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세기 중세 말엽 르네상스 시절
당시 유럽을 제패했던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는
합스부르크 집안의 오랜 근친결혼의
업보로 나타난 유전병인
길고 튀어나온 턱때문에
자기를 그린 초상화를 볼때마다
너무 기괴해서 열받아 견딜수 없었음

황제도 바보는 아니었지라
수염을 길러 긴 턱선을 가려보려 했지만
여전히 화가들은 이따위로 그려댔다

야잇 C8

황제 폐하
저는 티치아노란 화가인데
제가 한번 폐하의 용안을
그려보면 어떨까요

베네치아 최고의 화가라고
추앙받는다는 바로 그 티치아노로군
그래 당신이 한번 그려봐

티치아노는
카를 5세의 수염 숱을
원래보다 훨씬 풍성하게 그리고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턱을 좀 들어가게 하고
검은 옷을 입혀서
수염과 몸 선의 경계를 뭉갰으며
얼굴에서 수염으로
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어깨로
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튀어나온 턱의 존재를 묻어버렸고
몸은 측면으로 틀고있는데
눈은 옆으로 정면을 보면서
사람들이 카를 5세의 눈을 쳐다보면서
턱 쪽을 보려는 시선을
자연스럽게 막았다

이야 바로 이거야
역시 최고의 화가군
자네는 이제 내 전속이야
이제 내 초상화는 자네에게만 맡기겠네

이후 티치아노는
수많은 황제의 초상화를 그렸고
황제는 티치아노에게
기사 작위까지 내려주며
그를 융성히 대접했다고 한다
심지어 티치아노가
황제의 초상화를 그리다가
잠깐 붓을 놓쳤을때
황제가 땅에 떨어진 그 붓을
대신 들어 티치아노에게 주면서
"자네는 황제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 유일한 화가야"
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각도빨 잘아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