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60256

청소를 했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청소를 했습니다. 침구를 정리했습니다.

오늘이 이 침대에서 그녀석이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 것 같아 눈물이 흐릅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이대역 애견샵에서 2달을 넘긴 말티즈 아기를 입양해왔습니다.
솜뭉치처럼 털이 자라도록 분양이 안되던 아이였지요.

 

새로운 보금자리를 적응하기 힘들까 걱정이 많았는데.
차디찬 유리벽 속을 나온 녀석은 지 세상인 마냥 금방 적응하더군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새벽부터 녀석이 설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식욕도 없어졌고, 기력도 없습니다.
성탄절 휴일. 여자친구와 밤잠 설쳐가며 녀석을 보살폈습니다.
반나절이 지났을까.. 식욕도 돌아오고 놀아달라고 졸졸 따라다니는거 보니 기력도 되찾은거 같습니다.

 

 

12월 27일
갑자기 구토를 하더니, 설사를 다시 하기 시작합니다.
힘에 겨운지 침대에 눕더니 움직이질 않습니다. 사료라면 사죽을 못쓰던 녀석이 쳐다도 안봅니다.
혹여나 과식을 해서 그런건 아닌가 싶어 몇시간 쉬게 냅둬봅니다.

 

다행스럽게 저녁이 되자 다시 활력을 찾고, 밥도 잘 먹습니다.

 

 

12월 28일
새벽에 토를 하고 설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낌새가 이상합니다. 식욕도, 기력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급한 마음에 병원으로 대려갔습니다.

 

의사가 대뜸 묻습니다.

"어디서 분양받았나요?", "연락은 해봤나요?"

 

물어본 이유가 파보 장염이기 때문이랍니다. 사람으로 치면 에볼라 바이러스라고,
치사율도 높고 치료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고.. 치료한다고 산다는 보장도 없다고...

 

3달이 다되가는 녀석 무게가 480g이랍니다. 아직도 천공이 열려있답니다.
영양소와 아이를 보호해줄 항체를 어미젖으로 받아야하는데. 이 녀석. 영양 실조 같아 보인답니다.

 

비용을 물었습니다.

 

100만원 정도 소요되고, 입원을 해야한다.
하지만 녀석은 수액 놓을 혈관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기아 상태다.
따라서 24시간 관찰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는게 맞다고 합니다.

 

한시가 급하다고 생각되서, 수액을 맞고 있는채 병원을 옮겼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장담은 할수없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합니다.

주사를 놓아도 움직임이 없을정도로, 녀석은 거의 시체와 같아 보였습니다.

 

그토록 싫어했을 차디찬 거울벽 사이에 남겨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걸어 집으로 왔습니다.

그 녀석이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나가고 싶어했던,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녀석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녀석이 곤히 자던 침대.
녀석이 먹지 못하고 남아있던 사료.

 

눈물이 핑 돕니다.

 

 

12월 29일
면회를 갔습니다. 여전히 기력은 없고, 움직임도 없습니다.
이 녀석 이곳에서 혈변을 봤다고 합니다.
억장이 무너지고, 마치 제 탓인것 같아 죄스럽기까지 합니다.

 

 

12월 30일
차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금이나마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주사를 맞을때 아프다고 낑낑대는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수가 없습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에 마음이 찢어질듯이 아프지만.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에..

 

 

12월 31일
다시 기력이 없어지고.. 움직임도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알아보는지 고개를 들고 눈인사를 해줍니다.
낙관적이던 의사도 한숨을 내쉽니다. 예후가 안좋을수도 있답니다.

내가 할수있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해줄수있는것도 없습니다.
할수있는거라곤 이겨내 달라는 말뿐.. 가슴에 무거운 짐을 안고 새해를 맡이해봅니다.

 

 

1월 1일
처음 입원했을때처럼. 시체와 같습니다.
의사는 할수있는 모든것을 다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합니다.
입원을 계속 시켜도 되지만, 더이상은 무의미 하다고 말합니다.
내일 저녁에 퇴원 수속을 밞기로 합니다.

 

 

1월 2일
녀석을 대려오기전, 살균 청소를 합니다.
모든 물건들을 치우고, 락스 원액 그대로 뿌렸습니다. 그리고 닦고 또 닦습니다.
독한 락스향 때문일까. 눈물이 흐릅니다.

