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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이기적인 새끼였구나



얼마전 고향에 내려갔다가
어머니와 마트에 갔습니다.
카트를 끌고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며 가는데
어느 순간 어머니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카트를 끌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다보니
저 쪽 어딘가에서 어머니 모습이 보이더군요.
손에 무슨 나무 판때기 같은 것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쓰다듬어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하시기에
조용히 뒤로 가서 보니
무슨 도마를 그렇게 보고 계시더라구요.
뭐 옛날에 보던 각진 나무도마 그런것과 다르게
윤기도 나도 통통한게 좋아보이긴 하더군요.
그런데 가격을 보니 무슨 나무 판때기가 7만원 가까이나...
차암 이해 안되는 물건이라고 이런옆에서 궁시렁 대니
멋쩍은 표정으로 다시 제자리에 두시기더라구요.
뭐 그러고 장을 다 보고 집에 와서
식사를 하고 부엌에 앉아 있다가 무심결에 싱크대 쪽을 봤는데
군데군데 검은 곰팡이 같은 얼룩에 김치로 벌겋게 물든 도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좀 많은 생각이 올라오더군요.
어머니는 무슨 재미로 사셨을까. 아니 무슨 재미로 사실까.
많이 아픈 동생이 있어서 평생을 그 뒷바라지를 하며 사셨던
아픈 사정으로 아버지와 이혼하시고 지금도 동생과 둘이 계시는
없는 형편에도 나에게는 부족함 없이 다 해주셨던 어머니
좀 전에 장봐온 물건들을 봐도 결국 다 저 해먹일 것들 뿐이더군요.
'나는 참 이기적인 새.끼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때 꼬질꼬질해진 플라스틱 도마로 음식을 해드시는 것도 모르고 살았던
요즘 같이 어려운 때는 나 한 몸 잘 건사할 수 만 있어도 효도라는
이기적인 자기 합리화로 살아가는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예쁜 그릇, 예쁜 꽃 그런 것 참 좋아하셨던
젊은 시절의 어머니 모습들.
시간이 흘러 그런 모습들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지금이 좀 서글프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일터가 있는 작은 도시로 돌아왔을 때,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난생 처음으로 기념일이 아닌 날에 어머니께 선물을 해드렸습니다.
인터넷으로 원목도마를 검색해서 호주에서 장인이 만들었다는
그 때 그 마트에 있던 녀석보다도 비싼 녀석을
어머니께 선물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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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일하시는 직장으로 보내드렸는데 이렇게 사진을 보내오시더라구요.
같이 일하시는 어머님들이 한번 보자고 해서 열어봤다시는데
덕분에 자랑도 좀 되고 해서 그런지 좀 많이 신이 나신것 같아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금 보니 카톡 사진도 이렇게 바꿔 놓으셨네요 ㅎㅎ
맨날 판매하시는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사진 아니면
무슨 꽃 사진 같은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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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에
내가 좋아하던 장난감 로보트며 총이며 없는 살림에
생활비 아껴서 사주시고 했는데
참 무심했네요.
평생을 다해도 부족하겠지만
이 세상에서 나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에게 그 분이 주신 반의 반이라도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 아직까지는 좋아하는 것도 있으시고,
젊은 시절의 로망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을
조금은 간직하고 계신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위에 처럼 어머니 카톡 받고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해 본 하루였네요.
잠 안오는 새벽에
일기처럼 끄적거려봤습니다.




댓글
  • 첼로 2018/10/11 00:07

    세상의 모든 어머님 감사합니다!  안중근 의사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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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愛Loveyou 2018/10/11 00:13

    글쓴님이 세상에서 제일 멋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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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사랑벗고빨X 2018/10/11 00:16

    감동파괴하면 비공 받겠죠...?
    요즘 무서워서 감동파괴 못하겠어요ㅠ
    작성자분 정말 멋진분이세요!!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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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힝킁ㅋ 2018/10/11 00:18

    형님~ 당신 너무 멋지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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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렙법사 2018/10/11 00:21

    출처가 보배드림인거 보니 작성자님 본인 아니신듯 빨리 드립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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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운민주 2018/10/11 00:24

    ㅠㅠ 훅 들어와서 울리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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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님이시다 2018/10/11 00:40

    착하다 우리 작성자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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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섹정남 2018/10/11 01:01

    어미니께는 근래 들어 가장 좋은 하루였겠네요.
    정말 좋은 하루를 선물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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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유한굼벵이 2018/10/11 01:02

    추천이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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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뻥 2018/10/11 01:07

    "나는 참 갈 때까지 간 세.끼가 되었구나..."
    이 글이 광고로 보이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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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리소나 2018/10/11 01:08

    부모님들은 좋은걸 사드리면 또 너무 아끼심..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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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사랑벗고빨X 2018/10/11 01:08

    ??? : 내 도마 컬렉션이 곧 완성되는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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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불평러 2018/10/11 01:10

    하.....눈물만 나오네요...ㅠ 부모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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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femocca 2018/10/11 01:11

    아 왜 나는 바뀐 카톡 사진에서 눈물이 터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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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으다흔들다 2018/10/11 01:13

    하...두분다 너무 예쁘시네요ㅡ예쁜사랑.. 파란 가을하늘 아래 피어난 노란 국화보다도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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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ulGuardian 2018/10/11 01:17

