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부터 로딩 화면이 플레이어를 맞이한다.
로딩 시간은 대략 42초 가량.

로딩이 끝나면..
이번에는 디스크2 번으로 교체하라고 하는데 ㅋㅋ
아니 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디스크 교체라니;;



이 게임의 공식 장르는 '어태치먼트(애착) 소프트웨어' 이며
97년 7월, PS1 으로 발매가 되었다.

디스크 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번 디스크가 게임의 본편..
그리고 2번 디스크는 지금처럼 애니메이션 씬 연출 전용으로 구동된다.

히로인 캐릭터 앞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이어지는 멘트.
- 공 좀 주워줄래??

모래사장 위로 새겨지는 게임의 타이틀.
노엘.
PS1 초기의 정신나간 게임 중 하나이며, '너 여자애들하고 대화는 해봤냐??' 같은..
순수 소년들의 열망을 간접적으로나마 시뮬레이션 해주는 본격 커뮤니케이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에.. 이것을 정신나간 게임이라 이야기를 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첫번째로..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뭘해야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게임이 시작되면, 요상한 인터페이스 화면과 함께 '카호에게 연락왔음' 이란
메세지만 덩그러니 보여주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알아서 이것저것 눌러보며 뭘 해야하는지를 익혀야 한다.

그렇게 아무거나 누르다보면 어딘가로 연결이 되면서,
히로인 캐릭터 중 하나가 떡하니 모습을 보이는데..
이 꼬라지를 겪으면 'ㅅㅂ 뭐임?? 뭐임??' 이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ㅋㅋ

그리고 두 번째로 정신나간 것은,
이 게임의 핵심 요소는 바로 '화상 전화를 이용한 대화'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AI와 인생상담도 가능 시대가 되었지만
그런 지금으로부터 26년전에 등장한 게임에서
유져와 가상 캐릭터간의 상호 대화라는 것을 과연 어떻게 구성해놨을까??
여기서는 어쩔 수 없이 영상으로 가야한다.
간단히 이야기를 하면 노엘이란 게임에서의 대화는
화면 속 캐릭터가 이야기하는 문장 속의 '화제'를 붙잡아서..
플레이어가 질문을 던지는 구조이다.
화제, 라는 것은 게임내에서 '대화볼' 이라는 아이콘으로 등장을 하고,
그것을 던지면 화면 속 캐릭터가 반응하여 화제에 맞는 이야기를 이어나아가게 된다.
게임 초반부의 지금 대화는 대략 10~15분 가량 이어지게 되며...
각각의 히로인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
그리고 다음에 언제 연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내어준다.
당황스러운 점은 이 파트가 실시간이라는 것이다.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일시 정지도 안 되고, 자막 같은 건 나오지도 않으며...
플레이어가 대화볼을 던지지 않으면 대화가 끊어져버리기 때문에,
대화 파트 내내 화면 속 쟤 말을 들으면서
대화볼 챙기고 던지고 플레이어는 아주 정신이 사나워진다 ㅋㅋ
결국 이 게임의 대화법은 상대의 말에 꼬리를 잡아 계속 이어간다는 것.
어디서 본 것 같은 대화법이 아닌가?

상대의 말을 정확하게 들으며 템포 좋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주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이다 ㅋㅋ

대화가 종료되었을 땐, 게임내 옵션에서 타임컨트롤을 이용하여...

게임 속 날짜를 바꾸어서 다시 대화를 이어나아가는 것이
노엘이라는 게임의 기본적 흐름이 된다.

게임에 등장하는 히로인 캐릭터는 모두 세 명이며..
세 명 모두 절친이란 설정이 깔려 있다.
짧게 소개를 하자면, 일단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시미즈 카호'.
핵인싸 캐릭터이며 가장 말이 많고 가장 리액션이 좋다.

