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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펌] 베트남 감독 박항서의 전술적 역발상

스즈키컵 대회 전에 나온 인터뷰라네요
― 박항서가 관찰한 베트남 선수들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제 감독 데뷔전이 성인 대표팀 경기, 2019 아시안컵 예선 아프가니스탄전이었습니다. 부임 후 2일 만에 치른 경기죠. 그때는 아무 정보가 없었어요. 딱 하나, 베트남 선수들이 ‘체력이 약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것이 다였습니다.
‘체력’도 분야가 많잖아요? 지구력, 순발력, 스피드, 점프력 등등. 상체와 하체의 근력이나 밸런스, 심박동수도 중요하고…. 그런데 어느 부위가 얼마나 약한지를 알려주는 수치나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부상 이력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요.
그 경기는 4백으로 나섰는데 0대0으로 비겼어요. 경기 전날 미팅 때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그것이 가장 익숙한 전술이라기에 그대로 나섰다는 얘기였습니다. 신체적으로 보나 기술로 보나 베트남이 뒤질 이유가 없는데, 대등하거나 혹은 약간 밀리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이 경기를 통해 저는 확실한 소득을 얻었습니다. 4백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죠. 베트남 선수들의 능력은 3백일 때 최대치가 된다고 봤습니다.”
4백이냐 3백이냐가 왜 중요한가. 팀이 나갈 방향을 가르쳐주는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아 4백은 지역방어, 3백은 맨투맨(man to man)이다.
4백은 수비수들의 체력소모가 적은 대신 사전 약속에 의한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다. 3백은 수비수들의 체력이 90분 내내 왕성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전술이다.
실수를 하면 4백은 수비수 숫자는 많으나 한쪽으로 쏠리며 실점(失點)하는 경우가 많고 3백은 단독돌파를 허용하는 경우가 나온다. 3백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기대고 4백은 선수들 사이의 조직력에 기댄다. 단, 4백은 수비진의 조직력을 가다듬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당장 활용하기는 3백이 더 쉽다. 문제는 이 경우 수비수들의 체력 소모가 4백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수비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들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3백으로 대회를 치르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다. 박항서 감독의 말이다.
“베트남의 4백 전술은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로 비길 수는 있지만 이기기는 힘들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결론이었습니다.”
― 베트남이 사용하는 3-4-3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겁니까.
“베트남의 3-4-3은 ‘적극적 수비’에 중점을 둔 전술이 아닙니다. 매우 공격적인 전술이죠. 볼을 소유하면, 중간 측면의 두 선수가 안으로 들어오며 공격수가 됩니다. 순간적으로 공격수의 숫자가 5명으로 늘어나는 겁니다.
3백은 수비수가 아니라 미드필더 출신입니다. 저희 팀에서 볼 통제력이 가장 좋은 선수들이죠. 이들에게 작전 개념을 설명하고 포지션 변경을, 정확히 말하면 플레이하는 지역을 바꾼 이유, 제가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미드필더인 자기들이 최후방으로 내려서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더군요. 첫 경기 대 호주전에서 이 작전이 ‘먹히는’ 것을 보고 선수들 스스로가 확신을 가졌다고 봅니다.
이 최후방 3명은 수비수이자 미드필더입니다. 통제력이 좋으니까 공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어이없는 실수가 없는 겁니다. 공을 잡으면 짧게 전방으로 볼을 이어 주며 상황을 전개할 수도 있고, 상대의 뒷공간이 비어 있으면 공을 끊었을 때 전방으로 단번에 롱볼을 날리기도 합니다.
같은 롱볼이라도 통제력이 있기에 이른바 패스줄이 살아있는, 다시 말해 의도한 지점으로 공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들이 있어요.
중앙 미드필더 2명은 수비가 주요 임무입니다. 상대가 밀고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는 역할이죠. 몸싸움도 많이 해야 하고, 공격에도 나서야 합니다. 우리 팀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자리입니다. 이들이 버텨 줘야 공격 시 측면 미드필더들이 완전히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미드필더들이 안으로 조여 들며 공격수가 5명으로 늘어나면, 그러니까 중원에서 숫자의 우위를 확보하면 그때는 선수단 전원이 빠르게 이동하며 짧은 패스로 상대 진영을 야금야금 파고 들어갑니다. 제가 그랬잖아요, 순발력, 민첩성, 유연성은 베트남 선수들의 장점이라고.”
박항서의 역발상
