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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불륜글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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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말 일본으로 출장을 가게됐음.


보배에선 일본으로 여행간다 하면 쌍욕 먹지만...어쩌겠음 일하러 가는건데


낮에 일하고 밤에 뭐 해야지, 어디 맛집 가야지..


뭐 이런저런 생각에 살짝 설레고,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 기분은 좋았음


출장당일, 기내 중간자리에 탑승.


기내식 먹고잘까  그냥 잘까 고민하고 있는데


웬 여자가 " 저 죄송한데 일행이라 그런데 복도쪽에 앉으실래요? " 라고 함


향수 냄새 존나 나는 20대후 30대초 여자와 40대초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음 (남자 홍콩배우 여명닮음)


속으론 에이시팔 겉으론 존나 쿨한척 매너있는 척 하며 자리 바꿔 줌


그렇게 비행기가 뜨고 한참 가고 있는데 둘이서 하는 이야기가 들림


쇼핑백에서 뭐 꺼내며


" 오빠 잘 쓸게 고마워 , 득템했다 "


그러면서 가게 이야기 아가씨 이야기 하는데...


딱 감이 술집 마담이나 실장이구나 느낌이 옴 (아가씨는 아닌거 같았음)


남자왈 " 밥해주는 식모만 안오면 퍼펙트 한데 뭐 어쩌고 저쩌고


여자왈 " 그래도 마지막날은 애들이랑 와이프랑 좋은시간 보내요! 그리고 식모가 뭐냐?!


이지랄 하는걸 듣는순간 아! 불륜이구나


개새끼와 썅년이네!


더 이상 듣기도 싫고 별 관심도 없어서 좌석에 붙어있는 리모컨 꺼내서 이어폰 끼고 오목이랑  축구 게임했음


하고 있는데 출입국 신고서 나눠 주길래 승무원한테 볼펜 빌려서 쓰는데


옆에 썅년이 볼펜좀 빌려달라 함


떨떠름한 표정으로 빌려줬는데 고맙다는 말 안함 (아주 시발년임)


그리고 일본 도착해서 일 하고 관광하고 그렇게 출장 마무리 함



2월 어느 주말 군대 모임이 있어 강남 고기집으로 감


선임 누나가 오픈한 갈비집임


군대 선후임, 동기중에서 낚시 좋아하는 사람들 모이는 모임인데


낚시 가기전 정리도 할겸 술도 할겸 다 같이 모임


보통 1차 술먹고  2차는 나이트 , 노래방, 호프집 , 여친만나러,  네부류로 나눠지는데


난 보통 여친만나러 감


그렇게 1차를 마무리하면서 각자 2차 어디가자 어디가자 하고 있는데


선임중에 한명이 술만 먹으면 그렇게 해맑게 처 웃는데


누굴보면서 엄청 온화한 얼굴로 환하게 웃는거임


베시시 웃으며 " 인사해 우리 매형이야" 하는데


몇달전 비행기에서 봤던 그 새끼임


난 한눈에 알아봤는데 그새끼는 날 못 알아 본 거 같음 (사람이 많아 나를 못 봤을 가능성도 있음)


다들 각자 맘맞는 사람끼리 2차를 가고, 난 평소였음 여친 만나러 갔을건데


그날은 그 선임따라 호프모임에 합류함 (여친 기다리고 있었는데 엄청 지랄지랄함)


오랜만에 2차를 호프집가니 그 선임이 참 반가워 함..웬일이냐며...


그 선임 옆에 내가 앉았음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데...


나는 계속 그 선임의 매형새끼와 불륜녀 생각이 남


혹 내가 잘못 본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새끼가 맞음


인정하긴 싫지만 여명닮은 잘생긴 그 얼굴


아 이걸 선임에게 말해야 하나? 아님 모른 척 해야 하나?


술자리에 집중이 안 될 만큼 머릿속이 복잡해짐


친한 동기가 있는데 이 새끼랑 상의할까 했는데 이놈이 1차 중간에 여친만나러 간 상태라


누구한테 말하기도 그렇고...


군시절 선임이 날 괴롭히고 때렸던 사람이면 아무 고민도 없었을텐데


날 엄청 잘 챙겨준 선임이고 사람이 참 순한 사람이라 더 고민이 됐음


한가지 일화로 이등병때 내가 무릎에 물이 찼던 적이 있었는데 이 선임형이


날 항상 부축해서 식당까지 데리고 댕겼음


술 먹으며 얼굴을 보고 있자니


당연히 내가 봤던 사실을 말해주는게 맞는데...


이게 또 괜히 말했다가 가정이 깨지는거 아닐까? 애들도 있는데..


말하는게 잘 하는걸까? 그냥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좋은게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들면서 술맛도 없어짐


다음에 친한동기랑 선임 불러서 다 같이 상의 해볼까?


그래서 답을 도출해낼까? 그럼 나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니


이혼하더라도 가정이 깨져도 나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니깐 죄책감은 덜 하겠지?


근데 선임형이 나한테만 말하지 매형 바람핀걸 동네방네 소문을 냈냐? 화내고 속상해 하면 어쩌지?


정말 생각을 많이 하니 생각이 늘고 더 복잡해졌음


그래서 일단 빙빙돌려서 가정사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선임형 누나얘기 살짝 물어봄. 조카 몇살이야 하면서...


