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 스포)'승리의 여신'의 자격

본작에서는 당연히도 "승리의 여신"이라는 단어가 자주 회수되곤 한다.

그것도 하이라이트라 칭할 만한 장면에서 회자되는 편이다.

...

그, 가끔 예외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저 장면도 어느 의미에선 하이라이트가 맞잖아?

이번 Goddess Fall 스토리에서도 빠지지 않고 해당 대사가 나왔는데

아주 공교롭게도, 이번 만큼은 굉장히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되어 많은 지휘관들의 심금을 울렸다.

더욱 공교로운 점은 하란이 선망하던 '승리의 여신'이라는 칭호는 하란 스스로가 자칭할 수 없다고 자조했다는 것.

나아가, 에덴의 모두가 그 점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에덴의 모두가 방주에 이용당하고, 배신당한 전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인류를 용서하고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서 싸워야만 '승리의 여신'을 칭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토록 결벽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철저한 도덕관은 칸트의 정언명령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작품은 인헤르트가 승리의 여신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을까?

적어도 본작에서는 그렇게만은 묘사하지 않는 것 같았다.

파이오니아 스쿼드는 하란이 언급했듯, 인류에게 버림받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올드 테일즈 역시 세간의 오명을 감내하고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을 싸움에 기꺼이 몸을 던졌다.

전초기지 엘리베이터의 돌발 스토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언급된 바 있다.

무려 이번 이벤트 스토리와 같은 이름을 지닌, 갓데스 폴 사건의 니케들은

인간에게 핍박 받아 탈출을 감행했음에도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모두가 자폭했다.

이러한 맥락은 새로이 업데이트 된 챕터 41에서 아니스가 마주한 딜레마와 이어진다.

'나를 증오하는 이조차도 품을 수 있는가.'

하란은 자신들이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승리의 여신이 될 수 없다 자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놓친 점이 한 가지 있을지 모른다.

에덴은 인류를 용서하고, 사랑하진 않았을지언정

그들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존심 때문이었을지, 나름의 긍지였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증오하는 방주의 행동을 적어도 답습하진 않았다.

이 이야기는 챕터 20에서도 회자된 바 있다.

도로시가 카운터스를 고기방패로 이용해먹자고 주장하자

요한과 인헤르트가 이를 거절한 것.

해당 파트에서는 더욱 명료하게 요한이 혐오하는 것은 자신이 당했던 '타인의 도구화'이며

그렇기에 도로시의 언동을 혐오를 드러내며 그녀의 주장에 찬동하지 않는다.

이는 스노우 화이트 상담 스토리에서 '인헤르트는 인간을 도구 취급한다.'고 주장한 것과

미니게임 스토리에서 요한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과는 전혀 상반된 묘사다.

도로시를 제외한 에덴의 주민들은 적어도 그 '선' 만큼은 넘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의 도구화'를 죄악시하고, 그 행동이 스스로의 존엄마저 훼손한다는 묘사

이는 또 한 번 칸트의 윤리관을 연상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헤르트는 요한이 마지막에 붙여준 것처럼 '승리의 여신'을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았을까.

또, 니케는 수직적인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지하-지상-우주를 잇는 이동수단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라는 점.

랩쳐는 우주에서 '하강(강림)'하는 반면,

니케는 지하에서 '상승(승천)'한다는 점.

타이틀 BGM의 이름이 'Goddess Fall', 업데이트 BGM이 'We Rise'라는 점이 그 반증이다.

올드 테일즈에서는 침식을 극복하고 '승리의 여신'으로 거듭난 신데렐라가 퀸을 친 뒤, 패배하여 우주로 내던져져 '추락'했다.

갓데스 폴 사건에서는 지상으로 향하던 니케 200기가 자폭하여 '추락'했다.

이 맥락에서는 '기꺼이 추락할 수 있는 자'가 '승리의 여신'이 될 자격이 지닌다.

공교롭게도, 이번 스토리에서 이사벨이 모티프상 이를 충족했다.

인헤르트의 분투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함도 아니었고,

그토록 증오하는 방주의 인류를 이용하지도 않았으며,

기꺼이 자신들의 추락을 감수하며 감행했다.

이러한 묘사들로 미뤄보면, 적어도 나는 본작이 인헤르트를 '승리의 여신'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또한, 현재의 도로시가 승리의 여신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이 모든 맥락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승리의 여신'이 함의한 의미에는 '우상' 또한 포함되어 있으므로 내 주장이 100% 맞다고는 나도 확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