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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랑 냉전 중인데...

참 기분이 거시기합니다.
발단은 제가 사는 동네 근처로 죽마고우들이 가족동반 모임으로 1박2일 와서 저녁 늦게 초청받아서 저도 가족을 데리고 갔었습니다.
와이프가 낯가림이 좀 있는 편이라 토요일 밤 늦게 설득해서 데리고 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죠.
어쨌든 밤늦게 합류해서 모임이 시작됐는데...
여자와 아이들이야 피곤해서 일찍 잔다고쳐도 남자들은 좀 다르쟎습니까?
동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옛일 떠올리면서 밤새 이야기하고 술마시고,
그래도 여흥이 남아서 자고나서도 아침에 또 맥주 마시고 이야기하고...
객지 생활을 한 지 15년이 넘어 외로움을 탔나보다...
고향친구들이 모처럼 사는 동네까지 와서 너무 반가워서 그랬나보다 하면 될 것을...
자기딴에는 제가 밤새 술마시고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보기싫었는지는 몰라도
아침에 해장국 겸한 밥상에서 모든 사람이 듣는 데서 술마시지 말라고 고함을 치대요.
다른 친구들, 와이프들, 제 자식 포함한 모든 아이들까지 다 듣는 데서 말이죠... 순간 주변이 싸아...
딱히 평소 술 마셔서 속썩이는 일 없었고,
술 마시면 말이 좀 많아지는 거 말고는 주사를 부린 적도 없었고,
가족동반 모임에서 술 마시는 거 어찌보면 지극히 이상한 일도 아닌데,
제가 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험한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해야하는지 진짜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남의 모임에 초청받아 온 입장에 분위기 더 흐리기 싫어서 아무 말 말고 꾹 참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다른 네 가족이 보는 앞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무안을 당했던 게 갈수록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평소 와이프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싶은 말 거침없이 하는 면은 있긴 한데,
여차저차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한마디도 안했고, 지금까지 사흘째 제가 입을 닫아버렸네요.
물론 그간 눈도 안마주치고 해주는 밥도 안먹고 있습니다.
한 남자로서 참 부끄럽고 쫌쌩이처럼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껀은 진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거든요.
직장에서는 한 부서의 장을 맡고 있어서 감정을 숨기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퇴근시간이 되면 계속 우울감이 몰려드네요.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질 정도로요...
결자해지라고 결국 제가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지만, 사흘이 지나도 화가 풀리지 않는 건 나고 처음이네요.
여러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뜻있는 인생 선배분들의 조언도 기다립니다.
딱히 어디 풀 데도 없고 해서 얼굴 하나 제대로 아는 분 없어도 그냥 여기서 주절거려봤네요.
쓰고 보니 조금 반분은 풀리는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 바니아이 2016/12/27 21:50

    화 나실만 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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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루™ 2016/12/27 21:54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애들도 아닌데, 왜 그런 공개망신을 당해야 하는지 참 감정이 눌러지지가 않습니다.
    단 둘이 있는 데서 그랬다면 이해할만한 명분이라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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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D+신계륵늅 2016/12/27 21:52

    허 저도 와이프가 있지만 여자는 정말 어려운 존잽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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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ra[..] 2016/12/27 21:52

    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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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렘 2016/12/27 21:53

    정말 속 많이 상하시겠네요....
    낯선장소라서 부인되시는분도 밤새 술드시는게 걱정이 되어 좀 과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좋게 해결 보시길 바래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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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라M 2016/12/27 21:53

    이해합니다.저두 비슷한경험이
    청소부터 시작하시구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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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signed_by 2016/12/27 21:56

    청소부터 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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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치오리발 2016/12/27 21:53

    어휴.. 제가 글만 읽어도 뒷골이..
    사는게 뭔지.. 참 힘내십쇼.. 그래도 애들 엄만데 어쩌겠습니까.
    먼저 사과 하지 않으면 잘 알아듣게 깊은 대화로 풀어서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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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같이좀합시다 2016/12/27 21:54

    솔직히 저는 부인님을 이해하기 힘드네요.
    님은 좋으신분 같습니다.
    저같으면 벌써 한바탕 했을겁니다....
    현명하게 대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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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아빠]★해달별★ 2016/12/27 21:54

    걱정이 앞서서 그런듯 싶어요. 이랬든 저랬든 가족은 같은편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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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야청청™ 2016/12/27 21:55

    아이구.....이해가 충분히 갑니다
    이런 일이 반복이 되면 풀어야겠다는 마음도 사라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렇.....아닙니다
    가족이란 타이틀로 같이 살아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떄 종종 있더군요
    저도 요즘 정말 힘드네요....혼자 살고 싶단 생각이 자꾸 늘어가느....어 제가 왜 이러쥬 ㅎㅎㅎㅎ
    클루님 보다 더 한 사람도 있으니 좀 더 힘내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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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도움가 2016/12/27 21:55

    저는 결혼을 안해서 드릴 말은 없지만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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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나라피터팬 2016/12/27 21:56

    제가 글쓴분 입장이어도 승질 나겠네요...
    제 선배의 형수중 한분은 그런 자리에 가서 다른 선배에게 바람피면 고추를 자르겠다고 한 분도 계세요...
    토닥토닥...
    저도 와이프랑 오늘부터 냉전중입니다 3일이나 밥을 안먹을 순 없는데 어떡하죠?
    메뉴나 생존 법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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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러덕 2016/12/27 21:59

    여자란 동물이 차분히 논리적으로 얘기 한다고 해서 설득당하거나 개선이 되는 동물이 아닙니다.
    기를 꺽든가, 아니면 수용하고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가든가 둘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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