이어서 보이쉬한 공순이 캐릭터인 '오카노 유카'.
카호가 핵인싸라면 이쪽은 넷인싸 캐릭이며, 어딘지 모르게 팬티보일 것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것이
당시 소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고 한다 ㅋㅋ

마지막으로 육상부 운동녀 타입으로 등장하지만
셋 중에서 가장 요조숙녀라 할 수 있는 '사노쿠라 에미'.
게임의 목표는 세 명 중 어떤 한 명의 히로인 캐릭터의 호감도를 상승시켜서
12월 25일날 만남을 갖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듣는 것에 치우쳐있는 소통방식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시간을 히로인 캐릭터들의 학교 이야기에 대해 듣게 된다.
예를들어서 위 영상처럼 체육 대회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면..
이후에는 체육대회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영상 메일이 날아오게 된다는 것.

각각의 캐릭터들의 대화에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어떤 취미, 혹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사노쿠라 에미의 경우 아르바이트로 크루즈 라운지에서
피아노 보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데..
이런 정보를 알고나면 얘가 왜 문화제 때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고

고등학교 마지막 대회 때 둘이서 경주하여 카호가 이기면
에미가 육상부를 그만두는 것으로 내기가 시작되지만,
에미는 결연히 절대로 안 봐준다는 이야기를 꺼내 육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ㅋㅋ
카호가 그것을 인정하는 것 역시 무슨 상황인지 대화를 들어야 알 수가 있다.

특히, 카호의 경우는 처음부터 주인공을 좋아하고 있던 설정이라
후반부에 고백을 하면서 부끄부끄 포텐터지는 것이 꽤 들어볼만 하다 ㅋㅋ

결국.. 이 게임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세 명의 캐릭터와 대화를 함으로서,
조금씩 캐릭터들에 대한 매력을 알아가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여기서 이 게임의 정신나간 세 번째 부분을 짚어보자.
모름지기 연애 게임이라면 히로인 캐릭터를 공략하기 위해선 이른바 '스탯치' 라는 게 존재한다.
예를들자면 이 빨간 머리 끝판왕 엔딩을 보기 위해선
주인공 스탯을 최고치로 찍어야한다는 뭐 그런거다.

여기서, 노엘의 목표는 12월 25일 날 한 명의 캐릭터와 만남을 갖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호감도를 상승시켜야 한다.

아니 그런데.. 이 게임은 어떤 행동을 해야 호감도가 상승되는 것인지,
아니면 하락이 되는 것인지 플레이어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ㅋㅋ

일단 호감도의 상승과 하락은 대화볼에 있다.
캐릭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화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대화볼은
엔딩까지있어 20개도 나오지 않을만큼 적고, 하락폭보다 상승폭이 더 크다.

즉, 호감도가 상승되는 대화볼을 전부 놓치고, 호감도를 깎는 대화볼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엔딩까지 대화볼 미스로 인하여 사고가 터질 이유는 적다는 것.


결국,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20개 가량의 대화볼을 제외하면
나머지 것들은 몽땅 잡담이라는 것이 된다 ㅋㅋ
게다가 대화 시간에 따라서 대화를 많이 하면 호감도가 상승~ 같은 것도 전혀 없다.
그러니까 대화를 오래 할 필요가 없어, 이 게임;;

그리고 당연히, 이런 정보는 플레이어가 인 게임에선 얻을 수가 없다.
가장 큰 호감도 하락은 대화 중에 갑자기 플레이어가 강제 종료로 연결을 끊어버리는 것이며,
더군다나 게임내에서 이것을 유도하는 함정까지 존재한다.

그 함정은 바로 요금제 ㅋㅋ
기본적으로 한 달에 대화가 가능한 시간이 45분이라는 것.
한 번의 대화에 길게는 20분까지 이어지는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개쓰레기 요금제가 아닐 수 없는데...

게임에서는 좌측 하단 3: 46분 시간 옆쪽의 초록색 게이지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저 초록 게이지가 모두 소진되면 연결 불가능이 된다.
게다가 게임내에선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초회차 때 망하기 딱 쉽게 만들어져 있다.

