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무척 조심스러운 이야기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올해들어 주남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현상 또는
일들을 목격했는데 매우 기분이 안 좋다.
나는 주남지 주변에 어떤 땅이나 이권도 없다.
그저 새가 좋아서 자주 갈 뿐...
그런데 올 들어 주남지 주변 통제가 이뤄지기 전, 가끔씩 차들이 기러기나
두루미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논 주변으로 굉음을 내며 달려서
새들이 놀라 떠나게 만드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마치 일부러 테러를 하듯이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논 주변으로만
질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요즘은 주남지 주변 논들 대부분 통제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예년과 달리 두루미들이 먹이를 주는 논으로만 먹이활동을 하러
가는 게 아니고 멀리 멀리 삼삼오오 나갔다 돌아온다.
예년에 비해 먹이를 덜 주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의문도 든다.
매일 볍씨 6가마 정도를 준다고 하는데 왜일까?
아침 9시 30분에 볍씨를 주는데 그 이전 시간에는 대부분이 멀리 나가서
주남지 앞 백양 뜰의 두루미 먹이터 주변에는 채 100마리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전체 두루미 개체 수는 4-5백마리 정도로 추정되지만 대부분이 멀리
나갔다 볍씨를 주고 나면 서서히 먹이터인 논으로 돌아온다.
어제는 궁금해서 원래는 통행금지이지만 차들이 계속 다니고 있는
주남지 탐조대 앞으로 지나왔다.
주남지 탐조대 앞 논에 새들이 거의 없었다.
보통은 오리류나 기러기 및 노랑부리 저어새와 큰고니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거의 없었고 노랑부리 저어새 몇 마리가
물고기가 없는 마른 논에 날아가 내려 앉았다.
물이 있는 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노랑부리 저어새가 어찌해서
물이 없는 마른 논에 내려 앉는 걸까 의문이 들 수 밖에.....
참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문뜩 이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한 달 전에 겨울 철새들이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할 때 이런
말을 들었었다.
"주남지 주변에 펜션이나 상가를 짓고 싶어 하는 주민들이 불만이
많다더라..."
주남지 주변에 철새들이 많이 오고 관광객이 많아지고 개발이 제한될 수록
자신들이 원하는 상업시설 건축이나 개발이 제한되어 몹시 불만이라는
취지로 보였다.
정말 드물게는 자신들이 어릴 때는 주남지 주변에서 철새를 잡아먹기도
했다는 사람도 있다.
결론적으로 주남지에 철새가 많아져서 이익이 되기보다 불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주남지 주변 주민들이 철새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하는 추측을
할 수 밖에...
얼마 전에는 주남지 두루미 먹이터 부근 논의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에 둔 것들을 가지고 가려고 와서 차단 장치를 설치해
놓은 걸 보고 무척 불만스러워 했다.
논에 가야 하는데 막아놔서 불편하다고...
물론 주남지 관리요원이 차단 장치를 일시적으로 제거해서 자전거를 타고
통행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지만...
주남지 주변 논을 겨울에 통제하는 게 공짜는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주남지 주변 논에 보리를 파종하면 그에 대해 일정한 대가를
시청이 지불하고 그 이외에도 겨울철에 통제하는 대신 어느 정도 보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논 주인들 입장에서는 불만인 것 같다.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사람이 먼저인가 철새가 먼저인가?
둘 다 아니고 공생은 불가능한 것인가?
새가 좋아서 주남지에 가는 게 좋았는데 최근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마음이 무척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