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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괌에서 있었던 일 3 - 내가 경험한 미국의 사법절차

 


괌에서 있었던 일 1 - 들어가며


https://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803280015126659&select=&query=&user=&site=&reply=&source=&sig=hgj9Sg-Akh9RKfX@hlj9Gf-AKmlq



괌에서 있었던 일 2 - 사건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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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도착한 후에도 조사 받고 boss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별 일 없을 거라고 안심을 시켰습니다. 경찰은 계속 “한국에서는 많이들 하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관광객이 실수한 것인데 큰 문제 없을 것이다, 유사사례가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큰 무리없이 풀려났다, 협조해주어서 고맙고 협조사실도 잘 참작이 될 것이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벌금을 내든, 훈방조치를 받든 빨리 조사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얼마 후 작은 방에서 조사를 시작했는데 ①아이들이 있는 것을 인식하고 내리기로 결정한 것이 맞느냐, ②따로 나갔어도 되었는데 왜 같이 가게 되었느냐 라는 두가지 질문만 받았습니다. 머리속에 오직 5시 비행기 탑승만이 있었기 때문에 구구한 해명 없이 시인을 했고, 서면으로 적고 싶은 말을 적으라는 요청에도 빨리 끝내려는 마음에 적을 게 없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언제 저희가 Kmart에 도착했는지, 얼마나 오랜 시간 아이들을 차 안에 두었는지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습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나 해명을 하는 상황은 없었습니다.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명확하다고 생각했고, 설령 벌금(미국은 과태료/과징금 등의 구별 없이 모두 벌금입니다)을 받더라도 빨리 내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중요한 데다가, 조사 직전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 받았을 때도 계속 우호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데 16:00가 다 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언제 결과가 나오는지,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이 맞는지 경찰에게 다시 물었더니, 최대한 서두르고 있지만 아무래도 17:10 비행기는 탑승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 예약시간을 변경하라고 권했습니다.

 


티켓을 바꿀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16:00경부터 일단 항공사/여행사에 아내의 전화기로 전화를 했습니다. 한국은 공휴일이어서 연결이 쉽지 않았습니다. 수 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비행시간을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항공사에서는 항공권 예약을 한 여행사에서만 변경이 가능하다고 했고, 여행사에서는 10월 2일만 영업을 하는 것이라 당일 영업시간까지만 비행시간을 변경할 수 있고 재차 변경은 어려우니 변경할 시간을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 날 나갈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저는 가장 빠른 걸로 바꿔달라 했고, 다행히 16:30쯤 그 날 새벽 비행기로 변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라, 별일 없을 거라고 계속 안심을 시켰고, 새벽 비행기로라도 귀국을 하면 아침에 바로 부모님 댁에 갈 수 있으니 오히려 탑승시간이 넉넉해져서 조금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최종학력이 무엇이고 어떤 대학을 졸업했는지 추가 질문을 했고, 졸업한 대학 이름을 직접 쓰라고 했습니다(나중에 보니 이걸 근거로 “Mom and dad are revealed they are highly educated”라고 보도에 사용한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제가 highly educated된 사람이라고 떠벌린 것처럼 보도되었습니다. “revealed”라는 단어를 이렇게 번역해서 쓰는 현실도 답답했습니다).


 17:15경 경찰은 갑자기 날벼락 같은 소리를 했습니다. “통상 이런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례적이지만 미안하게 됐다, 내일 판사를 만나야 하니 새벽 비행기도 못 탈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음날 10:00에 판사와 hearing을 한 후 금방 풀려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판사만 잠깐 만나고 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상황은 점점 예상 못할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판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이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통보를 했습니다. 부당한 처사라는 생각에 외교통상부 콜센터에 전화해 알리고 비행기 시간을 다음날 새벽 03:05로 다시 변경했습니다.











잠시 후 아동보호국 직원이 와 경찰이 아이들을 강제로 인도하려고 하자 둘째가 계속 울면서 저항을 했습니다. 저는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했지만 사실 이 때부터는 거의 이성을 잃었습니다. 멀쩡히 부모와 출국하려는 아이를 Child abuse라고 붙잡아 두었다가 부모한테서 강제로 떨어뜨리는 것이야말로 Real child abuse가 아니냐고 항의했습니다. 미안하다면서도 법 절차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경찰은 아내에게 다음날인 2017. 10. 3. 10:00에 hearing이 있을 것이고 끝나면 바로 풀려나 데려갈 수 있으니 아이들을 달래 달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내일 바로 데리러 갈 것이고, 하룻밤만 떨어져 있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달랬지만, 어린 둘째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7:40에 현지 영사관 직원의 전화를 받았는데 법적인 문제라 달리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말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접었습니다.