― 저는 지금 말씀하신 부분이 박항서 베트남호의 독창성이 가장 빛나는 부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수비 앞에 미드필더가 서고 최전방에 공격수가 자리한다는 건 세계 축구사에 오랜 불문율(不文律)이죠. 박항서 감독이 창안한 베트남식 축구는 이 오래된 역사적 전통에 창조적인 역발상을 한 겁니다. 이 작전의 장단점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과거 같으면 최종 수비수로 뛰어야 하는 선수 2명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겁니다. 실질적으로 이곳이 수비진의 본영이죠. 다만 부여하는 역할은 다릅니다. 전통적인 수비수는 스토퍼(stopper), 스위퍼(sweeper)로 불리잖아요?”
― 그렇죠. 상대의 공격을 끊고 침투를 쓸어내 버리는 것이 수비수 본연의 임무라는 뜻이죠.
“두 중원 미드필더가 상대의 중앙 침투를 저지하는 것은 맞아요. 다만 공이나 사람 가운데 하나의 통행은 허락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둘 가운데 하나만 막으면 골은 안 들어가니까요. 완벽하게 공이나 사람을 쓸어내 ‘상황종료’까지 가면 좋겠지만, 상대가 가진 공의 소유권을 50-50의 상태로 만들기만 해도 임무 완수다 라고 했어요. 후방에는 볼의 통제력이 좋은 미드필더 출신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죠.”
말하자면,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능력에 맞춰 수비와 미드필더의 역할을 통합하고 임무를 새롭게 배분한 것이다. 수비가 미드필더 자리에서 플레이하고 미드필더가 수비 자리에서 플레이한다. 전후방 배치를 바꾼 것은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체력 부담을 줄인 선택이다.
중앙 미드필더 2명은 몸싸움을 맡는 대신 상황 완전 종료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 후방 3백은 몸싸움의 부담을 줄이고, 소유권 확보와 ‘끊은 뒤 단번에 최전방 연결’이라는 공격적 마인드를 바탕에 깔고 경기에 임한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베트남식 3-4-3 쓸 수 없어”
“경기 초반 ‘롱볼 연결’로 찬스를 만들면 상대가 쉽게 공세적으로 나오지 못해요. 상대가 쉽게 공세적으로 나오지 못하면 팀 전체의 체력소모가 줄어들죠. 우리가 경기 초반 의도적으로 롱볼 연결을 몇 차례 시도하는 이유입니다.
이 전술을 위해서는 또 다른 핵심 인력이 필요합니다. 미드필더 양 측면의 두 선수죠. 무엇보다도 많이 뛰고, 축구 지능이 높아야 합니다. 이 둘은 사실상의 리베로예요. 공격부터 최후방 측면 수비까지를 모두 소화하며 역할을 빠르게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죠.
수비를 할 때도 이들의 지원 여부에 따라 수비 형태가 순간적으로 3백, 4백, 5백으로 바뀝니다. 때로는 트라이앵글 블록을 만들었다 지역방어로 전환하기도 하는데는 이 둘의 움직임이 결정적입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지역방어는 수비진 전체의 체력소모를 줄여 줍니다. 그래서 필요하죠.
축구에서는 180회 정도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한 번 에너지를 사용하고 나서 얼마나 빨리 몸 상태를 정상적으로 회복하느냐가 ‘축구선수의 체력’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만약에, 두 사람의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다른 선수들이 ‘180회 이하’로 힘을 쓰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기여인 겁니다.”
― 베트남 선수들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입니까.
“우리 선수들에게 부족한 점은 전술 이해력과 패스 능력입니다. 패스 중에서도 짧은 패스는 괜찮은데, 방향을 전환하는 큰 패스에 약합니다. 세계 수준에서 경쟁하려면, 패스 타이밍도 더 빨리 가져가야 합니다. 아직은 경기장 전체를 살피며 플레이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유소년클럽에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은 선수들은 이런 약점도 많이 극복했습니다.”
― 베트남팀의 약점도 보였습니다. 중국 대회에서는 세트피스 실점이 많았습니다. 장신 수비수들이 없으니 공중볼 다툼에서 밀려 단번에 실점하는 경우가 거의 매 경기마다 반복되었습니다. 어렵게 넣고 쉽게 먹는 패턴이 이어져 안타까웠습니다. 이것도 당초 구상에 들어 있었나요. 베트남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대신 체격이 작아서 발생하는 약점을 감수한다는 뜻이었는지요.
“베트남 리그에는 신장이 183cm가 넘는 골키퍼가 없습니다. 수비수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신장이 큰 골키퍼와 중앙수비수를 찾았더니 처음엔 큰 선수만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수 포지션은 아시아 수준의 경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주변을 설득했지요.
적어도 골키퍼와 중앙 수비수 2명은 체격이 큰 선수로 뽑아야 한다고.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장신이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우월한 피지컬이 아니라는 거죠.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전술을 만든 겁니다. 상황에 따라, 현실적 조건에 따라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거죠.