    그렇게 성장해가는거죠.
    제 처남녀석 결혼전엔 철없이 먹어대기만 하더만
    결혼하고 애낳고 키우면서 철든건지
    자주 부모님뵈러 내려가고 주방에들어가서
    설겆이에 청소에 하는거보면서
    왠일이야 물어봤더니
    자기가 결혼하고 사는집과 엄마의 주방을보니
    너무 무심했다고 이젠 잘할거라고 하네요.
    그렇게 우린 또 어른이 되어가는거에요.
    잘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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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카이알라 2018/10/11 01:19

    ??? ㅡ 이 무거운걸 어떻게 들고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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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kubura 2018/10/11 01:20

    저 유치원 국민학교 다닐때 집에 꽂꽂이 책이 있었거든요.  수레바퀴를 테마로 잡은 그 사진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딸기모양 퀼트로 만든 햇볕 가리개랑 장식품 깔개도 있었고 엄마가 화려한 식기도 좋아하셔서 그런거만 진열해둔 찬장도 있었고.
    이사다니면서 언제부턴가 사라졌어요.
    엄마는 항상 화분이랑 꽃은 물 줘야하고 관리해야해서 싫고 식기는 안깨지는 코렐이 최고다 하셔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아빠는 항상 기념일에 엄마한테 꽃을 보내시네요.
    엄마는 아직 꽃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저도 이기적인 새끼네요.. 글 보며 나도 엄마한테 뭐 하나 보내드릴까 생각했는데 뭘 보내야 할지를 모르는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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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yce123 2018/10/11 01:29

    손을 내저으시면서 “아니야아니야, 엄마 그거 필요없어” 하는게 습관인 울 엄마. 막상 해드리면 “돈도 없는데 이런걸 왜했니”하십니다. (물론 좋으셔서 표정관리 안되는 얼굴로ㅋ)
    대용량 이미지입니다.
    확인하시려면 클릭하세요.
    크기 : 1.71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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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섹귀 2018/10/11 02:04

    작성자님 마음이 너무 이뻐서 눈물나왔음 책임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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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유워보이 2018/10/11 02:22

    엄마가 바라는게 도마라서 더 서글픔. 더 좋은것 못해드려 더함.
    그래도 무엇보다 큰 선물은 저 도마나 예쁜 반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기뻐하는 것 자체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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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얄리 2018/10/11 04:15

    카톡 프사해놓으신거 보는데 왈칵하네요.
    어머니의 마음이란...
    아... 엄마 보고싶다.
    (건강하게 살아계심요. 오해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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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싼타스틱4 2018/10/11 04:48

    어머니: 계획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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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옆에앉아도돼 2018/10/11 04:51

    저랑 비슷하네요.. 저도 도마 이야기인데
    집에 내려가니 도마가 낡았고 매번 도마 살때마다 몇천원짜리 1만원때 같은거만 사시다가
    도마가 많이 낡아서 인터넷 통해서 이리 알아보고 저리 알아보고 주위에 주부인 친구들한테 정보도 모으고
    거금의 비싼 도마를 주문.. 집에 보내드렸는데
    다음 명절때 가니 무슨 신주 단지 모시듯이 주방 한켠에 한번도 안쓴거 같은 때깔로 모셔져 있음..
    아들이 사준 비싼 도마를 차마 못쓰고 모셔만 두셧냐 하고 맘이 아파 물어보니
    도마가 딱딱해서 팔이 아파서 못쓰겠다고 ㅠㅠ
    10여년전 유방암 수술을 크게 하셔서 오른팔에 힘을 잘 못주시는 어머니는
    나름 비싼 도마라고 사준게 오른판에 칼질할때 타격감이 무리가 오시봄 ㅠㅠ
    비싼거면 무조건 좋겠지 하고 사드린게 사람마다 사용감은 틀린가봐요... 흑흑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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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큐우짱 2018/10/11 06:37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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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년발씨혜근박 2018/10/11 07:08

    아침부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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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넝이™㉿㈜ 2018/10/11 07:34

    잘 했다 ~! 엄마 새끼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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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동네경찰관 2018/10/11 08:03

    저도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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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nyboy 2018/10/11 08:15

    싸구려 플라스틱 도마도 사드리세요 . 제가 바보처럼 나무 도마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몇개를 샀는데 못써요.
    고기를 자르면 소독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당근이나 김치를 자르면 물들 어서 못쓰고 ㅋㅋㅋ 나무 도마는 친구들 불러서 빵 치즈등 쓰는데 칼질 나는게 싫어서 조심 조심 결론은 맨날 쓰는건 플라스틱 입니다.  꼭 막쓰는것  사 드리세요.  오래된 건 버리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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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접몽 2018/10/11 08:15

    이글 읽고 저도 도마를 사러 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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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퇴한회원임 2018/10/11 08:16

    어...이거 퍼온건데..제 얘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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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를_기울이면 2018/10/11 08:46

    팁 드리면 도마 거치대 쓰면 곰팡이 안나요!!
    라고 할라했는데 퍼온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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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을기다리며 2018/10/11 08:47

    요새 실리콘 도마 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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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리트먼데 2018/10/11 09:08

    떵 누면서 울긴  첨이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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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lixHan 2018/10/11 09:15

    아침부터, 눈에 이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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