 


아동보호국 직원이 둘째딸을 안고 달래 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침착하게 최대한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던 첫째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래도 오빠라고 울지 말라며 동생을 달래려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울먹이며 보호국 직원에게 내 동생은 뽀로로를 보면 울지 않는다면서 직원의 휴대폰을 달라고 하여 뽀로로를 틀어 주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어야 했습니다. 아동보호국 직원과 있는 아이들을 멀리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딸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끝내 울부짖는 채로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속으로 눈물이 났지만 아이들 앞에서 그럴 수 없어 태연한 척, 내일 금방 데리러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를 보호한다며 오히려 아이를 불안과 공포에 처하게 하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6시가 넘도록 상황설명도 듣지 못한 채 소지품을 모두 차에 보관하라고 하더니 경찰서 내 간이 구금시설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버거킹 햄버거를 저녁으로 주었는데 그 때도 경찰은 본인들 입장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이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한국사람에게 잘못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안심을 시켰습니다. 말과는 계속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경찰의 말대로 경찰서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다음 날 10시에 판사를 본 후 아이를 데리고 가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밤만 지나면..


 


시계도 없어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데 꽤 시간이 흐른 뒤 경찰이 갑자기 말했습니다. “미안하지만 가야 할 곳이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다른 경찰서 소속으로 보이는 경찰관들에게 인계되어 어디론가 이동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절차적 의미나 예정된 일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내일 아침 판사를 봐야 한다,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통상 바로 풀려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미국의 형사 사법절차에 대한 이해가 없기도 했지만, 영장 제시, 혐의사실의 고지 등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고 당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법률적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안심을 시키고 있는 사이에 영장을 발부받고 있었습니다)


 


도착한 곳은 다른 경찰서처럼 보였을 뿐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대기하고 있다가 방으로 불려 들어가 보니 촬영시설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유출된 경찰 사진(일명 머그샷, police photograph)을 촬영하는 장소인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구속된 것도 아니고, 제가 이걸 왜 찍어야 되는지 물으며 항의했지만 절차상 찍는 거라며 고압적으로 사진촬영을 강행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안심하라는 경찰의 말과는 점점 다른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외국인으로서 현지의 공권력에 저항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촬영 후 아내와 다른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면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그 때에서야 Jail에 구금된다고 하였습니다. 너무 놀랐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어 제가 왜 구금시설에 들어가야 하느냐 했더니, 30분 넘게 아이들을 방치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 말에 더 놀라 10~15분 정도였을 뿐인데 무슨 소리냐고 했지만 자기들은 사건 담당자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고 할 뿐이었습니다. 이상했지만 설마 그건 아니겠지 했습니다. 워낙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다 보니 설마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한 가닥 기대가 있었습니다.


 


구금시설에 들어가면서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당일 구매 영수증 뭉치를 모두 뺏겼습니다. 나중에 돌려받지 못하리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압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바람에 저는 사건을 해명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밤늦게 배정된 방에 들어가 보니 2층 침대 두 개가 놓여 있고 3명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2층의 남은 침대에는 매트리스도 없이 철판만 있었고 베게나 이불도 없이, 다른 수감자들의 소지품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개미들이 우글거렸습니다. 어차피 잠들 상황이 아니어서 침대의 남은 공간에 앉아 경찰이 말한 오전 10시까지만 참기로 했습니다. 가족들을 걱정하면서 다음날 판사에게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며 밤을 지샜습니다.


 


제 혐의사실이 무엇인지, 어떠한 법령이 적용됐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현지법 내용이라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방법이 없어 불안했습니다. 예전에 11개월 동안 미국에 머물 때 기억을 더듬어보니 마트 앞에 출동한 앰블런스를 자주 보았지만 실제 체포되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후에 벌어질 일은 예상하지 못한 채 그 날 일의 사실관계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문제 없을 거라며 마음을 애써 다스렸습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복기하면서 다음 날 hearing에서 할 말을 정리했습니다.


 


울부짖던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이 계속 떠올라 잘 자고 있는지 걱정하면서, 이 일을 억울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의 말을 더욱 경청하도록 인생의 좋은 경험으로 삼자고 되도록 좋게 생각하려 노력했습니다. 법조인이라서 남들과는 달리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찌되었건 잠시나마 현실과 타협하여 아이를 두고 내린 결정에 대하여도 반성했습니다.