녀석이 처음 집에 왔던 그 자리 그대로.
침구를 놓고, 배변판을 놓고, 장난감을 놓았습니다.
또다시 눈물이 흐릅니다.
오늘이 이 침대에서 그녀석이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 것 같아 눈물이 흐릅니다.

 

그녀석에게 오늘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빠는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꺼라고.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녀석이 잘 이겨낼 수 있게 기도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몽이를 대리러 갑니다.

 

 

 

 

 


 

 

댓글
  • hanmir 2017/01/02 18:17

    ㅠㅠ

    (plYc6R)

  • mc777ftk 2017/01/02 18:19

    힘내라 귀요마~~~♡
    세상은 아직 널 보낼 준비가 안되있단다

    (plYc6R)

  • 의젖탐지견 2017/01/02 18:20

    에구...짠하네요...
    분양업자새끼 족치시는게...

    (plYc6R)

  • ㅇ동선생 2017/01/02 18:21

    힘!! 갈라믄멀엇습니다 더사랑해주세요

    (plYc6R)

  • 베릭 2017/01/02 18:21

    아.. 제발 진심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발요.

    (plYc6R)

  • 푸른신호등 2017/01/02 18:21

    안타까운 일이네요. 강아지 키우는 사람으로 그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ㅠㅠ

    (plYc6R)

  • 바실리자이체프 2017/01/02 18:22

    에고..ㅜㅜ

    (plYc6R)

  • 스님이스나 2017/01/02 18:23

    이렇게 귀여운놈이........

    (plYc6R)

  • 평범한초유치 2017/01/02 18:25

    마음고생 많으셨겠네요 ㅠㅠ
    몽이 화이팅!!!!

    (plYc6R)

  • hazagu 2017/01/02 18:25

    잘 버텨내고 건강해져서 오래 주인과 행복해지길 기도해봅니다 ㅜㅜ

    (plYc6R)

  • 페르소나논그라타 2017/01/02 18:28

    성견 나이들어 14년 만에 보내는 것도 힘들던데.... ㅠㅠ

    (plYc6R)

  • 핑크다이아 2017/01/02 18:28

    힘내서 꼭 건강해라

    (plYc6R)

  • 무휼 2017/01/02 18:30

    아..제발

    (plYc6R)

  • DOVE 2017/01/02 18:31

    힘내~ 몽아~~~

    (plYc6R)

  • 아키auto 2017/01/02 18:34

    개인적으로... 분양샵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plYc6R)

  • 메이사꾸 2017/01/02 18:46

    힘내세요~~몽이도 힘내라..

    (plYc6R)

  • 티파니에서의아침 2017/01/02 18:47

    제발 부탁입니다!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작은 아이들..애기때부터 키우고 싶으셔서 구매하신다면 가정견 분양을 추천해드립니다! 애견샵에서 사는순간 강아지공장에 또 일조하는겁니다! 그조그만 곳에서 지내던 아이들 팔리지않고 커버리면 다시 강아지 공장으로 가서 평생을 번식용도로만 쓰이다가 죽고 그새끼들이 또 애견샵에 보내집니다! 건강할리가 없죠! 왠만하면 가정견으로,, 부모견 상태보고 분양받으시면 좋습니다!
    몽아~ 힘내 부탁이다! 살아라~ 너 너무 좋은 아빠 만난거 같은데~ 아빠랑 즐겁게 뛰어놀기도하고 해야지~~ 어서 일어나

    (plYc6R)

  • 힘찬박동그거슨열정 2017/01/02 18:47

    마음 아프네요
    건강해져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plYc6R)

  • 대충l아공 2017/01/02 18:49

    제발 힘내라....맘껏 뛰어 놀아야지.기운내세요!!기적이 일어날수도 있을거에요!!!

    (plYc6R)

  • bbaaam 2017/01/02 18:56

    꼭 이겨내길 빌어봅니다..ㅠ 마음이 아프네요..

    (plYc6R)

  • 이터너티 2017/01/02 19:15

    하.....................기운내십셔

    (plYc6R)

(plYc6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