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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의 신부.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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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폴 고갱(Paul Gauguin) 기록
출처 Noa Noa: Voyage to Tahiti, tr. Jonathan Griffin, Bruno Cassirer, 1961
섬 일주 여행. 해안도로를 벗어나 멀리 산 속까지 이어지는 숲 속으로 뛰어든다. 조그만 골짜기에 도착. 그곳에 사는 몇 사람은 옛날식으로 계속 살아가고 싶어 한다.
계속 전진. 타라바오(섬의 저쪽 끝) 도착. 경찰관이 빌려준 말을 타고 유럽인이 별로 안 다니는 동쪽 해안으로 나아간다. 파오네 도착. 이티아보다 앞에 나오는 조그만 구역이다. 원주민 하나가 내게 손짓하며 외친다. “헤이! 사람 만드는 사람! (내가 화가인 줄 아는가보다) 우리랑 같이 식사하세요.” 환영의 뜻이다.
저렇게 착해 보이는 사람을 같은 말 두 번 하게 할 수 없다. 내가 말에서 내리자 말을 나뭇가지에 묶어 주는데 비굴한 기색이 전연 없다. 간단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묶어놓는 것일 뿐이다.
집에 들어서니 남자, 여자, 아이들이 여럿 모여서 땅바닥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하고 있다. “어디 가시는 길이오?” 마흔가량의 점잖은 마오리 여자가 묻는다. “이티아에 갑니다.” “무슨 일로요?”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스쳐갔다. 나는 대답했다.
“각시 구하러 갑니다. 이티아에는 고운 각시가 많다데요.” “아내감을 찾아요?” “네.” “원한다면 하나 드리지. 내 딸이오.”
“젊어요?” “아에.”
“고와요?” “아에.”
“몸이 튼튼해요?” “아에.”
“좋아요, 데려다주세요.”
여자가 자리를 뜨고 15분쯤 지났다. 사람들이 마오리 식사로 야생 바나나와 왕새우를 가져올 때 여자가 돌아왔는데, 조그만 보따리를 든 키 큰 여자아이가 그 뒤를 따라왔다. 지나칠 만큼 투명한 핑크색 모슬린 옷 안으로 살며시 어깨와 팔의 황금빛 피부가 비쳐 보였다. 가슴에서는 젖꼭지 두 개가 야무지게 돋아나와 있었다.
매력적인 얼굴은 지금까지 이 섬에서 본 누구의 것과도 다른 것으로 보였고 숱이 많은 머리는 약간 곱슬곱슬거렸다.
햇빛을 받으면 진노랑색의 잔치였다. 통가 출신인 것을 알아냈다.
소녀가 내 옆에 앉은 뒤 내가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내가 무섭지 않니?” “아이타(아니오).”
“우리 집에서 늘 살아도 되겠니?” “에하.”
“몸이 아픈 적 있었니?” “아이타.”
그걸로 끝이었다. 소녀가 무심한 태도로 내 앞 땅바닥, 커다란 바나나 잎 위에 내게 주어진 식사를 늘어놓을 때 내 심장은 쿵쾅대며 뛰었다. 몹시 배가 고팠지만 나는 점잖게 먹었다. 열셋 정도 나이의 소녀는 나를 황홀하게 하면서 또한 나를 겁에 질리게 했다. 그 영혼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말이 나와 서둘러 맺어진 이 계약을, 수줍은 망설임을 느끼며 맺게 되었다. 노인이 다 된 내가······ 소녀의 어머니가 그렇게 시켰을 것이다. 돈을 염두에 두고. 하지만 이 키 큰 아이에게서는 그 종족 모두의 특징인 독립적 자존심이 느껴진다······ 칭송할 만한 침착성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조롱의 기색을 띤 입술은 위험에 처한 것이 자기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말해준다.
오두막집에서 나와 말을 탈 때 내 마음에 두려움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여자아이는 뒤를 따라왔다. 어머니와 남자 하나, 그리고 아주머니라고 하는 젊은 여자 둘도 같이 따라왔다. 파오네에서 9킬로미터, 타라바오로 가는 길이었다. 1킬로미터쯤 왔을 때 내게 “파라히 테이에(여기서 멈추세요)” 했다.