 


2017. 10. 3.(화)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아침 식사 후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하면서 10:00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막상 10:00에 나가서 만난 사람은 보호관찰관 이었습니다. 저는 빨리 판사를 만나 아이들을 찾아야 하는데 그는 껌을 씹으며 마약을 한 적이 있느냐, 문신이 있느냐, 총을 가지고 있느냐 등 장시간 범죄성향에 대한 질문만 해댔습니다. 도대체 판사는 언제 보느냐고 하니   14:00에 hearing이 잡혀 있다는 겁니다. 경찰이 분명히 10:00라고 했는데 바뀐 것인가 물으니 원래 14:00에 잡혀 있었고 경찰에서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상황은 자꾸 꼬여만 갔습니다.


 


Hearing 시작 5분 전인 13:55경에서야 공소장 부본과 첨부된 경찰의 기소이유를 전달받았습니다. 짧은 시간밖에 없어 정독은 못했지만 기소내용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친절하게 안심시키던 경찰들이 시간을 3배나 늘려놓고 아이들의 얼굴에 땀이 흘려 내렸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었습니다. 또 사건과 관계없는 짜깁기식 인용으로 저를 염치없는 동양인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가 보였습니다. 과정 내내 저희를 안심시켰던 경찰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14:00가 되어 저는 구금된 장소에 설치된 비디오로, 아내는 형사법정에 직접 출석해 예비심리 절차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계속 경찰의 기소이유를 곱씹어 보며, 그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신고자가 진짜 시간을 그렇게 진술했다면 저들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었겠지..’, ‘피부색이 달라서 아이들이 땀을 흘린 것으로 착각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오기 전에 아이들 땀을 닦아 주어서 나는 볼 수 없었나?’, ‘내가 3분동안 있었다고 말했었나?, 내가 샴푸이야기에 주력하며 꺼낸 이야기들을 저들이 잘못 알아들었나?’ 계속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했습니다. ..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3분동안 있었다고 말했다’는 그들의 주장과 ‘샴푸와 1~2개 물품만 사고 금방 나오려고 했는데 샴푸를 찾느라 늦어졌고 결국 살 수 없었다’는 제 말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오해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뒷 부분은 생략한 채, 앞 부분만 주장하는 걸 보니 다른 의도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수사기관도 피의자를 나쁜 놈으로 몰아가기 위해 피의사실의 구성요건과 관계없는 일을 양념처럼 기재하는 사례가 있듯, 그들의 의도도 그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3배나 늘려놓은 시간, 아이들의 얼굴에 땀이 흘려 내렸다는 왜곡은 객관적으로 볼 때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는 요건이었습니다. 애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니라, 그들의 잣대에 약간 모자라는 정도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공소장 기재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진술해봐야 일방적 주장에 불과해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사실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재판장은 사실관계는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하라며 일축해 버렸습니다. 그 때서야 저는 미국이 변호사 강제주의라는 사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변호인 선임 기회조차 없이, 판사에게 잘 말하면 금방 풀려날 거라는 말만 반복한 경찰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담당 재판장은 인정신문, 공소사실에 대한 고지,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설명을 한 뒤 guilty plea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바로 다음 재판 기일(2017. 10. 25.)과 기소 전 석방(Release Order) 조건을 고지했습니다.


 


21:00 이후에야 석방되었습니다. 밤 늦게 갈 곳이 없어 영사관과 한인 관광업체 사장님의 도움으로 휴업중인 민박집과 변호사 등을 소개받았습니다. 영사님을 통해 현지 언론에 최소 45분 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도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문제였습니다. 하룻밤만 자면 데리러 가겠다고 했는데 계속 엄마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하루 빨리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에 우선은 숙소로 이동하자마자 현지법을 찾아 보았습니다. 기소된 죄명은 Child Abuse(아이에게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위험에 처하게 한 경우에 대한 범죄로서 Misdeameanor)와, 그러한 위험에 처하게 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15분 이상 아이를 두었다는 내용의 경미범죄(Petty Misdemeanor)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법 내용과 과거 사례들을 찾아 보니 제가 이해하고 있던 것처럼 제 사건은 Child Abuse에 해당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잘 입증하면 (경찰들이 말했던 것처럼) 문제 없이 끝나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괌 당국의 처분사례들을 살펴보았더니 대체로 1시간 정도가 체포의 기준점이었고, 불체포 사례는 사건화되지 않기 때문에 찾을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저보다 정도가 심한 상황도 불체포 사례들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7. 5. 3. 1살/2살의 딸 둘을 남겨두고 갔던 관광객으로서 아이들이 24시간 관찰대상이었던 사례, 2016. 6. 24. 7개월 된 아들이 울고 있다가 병원으로 실려간 사례 등


https://www.kuam.com/story/35326165/mother-of-babies-left-in-car-at-mall-questioned-by-police,


https://www.kuam.com/story/32297999/parents-le에이브이e-baby-in-car-outside-rev-tax)


 


경찰의 주장은 신고자가 14:30에 현장에서 발견하고 한참 두드리며 아이를 깨우려다가 일어나지 않자 14:50경 신고를 해서 14:54에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였고, 15:05에 차문을 열었는데 제가 15:15이 되어서야 현장에 나타났다는 것이었고 결국 최소한 45분 이상 아이들을 방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행기 탑승시간을 맞추기 위해 계속 시간을 확인하며 움직였던 저로서는 경찰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게 명백했지만 당일 영수증 뭉치를 빼앗긴 터라 신용카드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습니다.