U-23 대회 때 어느 정도 각오는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하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연습했습니다. 문제는, 준비는 열심히 했는데 선수들이 겁이 나서 실행을 못하는 겁니다. 사실은 베트남 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친선 국제경기인 비나컵 대회 때 한 번 사용했어요.
너희들이 편할 때 써 보라고 주장에게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수비수 한 명이 약속된 움직임을 깜빡하고 자기 위치에서 뛰어나오지 않아 계획이 어긋나 버렸어요. 다행히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골을 먹을 뻔했죠. 아시안게임 본선에 가서도 계속 연습은 많이 했는데 겁이 나서 못 썼습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실점하지 않는 것이 목표”
― 하지만 아시안게임 때는 세트피스 실점이 없었습니다. 어떤 변화를 준 겁니까.
“선수들에게 맨투맨을 좀 더 철저히 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골대 안쪽에 세우던 수비수를 앞에다 세웠습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가 공중볼을 슛으로 연결하면 골대 안에서 수비수가 공을 막을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봤어요.
장신 수비수가 없는 우리 팀 입장에서, 상대의 슛은 타점도 높고 이마에 정확하게 갖다 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슛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편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골대 양 옆에 서서, 라인 위에서 공을 걷어내는 최후방어를 포기했습니다. 대신 공이 날아올 만한 위험 지역에 수비수를 한 명 배치하고 중앙 포인트에 한 명을 더 세워 상대 선수가 점프할 공간을 줄이자고 했습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집중하고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목표다. 그러니, 공격 전환의 속도를 늦추자’고 했죠.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순간적으로 4백, 즉 지역방어로 가는 겁니다. 역습 가능성을 스스로 줄이는 건 불이익이지만, 대신 슛을 허용하는 확률을 줄인 거죠. 그 정도가 지금 우리 선수들을 활용해서 구사할 수 있는 최고치라고 봅니다.”
베트남은 지금 커다란 대회를 앞두고 있다. 11월부터 각국을 오가며 열리는 ‘동남아판 월드컵’인 스즈키컵과 12년 만에 본선에 오른 2019년 1월의 아시안컵이다. 스즈키컵은 동남아 각국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다. 각국 축구협회가 사활을 걸고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도 상상 이상이다.
― U-23 선수권대회 때 드러난 약점을 아시안게임 때 보완해서 성적을 냈습니다. 문제는 스즈키컵이나 아시안컵입니다. 상대도 베트남 축구에 대비책을 세우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죠. 지금은 모든 국제경기가 다 공개되는 세상입니다. 분석하려고 들면 상대는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금방 찾아낼 수 있어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선수들의 능력을 고려해야 하니까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저 팀의 장점, 단점이 무엇인지는 다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같은 작전은 두 번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 베트남도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연구하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술인지는 영업비밀(?)이라 말해 줄 수 없어요.”
― 알겠습니다. 다음 대회 전략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겠습니다. 아시안게임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베트남이 조 예선 마지막 경기 대 일본전, 준결승 한국전에서 수비 위주로 나오지 않고 처음부터 당당하게 맞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마다 작전을 바꿨습니다. 일본전에서는 수비선을 15m 올렸어요. 일본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3백을 쓰더군요.
중국 대회 때 제가 일본 경기를 많이 봤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감독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보고 팀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으니 큰 작전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은 정교한 축구를 구사하지만, 다 눈에 보이는 패스입니다.
우리가 수비 밸런스를 허물지 않고 수비 위치를 이동할 수 있다면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민첩성과 스피드는 우리가 우위니까 눈에 보이는 패스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죠. 그런 자신감이 있으니까 다른 경기 때보다 수비라인을 10~15m 전진시키고 패스를 끊으면 바로 공격으로 전환하라고 했습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 선물하고 싶다”