말에서 내려 꽤 큰 오두막집에 들어갔는데, 잘 정돈되어 있고 거의 풍요함을 느낄 만큼 살림이 좋아보였다. 너그러운 대지의 풍요함 같은 것이었다. 바닥에는 짚 위에 예쁜 방석들이 놓여 있었다······(생략)······
이 집의 가족들은 아주 젊고 더할 나위 없이 점잖았다. 여자아이는 그 집의 여자를 어머니라고 내게 소개하고 그 옆에 앉았다. 침묵. 그리고 시원한 물. 우리는 헌주(獻酒)를 마시듯 엄숙하게 물을 마셨다. 젊은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물었다.
“당신은 친절한 분이신가요?”
내 양심을 점검해 본 다음 불안하게 대답했다. “네에.”
“내 딸을 행복하게 해 주시겠어요?” “네.”
“여드레 후에 돌려보내 주세요. 아이가 행복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긴 침묵. 집에서 나온 나는 다시 말을 타고 갔다. 그들은 뒤에 따라왔다. 길에서 몇 사람과 마주쳤다. “그래그래, 이제 프랑스 사람 각시가 된다고? 행복하게 살렴. 행운을 빈다.”
어머니가 둘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처음에 자기 딸을 주겠다고 한 나이 많은 여자에게 물었다. “왜 내게 거짓말을 했어요?” 테하우라나(아내의 이름)의 어머니는 말했다. “그쪽도 걔 어머니 맞아요. 키운 어머니죠.”
타라바오에 도착했다. 경찰관에게 말을 돌려주었다.
경찰관의 아내(프랑스 여자)가 내게 말했다(주책없는 소리지만 나쁜 뜻으로 한 말은 결코 아니다). “뭐요! 계집을 하나 데려왔다고요?” 이제는 당당해진 무표정한 아이를 여자의 눈이 옷을 벗기듯이 훑어보았다. 시든 꽃이 피어나는 봉오리를 바라보는 것이었고, 법률의 미덕이 토속적인, 그러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순수한 믿음에 더러운 입김을 뿜는 것이었다.
그토록 푸르른 하늘과 대비되는 더러운 매연의 구름을 본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나는 내 종족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시궁창에서 눈을 돌려 (나는 금세 잊어버렸다) 이미 사랑하게 된 이 황금의 인간을 바라보았다(이것은 기억한다).
가족과의 작별 행사는 타라바오에서 가졌다. 인간과 짐승을 포함해 모든 것을 거래하는 중국인 상인의 집에서였다. 나는 약혼자와 함께 공공마차를 타고 25킬로미터 떨어진 마타이에아, 내 집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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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짜리 여자아이 ... ㄷ ㄷ ㄷ
댓글
  • 험프리박 2018/12/01 12:32

    그 당시엔...
    위법이 아니므로...

    (diAGuI)

  • Ajebedo 2018/12/01 12:36

    알파치노..

    (diAGuI)

  • 太美 2018/12/01 12:38

    이거 책이에요? 더 읽고싶어졌음

    (diAGuI)

  • 나루짱 2018/12/01 13:07

    역사의 원전이라고 하는 책인데 유명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당시의 기록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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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無플]밥무쓰예 2018/12/01 12:38

    고갱님

    (diAGuI)

  • 마셔옹 2018/12/01 12:49

    고갱은 자신을 보살펴주었던 친구 고흐의 아내를 훔쳤던 나쁜놈... 아닌가요...

    (diAGuI)

  • DOLIMI 2018/12/01 13:09

    14살이면 당시로서는 아주 어린나이도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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