 


Kmart 영수증에 15:02에 결제한 내역이 있으니 제가 도착한 15:03을 입증할 수는 있는데, 도착 시간 입증이 문제였습니다. Kmart 도착시점을 입증할 수 있는 마이크로네시아몰에서의 영수증은 최초 거래 시점인 14:12만 나와 있고 일부취소 거래의 영수증에는 시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14:30이 넘어서 간 마이크로네시아몰 푸드코트는 현금으로 지급한 바람에 영수증 원본을 찾는 방법 외에는 입증할 길이 없었습니다.


 


당시 가지고 있던 증거로는 50분의 시간이 비고, 이동시간 10여분을 감안한다 해도 경찰 주장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어떤 증거들로 이를 입증할 지가 고민이었지만 지금까지 겪은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그 때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새벽에 머그샷이 첨부된 현지기사가 올라온 것을 보았습니다. 충격과 분노 그리고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건지. 휴대폰을 두고 와 한국에 연락할 수 있는 곳도 없고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다행히 태블릿에 깔린 카카오톡에 몇 명이 친구로 등록되어 있었고, 미국 변호사 지인들에게 연락할 수 있었습니다. 머그샷 유출은 당연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될 뿐 불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연방법원 판결도 전달 받았습니다.


 


(나중에 이 사진을 그대로 받아서 보도한 국내 언론들은 미국은 머그샷을 ‘공개정보’로 분류해 무한정 공개를 허용한다는 식으로 법적 근거 없는 보도를 했습니다) 연방법 차원에서는 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공개요청이 가능한데, 공개되는 정보가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권(privacy right)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공개에 따른 공익(public interest) 공개로 인하여 침해되는 개인의 privacy right를 비교형량하여 privacy right 침해가 클 경우 그 제공이 허용되지 않습니다(FOIA Exemption 7(C) balancing test ).



실제로 이러한 FOIA Exemption 7(C)에 근거하여 머그샷에 대한 공개 불허가 결정을 유지하는 다수의 연방법원 판결이 존재하고, 심지어는 기소된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들에게도 공개를 못하게 하는 판결도 존재합니다(World Publishing Company v. U.S. Department of Justice, 672 F.3d 825 (10th Cir. 2012) 등).

 


제 사건의 경우 주 단위의 Freedom of Information Act로서 괌 자치법령인 Sunshine Law (https://www.guamcourts.org/CompilerofLaws/GCA/05gca/5gc010.PDF)

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FOIA Exemption 7(C)와 유사한 예외가 일반적으로 인정될 뿐 아니라

, 거기에 더하여 괌 경찰(Guam Police Department)에 대해서는 연방법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추가적인 정보공개 예외를 규정하여 (i)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ii) privacy를 침해할 경우 공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본토를 포함한 미국 현지에서는 공익(Public Interest)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고 공인이론(Public Figure)이 발달하여 우리나라보다는 공개의 범위가 넓은 것은 사실입니다.  설령 불법적으로 유출하더라도 언론기관에 대한 면책이론이 발달해 불법상태가 묵인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출국 직전의 외국인 관광객에 불과한 제가 괌 현지에서 Public Figure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외국인 관광객 가족의 머그샷을 공개함으로써 얻게 되는 Public Interest라고 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괌 현지에서 머그샷을 공개한 경우는 아이가 죽은 사건 이외에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괌 현지 변호사 몇 분에게 물어보니, 현지에서도 머그샷을 함부로 유출할 수는 없고, 워낙 괌이 좁다 보니 기자가 아는 사람을 통하여 불법적으로 입수한 것으로 보이고, 머그샷을 찍자마자 입수하여 기사에 게재하는 것은 Sunshine Law에 따른 공개절차를 밟은 것인지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하였습니다) 당시로서는 밤이 늦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이 속수무책인 상태였습니다. 그 사진은 너무나 강렬해서 우리 가족에게 평생 따라다닐 거란 생각에 공포스러웠습니다.


 


일단은 법적 절차를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날을 대비하여 잠을 자두어야 하는데 잘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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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이어집니다.


괌에서 있었던 일 4: 밝혀진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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