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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나이 경매

50대의 중년 사내가 어두운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손에 든 '티켓'을 확인하며 어딘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던 사내는, 하나의 간판을 발견하고 걸음을 빨리했다.
청동 항아리 간판이 달린 문 앞에 선 사내. 다시 한번 티켓을 확인한 뒤, 문을 열었다.

' 끼익- '

" 옘병! 또 노인네구만! "

중년 사내가 들어서자마자, 안에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먼저 맞이해왔다. 

" ... "

중년 사내는 말없이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서,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 있던 4명의 사람들 곁으로 걸어갔다.

" 저는 '김남우'라고 합니다. 여기가, 항아리 투표장 맞습니까? "
" 티켓 보고 왔으면서 뭘 물어? 아니라고 하면 갈려고? "

다른 중년 사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것으로 대답이 되었다.

" 그렇군요... 여기가 바로, '젊음의 항아리'가 맞군요. "

고개를 끄덕인 김남우가, 비어있는 소파로 가 앉았다.
원하는 만큼의 젊음을 준다는 꿈의 가게. 그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
.
.

얼마 전, 세상에 놀라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 신비한 가게에서 '젊음'을 판다는 소문.
실제, 소문은 사실로 밝혀졌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세상에 드러난 사람들이 직접적인 증거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의 증언을 통해, 가게의 존재가 알려졌다. 우연히 얻게 된 '티켓'을 보고 호기심에 찾아간 그들은, 그 가게에서 젊음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다만, 티켓을 들고 간 모두가 젊어질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단 한 명. 방식은 경매였다.
티켓의 주인들이 모두 모이면, 가게의 주인이 나타나 '항아리'를 내밀고, 사람들은 그 안에 자신이 원하는 '나이'를 티켓에 적어 넣는다 했다.  그들 중 가장 높은 나이를 제시한 사람이, 그 나이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3명의 사람이 각각 18살, 19살, 20살을 적어낸다면, 20살을 적어낸 사람이 20살의 젊음을 얻게 된다. 
자신이 경매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가장 높은 나이를 적는 게 유리하겠지만, 너무 높은 나이를 적게 되면 젊음을 얻을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지금, 이 사내가 '김남우'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높은 나이를 적어낼 폭이 넓어진다. 30살에게 30살은 의미가 없겠지만, 50대 이상에게 30살의 나이로 되돌아가는 것만 해도 아주 큰 이득이니까.

" 여기 완전 늙은이들 천지군! 옘병! "

거친 인상의 사내는 연신 투덜거렸다. 김남우는 잠시 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며 비슷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70대는 되어 보이는 백발의 양복 노신사.
커다란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정확한 나이를 유추할 순 없지만, 목주름과 입가의 주름이 나이를 연상케 하는 여인.
김남우와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는 거친 인상의 그 사내까지.
딱 한 명, 20대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청년 빼고는, 모두가 젊음이 간절해 보이는 나이였다.

" ...다시 한번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김남우입니다. "

김남우가 다시 그들을 향해 정중히 말했지만, 그들 중 그의 말을 받아 준 건 청년뿐이었다.

" 전 공치열이라고 합니다~ 하하. "

김남우가 나머지를 바라보며 기다렸지만, 중년 사내가 코웃음을 치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 흥! 우리 사이에 무슨 통성명을 해?! "
" ... "

그의 말에 김남우의 인상이 굳었다. 한데,

"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이곳에 젊어지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
" 뭐?? "

예상 못 한 김남우의 말에 사람들은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김남우는 심각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 저는, 딸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왔습니다. "
" 뭔 소리야?? "
" 티켓... 저는 제 티켓을 여러분께 팔 생각입니다. 딸의 수술비 1억 5천에. 만약 아무도 구입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티켓에 '100살'을 적어 낼 겁니다. "
" 뭐야?! "

사람들이 깜짝 놀랐지만, 김남우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했다.

" 어떻습니까? 이젠 통성명을 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
" ... "

퉁명스럽던 중년 사내가 굳은 얼굴로 먼저 이름을 말했다. 

" ...좋아. 내 이름은 최무정이다. "

곧바로 그 옆의 노인도,

" ...난 박노인이라고 불러주게. "

김남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지막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인은 잠깐의 침묵 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 저는... 임여우예요. "
" 엇?! "

여인의 정체에 놀라는 사람들! 공치열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 청룡영화상 임여우! "

씁쓸하게 웃는 임여우. 겉모습이 30대로 보이지만, 이미 50이 넘은,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였다.