물론 야밤에 전화거는 것도 감정 요소 중 하나 ㅋㅋ

이쯤에서 이 시절 다른 게임들의 애니메이션 연출 상황을 살펴보자.
97~98년의 콘솔기기에는 애니메이션 연출을 대폭 이용한 게임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루나 시리즈 처럼 게임의 오프닝 이나,
중간 이벤트 연출에 애니메이션을 넣는 것이 많았고
개중에는 야루도라 시리즈 처럼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진행되는 게임들도 있었다.

그리고 노엘에서 보여주는 연출은..
지금와서 보기엔 저퀄리티의 똥망 연출이라 생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화 파트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의 경우 그 당시엔 꽤 잘만들어진 연출이었음은 분명하다.

특히,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시미즈 카호의 모션이며..
지금봐도 꽤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바퀴가 달린 회전하는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게 지금봐도 분명히 전달되니까.

마지막으로 정신나간 네 번째..
라기보다, 당시로선 어쩔 수 없었던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다면..

노엘에선 대화를 할 때마다 대화의 주제가 달라지고,
그 속에서 다른 화제로 넘어가는 방식이 비교적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는 모든 대화가 날짜에 맞추어 이미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플레이를 하면 눈치채기 어려울 수 있는데..
만약 게임을 켜고 바로 날짜를 바꾸어 한참 뒤에 연락을 하면 어떻게 될까?

그럼 그 날짜에 해당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플레이어는 첫 통화이지만,
쟤는 이미 한참 연락을 해왔던 것 처럼 반응한다는 것.

게다가 대화를 길게한다고해서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용한 플레이 꼼수들이 많고,
자잘한 버그들이 있다. 예를들어..
플3으로 구동시키면 스탭롤 이후에 반드시 프리즈 한다 ㅋㅋ
초회판, 통상판, DL 판으로 모두 확인했는데도 몽땅 멈춘다.

이후 주인공들이 교체 된 후속작 노엘 라네쥬,


안타깝게도 노엘1 편만큼의 자유분방한 대화 구조를 가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기존의 연애 게임처럼 선택지를 고르는 정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노엘 라네쥬야 그렇다쳐도, 노엘3의 경우는 또 여러가지로 정신이 나가있기 때문에 ㅋㅋ
언젠가 기회가 되면 노엘3도 이야기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각 캐릭터 엔딩.
시미즈 카호.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카호의 경우 게임 후반부터 연인 루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꽁냥꽁냥 상태.
추운 거 질색이라면서 약속시간보다 이른 시간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다
사노쿠라 에미.
주인공에게 마음이 있지만 말하지 못하다가 24일이 되서야 이야기하는 상황.
그리고 25일에 만나서 대답을 듣겠다고 했기 때문에 주인공이 나오지 않을까봐 조마조마 하는 중.
오카노 유카.
유카의 경우 자신에게 아예 관심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가, 주인공에게 고백당해서 당황하는 포지션.
나름 주인공에게 호감이 있었는지, 전자 다이어리에 크리스마스 일정을 기록해두는 꼼꼼함과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ㅋㅋ
주인공 앞에선 초조함 같은 건 내색하지 않고 쿨하게 말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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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이러한 게임을 만들어야지’
라고 상상하고 당시에 주어진 리소스로 가능한 한계까지 시도해본 느낌이네
‘이러이러한 게임을 만들어야지’
라고 상상하고 당시에 주어진 리소스로 가능한 한계까지 시도해본 느낌이네
저 게임 나올 즈음에 신기방기한 시험작들도 많았던 것 같음 ㅋㅋ
이거 대학 동기가 하고 있는 거 봤었는데 ㄹㅇ 개빡세더라 ㅋㅋㅋㅋㅋㅋ
강제 듣기평가 시작 ㅋㅋ
정성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