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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내 인생의 영화음악들 [3회]



영화의 계절, 가을...
그 색이, 그 향이, 그 촉감이 점점 짙어지면서
가슴 한 구석이 왠지 쓸쓸해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꿈틀거립니다.
이 공간에 영화 관련 리뷰를 쓰기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으면서도
한 번도 OST를 소개한 적이 없더군요.
여러 장르의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지만
그래도 가을 이 즈음
가장 끌리는 것은 영화음악들입니다.
영화음악이 특별한 건
위대한 영화가 남긴 여운을
한층 더 진하고 깊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지요.
YouTube의 도움을 받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들을
한 번에 다섯 편씩 몇 번으로 나누어
부정기적으로 연재해볼까 합니다.
(순서는 순위와 상관없으며
글 전개의 편의상 경어를 생략합니다.)
그 세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1) [제 3의 사나이] (1954 by 캐럴 리드)
전후 동유럽에서의 첨예한 이념의 대립을
세 명의 인물을 통해 묘사하는,
느와르 장르의 효시와도 같은 작품.
오손 웰즈, 그의 카리스마의 원형질을 볼 수 있다.
레전드가 되어버린 엔딩씬의 쓸쓸함이란...
오스트리아, 독일 남부 지역 전통적 현악기인
치터(Zither)가 이끌어 나가는,
안톤 카라스의 메인 테마는
낙엽이 비처럼 떨어지는 늦가을의 텅 빈 공원을
떠오르게 한다.
YouTube에서 'The Third Man - Anton Karas' 보기
https://youtu.be/2oEsWi88Qv0
(12) [분노의 역류] (1991 by 론 하워드)
대(代)를 이은 소방관 형제, 스티븐과 브라이언.
그들의 삶은 사실 외롭고 절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밖에 존재하지 않는 끔찍한 화염 속으로
꿋꿋하게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건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숭고한 직업적 사명감과 신념이다.
You go, we go...
형 스티븐은 끝내 목숨을 잃고
지금까지 스크린에서 목격한,
가장 웅장하고 감동적인 장례식이 펼쳐진다.
노래는  "Fahrenheit 451",
한스 짐머가 작곡했다.
YouTube에서 'Backdraft (1991) - The Funeral' 보기
https://youtu.be/ZNVdykG5nKw
(13) [용서받지 못한 자] (1992 by 클린트 이스트우드)
삶의 멍에를 온 몸에 짊어진,
지금은 무력해진 무법자가 내뱉는
거친 회한의 숨소리...
자신의 몸으로 만들어낸
웨스턴의 신화 속으로 뛰어들어
장르 자체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로
서부극 장르의 역사에 위엄이 넘치는 마침표를 찍다.
감독, 주연, 음악까지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
엔딩을 장식하는 "Claudia's Theme"을 들으면
지금도 가슴에 쥐가 나는 듯 하다.
YouTube에서 'Claudia's Theme from the movie 'Unforgiven' (1992)' 보기
https://youtu.be/_JhVIw9Pxr4
(14) [첨밀밀] (1996 by 진가신)
1986년부터 1995년까지 10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소군과 이요의 사랑, 이별, 재회...
1997년 중국으로의 홍콩 반환 전
홍콩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공기의 흐름을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 속에 녹여내다.
소군과 이요를 오작교처럼 이어주는 건
대만 출신의 가수 등려군.
1995년 5월, 그녀가 47세 나이로 사망하는 날,
소군과 이요는 뉴욕의 한 거리에서 재회하고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이 흐른다.
저 달빛이 꼭 내 마음 같지요...
YouTube에서 '첨밀밀 月亮代表我的心   YouTube' 보기
https://youtu.be/E0mrS-MggI8
(15) [라라랜드] (2016 by 데이미언 셔젤)
할리우드 정통 뮤지컬 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하며
화려하고 찬란했던 그 시절,
더 나아가 음악과 영화라는 예술,
특히 실패한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연가(戀歌).
이 영화에서 사랑과 꿈은 양립하지 못한다.
사랑으로 인해 발견했고
사랑을 위해 이루고 싶었지만
사랑과 함께 할 수는 없었던 꿈...
그 실패한 꿈을 실패한 예술가가 노래한다.
노래는 미아 역을 맡은 엠마 톰슨.
제목은 "Audition",
부제는 "The Fools Who Dream(꿈꾸는 바보들)".
가사의 문학성이 참으로 탁월하다.
주위를 모두 암전시킨 채
그녀를 향해 아주 천천히 줌인한 카메라는
그녀의 등 뒤를 한 바퀴 돌고 천천히 줌아웃한다.
아... 그 덤덤한 카메라워크...
YouTube에서 'La La Land - Audition/"The Fools Who Dream" (2016) HD' 보기
https://youtu.be/hrgXegJiTq4
하루 남은 연휴, 아름답게 마무리하세요...
댓글
  • 빙그레미소 2018/09/26 03:44

    음악추천 너무 좋아요 잘듣겠습니당

    (YMhvPj)

  • 혁명전야 2018/09/26 03:46

    빙그레미소// 네 즐감하세요.^^

    (YMhvPj)

  • 아침보리 2018/09/26 03:58

    제3의사나이 ost도 갖고있는데 영화도 음악도 너무 좋습니다..

