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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살림못해요

어린나이에 동갑내기남편만나 혼전임신으로 결혼
양가부모님과 은행의 도움을받아서 집도사고, 살림도 채우고 그랬네요
처음엔 즐거웠어요 결혼식은 못했지만 만삭이되어 집을구해서 아이나오기 한달전쯤부터는 부부처럼 살았어요
살림 해본적도없고 방청소도 해본적없었지만 만삭의 무거운배로도 소꿉놀이하듯이 재밌게했어요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고 한달 친정에서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기가있으니 전처럼은 어렵더라구요
남편은 회사에서 주로먹고 저는 혼자해결해야하고 그러니 대충먹게되고 점점 밥을안하게되더라구요
쉬는날이나 퇴근후엔 주로 배달이었고
제가 유도분만 2박3일하고 결국 수술했어요 저도 아이도 위험해서 어쩔수없었어요
몸이 많이 안좋았고 아기가 돌지난 지금도 안좋아요 바닥에 주저앉기도 힘들고 아기가 좀 크다보니 어깨염증은 달고살구요
애가 크면서 잠귀가 밝아져서 낮잠잘때도 청소기돌릴라치면 울면서 깨버리더라구요
참 많이 힘들었어요 저도 임신전엔 직장을 다녔기때문에 직장생활이 결코 만만치않다는거 잘 알지만 다시 일찍일어나 화장하고 옷갖춰입고 남들처럼 출근하는 꿈을 많이꿨어요
눈물이 많아지고 죽고싶고 그렇더라구요
눈이있으니 굴러다니는 먼지들도 보이고
코가있으니 싱크대에서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들도 맡아지고 그런데도 몸이 안움직여지더라구요
아 빨래가 산처럼쌓여서 더이상 입을옷이 없는 남편이 빨래좀 돌려줄래? 해서 돌린적도있네요ㅜ
남편에게 미안한맘이 너무 컸어요 남편은 나서서 대신 일을해주거나 그러진않았지만 도와달라고 말하는것들은 도와주었고 힘들다고 말할때 이해해주었어요
무리해서 집안일을하면 병이나버려서 내리며칠을 뻗어버리는데 항상 아이보다 내걱정해주는 남편이기에 집안 같이 치울까,? 라고 말해주는 남편이기에 힘들지만 사랑받음을느끼고 함께 잘 해쳐나가며 살고있어요
한번도 집이더럽다 쓰레기가많다 얘기하며 저를 타박한적없는 우리남편에게 너무고맙고 미안하네요
그리고 이제 돌지난 아이지만 인스턴트먹여요 물만두 찐만두를 너무 좋아해서 자주먹입니다 튀긴건안먹이구요
그래도 별탈없이 잘 크고있어요 밥도 어른밥먹고요 또래보다 키도 크고 아픈적없이 튼튼해요 아이 씻기는것도 모두 남편이 해줍니다 저는 두번인가 해봤는데 어깨에 염증이너무심해서 무거운걸 못들어요,,
아기띠도 남편만해요
산후우울증때문에 한동안참많이울고 힘들었는데 남편이 곁에서 위로해주고 챙겨줘서 많이 좋아졌어요
아직도 집안은 엄청더럽고 잘 못치우지만 조금이라도 치워놓으면 집이깨끗하다며 잘했다고 궁디팡팡해주는 남편이있어 오늘도 하나라도 더 치우려고 노력하네요
아이도 아빠를 너무 좋아해요.. 엄마는 안불러줘도 아빠아빠는 입에달고살아요.
애낳고 몸 많이 상해요.. 아내를 많이 위해주세요 제가 낳아보니 애낳는거 벼슬맞는거같습니다ㅜㅜ
육아와 살림 척척해내는 고수인 주부님들 정말 대단한거같아요 울엄마가 그랬으니 저도잘할줄알았는데 그게아니었어요
우리남편이 윽박지르고 쪼아대는사람이었다면 헤어지거나 제가죽엇을수도있을거같어요  깔끔떠는 양반이엇으면 제가 쫓겨났을지도ㅜㅜ
우리남편은 소개받아 연락할때부터 결혼한 지금까지 한번도 화낸적 큰소리낸적 없어요
남편은 결혼하고 친구들 딱 한번만났나 그랬고 한달에 한두번있는 회식도 가끔 센스있게 재치고옵니다
저 혼자있으면 배달음식도 잘 안챙겨먹으니 도시락사들고와요
제가 아프니 많이배려해주는거같지만 천성이 좋은사람이에요
제가 애낳고 다혈질이였는데... 화내고나면 우리여보 요즘힘들었지? 다이해해 많이신경못써줘서 미안해 해주는 남편덕분에 다혈질이 치료가된거같아요... 요즘은 저도 화 안내요 화가안나요
마무리가힘드네요.. 어쨌든 지금도 여전히 집은 더럽고 엥겔계수 폭팔입니다 그래도 영차영차 잘도와주는남편덕에 잘사는중입니다 몸얼른좋아져서 살림척척해내고싶네요
댓글
  • 초롱이엄마 2017/01/28 16:10