― ‘2승으로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일본과의 경기를 전력(全力)을 다해 치를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실제로 이 경기에서 베트남은 주전 선수 하나를 부상으로 잃었습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이번 1승이 베트남이 일본에게 거둔 사상 최초의 승리입니다. 베트남 축구는 이번 아시안게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도 중요합니다. 친선경기가 아니라,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서 일본을 이겨 봤다는 경험은 베트남 선수들에게, 그리고 베트남 축구계 전체에 엄청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당장 내년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만날 수도 있어요.
저는 우리 선수들이 적어도 경기 전에 위축이 돼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은 없기를 바랍니다. 전 일본과의 경기를 통해 우리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중동 축구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 일본, 태국에는 뭔지 모르게 밀린다는 위축된 마음으로 경기를 해요.
역대 전적(戰績)도 그렇고. 이것을 깨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한 경기 이겼다고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만약에 언제가 되었든 우리가 일본을 다시 만난다면 적어도 예전보다는 더 나은 마음으로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하나, 다음 상대를 고르려고 일부러 비기거나 지는 것은 좋은 작전이 아니라고 봅니다. 아시아 축구팬에 대한 예의도 아니죠. 지난 월드컵 때도 조별리그 이후의 대진(對陣)을 생각하고 일부러 느슨하게 경기를 한 안티 풋볼(anti-football)이 문제였잖아요. 베트남은 그런 계산을 하지 않고 어떤 경우든 당당하게 갑니다."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베트남 정신을 강조하는 건 선수들의 패배감, 선입견을 없애기 위한 겁니다.
우리 선수들의 체격이 작은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작은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눈 오는 날 결승전을 했죠. 모두가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우즈베크가 더 추운 나라고 눈에도 익숙하니 우리가 불리한 건 사실이었죠. 하지만 경기 전날 선수단 미팅에서 제가 말했습니다.
‘눈이 녹으면 물이 되는데 그러면 신장이 큰 선수들은 바닥이 미끄러운 상태라 턴 동작이나 중심이동에 훨씬 불리하다. 짧은 볼로 연결하면 우리가 유리하다. 눈 때문에 베트남이 경기에서 졌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다. 그건 핑계다. 나는 핑계는 듣지 않겠다. 불리하다고 위축되지 않고, 핑계를 대지 않고 당당하게 맞붙는 것이 베트남 정신이다."
― 앞으로 베트남에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 능력의 한계를 잘 압니다. 베트남 선수들의 수준을 아시아에서 통하는 선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제 역할이죠. 제가 세계 수준의 감독은 아니지 않습니까. 베트남을 세계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드는 것은 제 다음에 오실 세계 수준의 지도자가 하실 일입니다. 그분이 능력발휘를 잘하실 수 있도록 좋은 팀을 만들어서 넘겨 드리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제가 가진 축구의 지식과 노하우를 베트남 축구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베트남은 아직 축구 시스템이 미비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도 경제발전과 축구 시스템 확립이 같이 이뤄졌잖아요. 베트남은 개발도상국이지만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축구 시스템도 빠르게 확립되기를 기대합니다.
베트남 축구계의 가장 큰 문제는 유소년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점입니다. 몇 개 구단은 독창적으로 유소년 클럽을 아주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번 두 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유소년 클럽이 더 늘어나야 합니다. 지금의 규모를 가지고는 아시아권을 넘어서는 경쟁력을 기를 수 없습니다. 일단 선수 숫자가 너무 적어요. 유소년 시스템의 개선이 없이는 장기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난 30년간 200개가 넘는 FIFA 회원국 중에 자국 리그를 발전시키거나 독창적인 선수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세계축구 변방으로부터 탈출한 나라는 유럽에서는 아이슬란드,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이 목록에 꼭 베트남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댓글
  • 소크라티나 2018/12/16 09:48