    (YMhvPj)

  • 혁명전야 2018/09/26 03:59

    아침보리// 맞습니다. 영화도 음악도... 이런 걸 클래식이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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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미유비단 2018/09/26 08:03

    오늘은 영화 음악편이군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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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요정 2018/09/26 10:20

    캬~~!!!
    정말 주옥같은 음악을 가지고 있는 영화들만...ㅠㅠ
    제 3의 사나이만 못봤는데...제목은 참으로 많이 듣던 영화였는데
    와~~이게 느와르의 효시와도 같은 작품이었군요!!
    필 감상해야 될 것 같습니다!!
    첨밀밀의 장만옥ㅜㅜ그리고 증지위..
    갠적으로 첨밀밀은 한때 생각날때마다 봤던거 같아요..ㅎㅎ
    분노의 역류, 용서받지 못한자, 그리고 라라랜드의 ost
    그냥 다 장난 아닌 ost들이네요
    올간만에 분노의 역류 ost 듣고 있는데요...
    진심으로 추석 연휴 기간동안 맘과 정신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해준 ost들로 꾸며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오늘 추석 마지막 연휴!!
    아쉽지만 정말 즐겁게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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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ythew 2018/09/26 13:08

    백드래프트 보고 소방관이된 후배 생각나네요.
    당시 법대생이었는데 어머님 앓아 누우시고 저에게 좀 말리라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상하게 주연인 러셀, 볼드윈은 기억에 안남고 스캇 글렌이 기억에 남더군요. 그 후로 계속 스캇 글렌 팬입니다.
    제3의 사나이..
    처절하게 외로운 엔딩씬..
    여운.. 울림.. 이런 표현으론 뭔가 부족하군요..
    잘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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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8/09/26 14:43

    까미유비단// 그제부터 올렸네요. 추석연휴 기념으로... 남은 연휴 보람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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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8/09/26 14:47

    안녕요정// 여명, 장만옥도 그렇지만 증지위도 절대 잊을 수 없죠. 첨밀밀은 언제 보아도 걍 아련~해요. 연후 끝나가네요. 아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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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8/09/26 14:50

    flythew// 아마 당시 백트래프트 보고 소방관되신 분들 꽤 있을 겁니다. 위 영상 장례식은 또한 엑스의 장례식이기도 했죠. 본얼티메이텀(본슈프리머시인가?)과 본레거시에서 스캇 글렌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참 매력적인 배우였습니다. 남은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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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8/09/26 14:51

    [리플수정]PaulONeill// 캬, 바로 이 엔딩!!!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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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요정 2018/09/26 15:26

    flythew PaulONeill 혁명전야//와....저게 제 3의 사나이 엔딩인가 보군요
    보면서 갠적으로 넘 놀란것이 밀로스 크로싱과 밀정의 장면이 생각나네요
    이것보다 더 앞서서 제 3의 사나이가 저런 장면이 있었군요!!!
    처절하게 외로운 엔딩......여운 울림....이 말씀때문이라도 봐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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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와함께 2018/09/26 15:35

    등려군이 부른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사랑해 당신을이란 한국드라마에서 가사를 만들어서 쓰이기도 했죠
    감우성과 채림이 학생과 선생으로 사랑을 나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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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바칸이 2018/09/26 18:52

    저는 Love af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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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8/09/26 21:11

    안녕요정// 아 예리하셔라...^^ 맞습니다. 두 영화의 엔딩 모두 제3의 사나이 엔딩에 대한 오마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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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8/09/26 21:12

    카라와함께// 말씀하신 드라마는 못봤지만 꽤 여러 작품에 삽입되는 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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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8/09/26 21:13

    차칸바칸이// Love Affair OST도 끝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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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ythew 2018/09/26 22:17

    안녕요정// 저 짤만보고 연결하시다니 직관력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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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력 2018/09/26 22:49

    영화사상 손꼽히는 제3의 사나이 엔딩씬이 생각나는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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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룩킹삼진 2018/09/26 22:56

    와.... 이런 음악 추천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랑 봤던 분노의 역류... 커트러셀 돌아가실때 펑펑 울던 그녀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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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8/09/26 23:06

    지구력//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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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전야 2018/09/26 23:07

    룩킹삼진// 커트 러셀이 죽으면서 말하죠. 저 싸이렌 소리 지긋지긋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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