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하필 김재규냐?
"그것이 알고싶다" 1054회 '악의 연대기' (2016.11.26 방송) 편을 보신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을 국정과제의 최우선순위로 놓았다고 해도 큰 비약이 아닐 정도로 고인을 신격화하는데 몰두했습니다.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수고를 무의미하게 돌리는 데 있어 (4% 정도에 해당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반인반신'이라며 추앙받는 박정희를 사살한 김재규 부장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일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한 김재규 의사에 대한 존경심이나 호감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고 근현대사를 재조명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이기에 단체 이름과 활동 역시 김재규 부장에게만 국한하지 않았습니다.
2. 김재규 역시 박정희의 부역자 아닌가?
박정희의 과가 뚜렷함에도 그에 대한 평가가 수십 년간 양면적이었던 이유는 "과가 있지만 공도 있지 않느냐?" 였습니다. 김재규 부장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유신정권 종결이라는 뚜렷한 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의 신군부정권과 박근혜 정부에 의해 매도당한 면이 많습니다.
김재규 부장이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치부를 했다는 주장은 프랑스 검사팀에서 이미 진품이 아니라고 확증한 천경자 화백의 같은 그림 정도의 빈약한 근거 위에 세워진 반면, "라면 한 박스조차 돌려보냈다"는 증언과 같은 그의 청렴함은 여러 자료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동향이고 학교 후배라는 이유로 소위 말하는 '낙하산'을 타서 권력의 핵심까지 올랐고 본가와 처가가 모두 유복했던 김재규 부장이 본인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했다면 고언 대신 감언이설만 늘어놓으며 복지부동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입니다.
김재규 부장을 무조건적으로 추앙하여 그의 과를 덮거나 미화하고자 함이 아니라 이렇듯 시대와 여러 정황을 감안하여 공과 과를 모두 재조명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당한 그의 공을 재평가하자는 것이 추진위의 목표입니다.
3. 어찌 됐든 살인사건을 미화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와 총격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
광장에서 귀족 수백 명의 목을 친 프랑스 대혁명을 두고 대량 학살을 미화한다고 주장하는 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4. 그래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민혁명으로 끌어내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사는 지금, 민주주의 사회의 법치국가에서도 96%의 여론이 내려오라는 것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요지부동인 게 현실인데 헌법까지 고쳐가며 영구집권을 꾀한 박정희 군부정권 시절에 시민혁명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부터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이니 성숙한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들고 일어났던 수백 만의 학생과 시민들이 죽었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건가요? 북한은 평화적인 시민혁명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3대 째 세습 국가가 된 건가요? 미국은 평화로운 대화만으로 영국과의 의견을 조율해 독립했던 건가요? 안중근 의사 같은 항일투사들은 왜 간디처럼 물레를 돌려 베를 짜는 대신 총을 쥐었을까요?
5. 김재규 재평가는 시기상조 아닌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미래여야 평가하기 적절한 때인 겁니까?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내리는 평가 역시 해당 과거에 대한 미래의 평가 중 일부입니다.
지금은 아직 이르다면 대체 그놈의 합당한 때는 대체 언제 옵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으면 저절로 오는 것입니까?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대한 평가야말로 언제 올 지도 모르는 미래에게 넘겨야 할 몫입니다.
역사는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6. 그래도 흉상은 너무 과한 것 같은데?
흉상은 김재규 부장을 우상화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이념을 기리는 상징물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박정희 동상과 비교하는 의견들이 너무 많아 곰곰이 고민해봤습니다. 혹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악의적인 정치 프레임에 씌여 오해받게 되는 것은 아닌가?
전술했듯 저는 이 프로젝트를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고 근현대사를 재조명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고, 김재규 부장만큼 이 목적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흉상에 대한 거부감으로 단순한 우상 제작으로 비춰진다면?
아무리 취지나 뜻이 좋더라도 타인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기만족일 뿐이라는 한계는 계속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토요일(2016.12.31)에 조각가 분을 만나 의견을 나눈 후 정리해 올리려고 했으나 조각가 분의 사정으로 다음주 토요일(2017.1.7)로 연기됐습니다.
구체적인 조형물의 상像에 대해서는 조각가 분을 만나 의견을 최종적으로 검토 후 진행상황 6차 보고글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구국의 영웅 김재규장군님!
언젠가는 역사앞에 그에 맞는 대우를
받으셔야 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ㅇ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