    베트남 리그에는 신장이 183cm가 넘는 골키퍼가 없습니다. 수비수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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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크라티나 2018/12/16 09:49

    이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체격이 작은게 확실히 너무 약점이 뚜렷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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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독수리 2018/12/16 09:55

    어느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서 확실히 베트남 선수들의 체격적인 부분이 아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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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형우 2018/12/16 10:00

    멋지네요 축구철학이 돋보이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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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m6:00 2018/12/16 10:07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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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던킨 2018/12/16 11:11

    멋지네요. 쌀딩크 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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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해 2018/12/16 11:55

    기사도 좋구 재미있네요.
    미스터박이의 다음엔 베트남보다 조금 더 센팀에서 성적을 내보는 것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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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텐가 2018/12/16 21:07

    확실히 피지컬에서 밀리니 그걸 극복할려고 변형 쓰리백을 쓴다는 얘기군요. 인터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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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모나 2018/12/16 21:11

    좋은 인터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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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으른카페 2018/12/16 21:16

    월간조선인가... 인터뷰했던 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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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auZag 2018/12/16 21:50

    소크라티나// 근데 어제 그 골키퍼는 정말 뛰어난거 같아요 체격도 중요하지만 골키퍼의 최우선 덕목은 선방능력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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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쵸어맨 2018/12/16 21:59

    "저는 제 능력의 한계를 잘 압니다. 베트남 선수들의 수준을 아시아에서 통하는 선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제 역할이죠. 제가 세계 수준의 감독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분은 참 겸손하신 분이네요. 자신이 물러나야 할 시점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안다해도 놓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은데,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도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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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깐만요 2018/12/16 22:30

    와.. 별기대 안하고 봤는데 완전 몰입해서 재밌게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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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란다 2018/12/16 23:11

    역시 감독은 감독인듯
    일반인들이 축구를 아무리 많이 보고 축구 보는 눈이 있다 해도
    감독들은 차원이 다른게 사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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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댕유댕 2018/12/16 23:24

    잘 보고갑니다여...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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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구석여포 2018/12/17 02:31

    누가 그냥 운이 좋니 뭐니하더만 저렇게 분석하고 하는데 참...운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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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영신 2018/12/17 02:35

    정말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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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융기운동 2018/12/17 02:36

    월간조선 인터뷰네요 ㅎㅎ 감독은 정말 스트레스 받는 직업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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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네스az 2018/12/17 04:28

    오프사이드 트랩을 연습했습니다. 문제는, 준비는 열심히 했는데 선수들이 겁이 나서 실행을 못하는 겁니다.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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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수의견 2018/12/17 08:47

    만화에서만 보던 2-3-5 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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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야구 2018/12/17 09:45

    축구협회 보고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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