톡사진 보여주면서 조카사진 보여주는데 조카들을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함


우와 우와 이쁘다 좋다..무의미한 리액션 해주면서 (더 많은 사진 보고 싶어서)


그러니 선임형이 신이 났는지 본인프로필 말고 누나 프로필 열면서 아이들 사진 보여줌


남편 새끼도 있는데 네 가족이  참 행복해 보임


부부 사이는 좋아? 행복해 보인다 . 여자애는 아이돌 시켜도 되겠다


내가 이런저런 질문을 하니


" 뭐 그냥 잘 살지.. 근데 넷이 어디 잘 다니더라 "


내 질문에 크게 대답은 안하고 사진만 이것저것 보여줌


사진을 보니 더 고민이 커짐


지금 생각하면 난 아마 선임의 누나와 매형이 사이가 안좋길 바랬던거 같음


그러면 내가 말하기 더 쉬웠을테니깐..


어디선가 누군가의 말을 들었는데...


남의 가정사와 연애사는 모른척하는게 답이라고


짧은 한 줄의 말이지만... 이 한줄에는 많은게 담겨 있다고 생각함


어떤 누군가는 나에게 그걸 당연히 바로 선임에게 말해줘야지! 나쁜새끼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 참 선택이 쉽지가 않았음


그리고 그날은 그냥 술만 먹고 헤어졌음


나만빼고 3차를 갔는데...여친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고 혹 술먹고 술김에 내가 말하게 되면


안 좋을수도 있으니... 말을 하더라도 술깨고 맨정신에 말하자


그래서 그냥 말 안하고 돌아옴


나라는 사람이 입이 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묵직하고 무겁지도 않음


평소 나였음 이 선임을 모르는 사람한테  나 이런고민있다 하면서  상의하고  고민을 말 했을텐데...


이상하게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았음. 그냥 나만 알고 있어야 될 거 같아서...


그리고 며칠전 선임에게 톡했음


"뭐해? 형네 동네에서 술 한잔하자! "

"ㅋㅋ 콜 "

" 둘이 먹자  할 얘기도 있고 "


바로 전화옴

그래서 약속잡고 형네 동네에서 만났음


세상을 의심없이...심지어 건강한 의구심도 없이 낙천적으로 순하게 사는 형이라


내가 왜 혼자 왔는지 전혀 눈치도 못 챔


단둘이 술을 먹는건 처음이였는데~


형이 웃으면서 나를 보는데 그 순간까지도 고민이 됐음


괜히 온건가? 하고...


첨에는 이런저런 사는 얘기하고 낚시 얘기하다가 출장 갔을때 이야기를 꺼냈음


며칠전이라 정확한 대사는 기억 안나지만 이런식으로 말함


나 -  몇 달전에 일본 출장 갔었는데 형 매형 봤어

선임 - 우리 매형?

나 - 응 형 매형 저번에 고깃집에서 봤잖아

선임 - 누나랑 애들이랑 여행갔었어 일본.  그때 본거야? 우와 신기하다

나 - 근데 매형 다른 여자랑 있더라


선물 주고 받은거 술집가게 이야기 형네 누나를 식모라 표현한거

그 불륜녀랑 놀다가 선임의 누나와 아이들이 나중에 일본에 합류한거 등등

빠짐없이 다 이야기 해줬음


굉장히 놀랄줄 알았는데 오히려 담담하게 나를 바라보는 거임


그리고는 말없이 술을 계속 마심... 안주도 안먹고


술을 따라주려해도 뭔가 너무도 담담하고 침착한 분위기에 혼자 술을 먹으니 따라 줄 수가 없었음


선임이 나에게 말함


말하기 참 쉽지 않았을텐데 말해줘서 고맙다


너도 지금 말하는거 보면 며칠간 마음고생 많이 했겠네


선임의 말을 듣고있자니 술도 한잔 해서 그런가 순간 울컥함


정신차리고 형을 위로해줌 그리고 미안하다고 사과함


" 늦게 말해서 미안 형"

그러니 형이 나에게 오늘 나랑 술한잔만 하자고 함


그래서 2차로 바에감


바에가서 술을 한잔 하는데 ...참 묻고 싶은게 많았는데 질문을 더 할 수 가 없었음


형 얼굴을 보니 형도 누나 걱정도 되고 아이들 걱정도 되고


얼굴이 말이 아니였음


위로를 건네는게 오히려 더 실례가 될 거 같아


재밌는 얘기 과거 군시절 얘기 등등 불필요 한 이야기만 하고 2차 마무리 함


형 오늘은 내가 데려다 줄게 같이가자고 하니


형이 알았다 함


형네 집 앞 편의점에서 음료 하나씩 사먹고 담배 하나 피었음


말없이 담배를 피는데...왜 이렇게 시간이 길게 느껴지던지...


서로 잘가라고 인사하고 집에 돌아옴


씻고 자려고 눕는데 톡이 와 있었음


선임 형이였음


"고맙다 담에 한잔하자"



여기까지 제가 겪은 일입니다.


누군가는 왜 얘기를 했냐? 또 누군가는 잘했다


그러겠지만...


저도 고민끝에 선임형에게 말해주는게 맞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저께 형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선임형도 누나에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매형이 전부터 여자문제가 한두번 있었다고 해요


그 이후 후기는 쓸순 없겠지만...


베스트 글 보고 저도 생각나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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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cMf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