이란 게 얼마나 처참한지 사실 눈뜨고 볼수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들도 너무나 많이 봤구요.ㅜ

    (OTcr7B)

  • 샤키레또 2019/07/20 20:51

    진짜 경계심 강한 아이들이 어느 순간 곁을 내줄때 그 감동이란...ㅜㅜ

    (OTcr7B)

  • ghostt 2019/07/20 21:08

    그러게요ㅜ 삶이 힘들고 몸이 아픈 아이들일수록 더 경계가 심하죠. 그 녀석들도 손만 내밀어주면 얼마나 마음을 열어줄지 아는데 다 거두지 못하는 게 가슴 아플 뿐입니다 ㅜ

    (OTcr7B)

  • 판신 2019/07/20 22:18

    유튜버 한번 해보세요, 지금 동물컨텐츠는 평타 이상입니다ㆍ 사료값도 벌고 자랑도 좀하고 일석이조 입니다

    (OTcr7B)

  • Demonseye 2019/07/20 22:44

    흐뭇하게 사진보다 글에 공감해 추천드리고 갑니다.

    (OTcr7B)

  • tisapanya 2019/07/20 23:26

    코도 골고 잠꼬대도 하고 방귀도 뀌고 사람 하는 거 다 하죠. 어떤 때는 정말 말귀 좀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는 반면 어떤 때는 사람이 고양이 탈 뒤집어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OTcr7B)

  • ghostt 2019/07/20 23:45

    관심가져 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다들 감사합니다~ 유튜브는 제가 그렇게 재주가 있고 부지런한 사람이 못 돼서...ㅎㅎ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OTcr7B)

  • 애국김재규 2019/07/21 02:42

    마당고양이 참 보기좋아요
    궁금한게 있는데요
    마당에서 키울경우 진드기 생기진않나요?
    동물방송에서 귀농해서 밖에서키우는 고양이가 나왔는데
    진드기가 종종 달라붙어와서 걱정하더군요
    개인적으로도 그 부분 참 고민되던데요
    ghostt님 마당은 어떻신가요
    관리하는 법이 따로있으신지

    (OTcr7B)

  • 보이드 2019/07/21 03:41

    이런 분들만 애완동물 키웠으면 인터넷에 논쟁이란 건 없을 겁니다 ㅠㅠ

    (OTcr7B)

  • ghostt 2019/07/21 07:45

    [리플수정]진드기란 게 아무데나 살진 않구요. 관리가 안 된 야생 수풀이 우거진 곳에 살더라구요. 항상 사람이 관리하고 약도 치고 하는 집 정원 안의 풀이나 잔디에는 살지 않습니다. 집 옆에 바로 붙어있는 공터 같은 게 있다면 거기서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제 경험상 그런 일은 없고, 단지 내가 키우는 애가 그 공터에 가서 몸에 묻어오게 됩니다. 실제로 저도 바로 뒷터의 빈땅에서 초창기엔 진드기를 붙여와서 엄청 놀래고 또 진드기 떼는 게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냥 당기면 이빨이랑 다리가 피부에 남아있어서 염증을 일으키거든요.

    (OTcr7B)

  • ghostt 2019/07/21 07:53

    [리플수정]근데 이것도 유튜브 찾아보고 몇번 해보니 아무것도 아니에요.ㅎㅎ 그리고 중성화를 시켜주고 길이 들면 쑥쑥한 데를 저절로 가지 않게 됩니다. 마당에서만 살아요 ㅎㅎ. 그리고 빈터의 수풀을 여름마다 대충 쳐 주니 진드기 안 묻혀온지가 벌써 수년째네요.
    보이드/ 감사합니다.ㅜ 저도 소리도 지르고 화도 내고 속도 끓이고 많이 헤맸습니다. 사실 전 마당냥이로 키워서 시간이 오래걸린거지 실내에서 키우면 순화가 훨씬빨리 됩니다.그렇다고 무작정 경계가 심한 다른 데 살던 길냥이를 내욕심에 집에 들이면 탈출해서 낯선 영역에 버려질수도 있구요

    (OTcr7B)

  • 잔크다르 2019/07/21 08:39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네요 사진이랑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저도 모르게 미소가 ㅎㅎ
    냥이들이 넘 이쁘고 사랑 받고 있다는게 느껴지네요 ^^

    (OTcr7B)

  • 정직한사람 2019/07/21 10:49

    냥이들아 행복하자ㅎㅎ

    (OTcr7B)

  • 그린블루 2019/07/21 11:07

    개성 강한 두 냥이 모두 잘 살기를 바래요~

    (OTcr7B)

  • 라드부르흐 2019/07/21 11:10

    은퇴 시기를 놓치면 냥아치 되는 거다. 잘 생각해봐.

    (OTcr7B)

  • 사물의이면 2019/07/21 13:34

    정말 이런 분들만 동물 키우면 좋겠네요
    글 잘 봤습니다 마음이 참 따뜻하신 분 같아요

    (OTcr7B)

  • 고양이님 2019/07/21 13:36

    복받으실겁니다.

    (OTcr7B)

  • ghostt 2019/07/21 14:54

    [리플수정]다들고맙습니다ㅜ.다른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들도 함께힘내서 진짜 힘들때나 좋을때나 끝까지 함께했음 좋겠습니다.길냥이 싫어하시는 분들도 그애들 입장에선 눈떠보니 길냥이로 태어났을뿐이고 주어진 운명대로,살기위해 오늘도 처절히 노력할뿐이니 자비심을 갖고 바라봐주십사 부탁드려봅니다. 밥주시는 분들도 중성화를 시키지않고 개체수만 늘리는 행위는 오히려 또다른 죄라고 동물보호협회에서도 말합니다.길냥이의 최후는 언제나 반드시 처참할 뿐입니다.그런일을 겪는 생명을 무분별하게 늘리는거니까요.단 수컷은 호르몬변화로 특정개체만 띡 시킨다든지 해선 안됩니다

    (OTcr7B)

(OTcr7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