    이말저말 쓰다보니 글이이상한방향으로 흘러가네요ㅠ
    어쨋든 만삭으로 몸무거웟을때보다 애낳고 일년이상흐른 지금이 더 살림하기힘들어요
    몸이안좋아진탓도있고 애가 기고 잡고일어서서 걸어다니면서 더빨리더러워지고 치워도끝이없고 그래서 거의 손놓고있어요
    너무더러울때만 남편도움받아 치우고살아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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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젤유♡ 2017/01/28 16:24

    이제 어린이집보내고 하면 살림도 요리도 좀 나아지고
    여유로와지실거예요~
    얼집보내기전엔 힘들다고 손놓고
    신랑이랑 싸우고 많이 그랬는데
    이젠 좀 덜하네용 ㅠㅠ
    스트레스 넘 마니받고 몸이 너무 힘들고 하면 사람인지라 힘들죠ㅠㅠ 힘냐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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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I우민 2017/01/28 17:27

    저희집도 엄마가 저 낳고 중환자실까지갔다가 퇴원했지만 몸이 많이 약해져서
    한동안 엄마가 먹을 밥도 아빠가 하고가고 집안일은 아빠가 일갔다와서 대충 하고 지냈다고해요.
    저는 아예 외조부님이 키워주셨고요ㅜㅜ
    좀낫고나서 엄마가 집안일하긴했지만 원래도 못했는데 아프니 더 엉성했대요.
    그래도 아빠는 아픈데 집안일 해줘서 고맙다고했다고..엄마가 이런 남자 만나야된다고 얼마나 얘기하는지 모름
    저 좀 크고 동생 낳았을때도 엄마가 아파서
    외할머니도 나이드셔서 동생은 못봐주셨고
    아빠가 일갔다와서 동생데리고오고 집안일하고 놀아주고했구요.
    그래서 동생이 참 아빠좋아했어요ㅋㅋㅋ
    저랑 동생도 인스턴트 자주먹었지만 건강하게컷고 저희는 병원 입원도 교통사고 맹장염 외에는 해본적도없어요ㅋㅋㅋ
    남편분이 글쓴님이 힘드니까 버팀목이 되어주고 잘지내시니 훈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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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가오유 2017/01/28 23:25

    엄마가 노산이라 저 낳고 엄청 아팠어요
    저도 미숙아로 태어나 뭐 먹기만 하면 토하구요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인데 아빠가 퇴근하고 와서
    저 포대기에 매고 동네 돌아다니며 우유먹이고
    같이 육아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전 아직도 아빠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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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레레레옹 2017/01/29 00:22

    저도 너무 힘들고 무기력해서
    아이 어린이집 다녀온 식판 닦는것도 잊을 때가 있어 식판을 하나 더 사서 두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뭐라고 휘리릭씻어 올리는데 2분이면 충분하겠는데
    그게 안될때가 있었어요.
    아이 어릴때 정말 힘들어요. 손가락 하나 들 힘도 없을때가 있었어요.
    언젠간 아이들도 크고 나도 웃으며 아이들 간식도 만들어먹이고, 더러운것 그때그때 치워가며 여유있게 살림들 받아들이는 날이 오더라구요.
    힘든 그 순간이 영원할 것 같았지만 또 지나가면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날이 곧 오더라구요.
    젊은 엄마라 살림은 미숙하고 돌보는건 서툴렀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친구같고 소통을 잘 해줄 수 있는 장점도 있더라구요.
    늘 부족한 엄마라며 아이에게 미안하기만 했는데 나도 아이에게 잘 해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힘내요. 다 지나갈거에요! 그리고 더 좋은 날이 올거에요.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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