" 하! 그 대배우 임여우도 젊음은 욕심이 났나 보군? 나이 때문에 배역에서 밀렸다더니,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지? "
" ... "

최무정의 비아냥에도 임여우는 입술을 깨물 뿐, 상대하지 않았다.
그때, 그들이 앉은 소파 뒤쪽에서-

" 자~! 티켓 5장이 모두 모인 것 같군요? "
" ?! "

사람들이 급히 뒤를 돌아보자, 나비넥타이 정장 차림의 한 사내가 빙긋 미소 짓고 있었다.
곧, 사람들의 시선은 사내가 들고 있는 '항아리'로 향했다.

" 당신이...? "

사내는 빙긋 웃으며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소파 앞 테이블에 항아리를 내려놓는 사내.

" 간단하게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티켓에 성함과 나이를 적어내시면, 여러분 중 가장 높은 나이를 제시하신 분이 낙찰되어 그 나이로 변하게 되십니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
" 자, 잠깐! 잠깐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

당장 경매가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에, 최무정이 다급히 소리쳤다!

" 아직 얘기할 것들이 끝나지 않았단 말이다! "
" 아~! 천천히 하세요. 12시가 지나기 전까지만 넣어주시면 됩니다. "

사내는 말을 하며 벽시계를 가리켰고, 이제 막 10시를 지나간 시간이 보였다.
곧장 최무정의 고개가 김남우에게로 향했다.

" 100살을 적어내겠다고?! "
" 예. 그렇습니다. "
" 이런 미친! 당장 늙어 죽을 걸?! "
"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하나뿐인 딸의 죽음을 보는 것보단 나으니까. "
" 옘병!! "

김남우는 한치의 타협도 없다는 듯, 단단히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그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최무정, 곧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 누가 될지 몰라도, 우리 중 당첨될 사람이 이 양반한테 1억 5천만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 만약 그럴 돈이 없는 사람은 미리 포기하고 빠져! 내 생각에, 거기 젊은 놈은 돈이 없을 것 같은데?! "
" ... "

최무정의 말에 모두가 공치열을 돌아보았다.
한데 공치열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 어라? 사실 나도 여기에 티켓 쓰러 온 거 아닌데? "
" 뭐? 이이...! 설마 네놈도 돈 때문에 온 거냐?! "

최무정의 짜증에 공치열은 고개를 저었다. 순간,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지는 공치열!

" 난 우리 어머니의 복수를 하러 왔거든. 당신들 중에 누가, 우리 어머니에게서 티켓을 빼앗아 갔을까? "
" ! "

공치열은 품에서 날카로운 사시미 칼을 꺼내 들었다!

" 으헉! "

깜짝 놀라 뒤로 한발 물러나는 사람들의 동공이 커졌다! 

" 무, 무슨! 뭐야 너? "

최무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공치열이 싸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간단한 이야기야. 어머니는 티켓을 3억에 산다고 한 사람을 만나러 갔다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어. 난 그놈을 찾아 죽이기 위해 여기로 온 거야. "
" ...! "
" 나, 난 아니야! "
" 나도 아니에요! "

다급해진 넷! 최무정이 도움을 청하는 얼굴로 항아리 사내를 돌아보았지만, 사내는 그냥 어깨를 으쓱할 뿐, 개입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넷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며 중얼거리는 공치열,

" 과연 누굴까? 일단, 임여우씨 당신은 아니야. 어머니가 만나기로 한 상대는 남자였고, 또 당신 같은 사람에게 3억 쯤이야 큰돈도 아닐 테니까.. "
" 아... "

임여우는 안심했다. 그때 급히 한발 나서는 최무정!

" 나, 나도 아니다! 나도 돈 많아! 나도 사실, 티켓을 1억 원에 구입했다고! 증거도 있어! 당장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 수 있어! "
" ...걸어봐! "

최무정은 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려고 했다. 순간, 공치열이 칼로 위협을 하며 손을 뻗었다!

" 잠깐! 이리 줘! 당신이 직접 해서 조작하지 말고, 내가 문자로 하지! "
" 그, 그래? 자! 얼마든지! "

핸드폰을 그대로 넘기는 최무정.
공치열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티켓을 얼마에 파셨었죠? ]

잠시간 핸드폰을 만지며 답장을 기다린 공치열은, 도착한 문자를 확인하고 휙! 최무정에게 다시 던졌다.

" ...정말이네. 당신도 아니야. "
" 그, 그래! 난 아니라니까! "

최무정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남은 두 사람. 김남우와 박노인을 노려보는 공치열.

" 그럼 남은 건 당신들 둘인데... 누굴까? 누가 우리 어머니에게서 티켓을 빼앗아 온 걸까? "
" 나, 난 아닐세...! "
" 저도 아닙니다! "
" 흠... "

공치열은 둘을 노려보다가, 갑자기 빙긋 웃었다.

" 좋아. 아직 알 수 없으니, 두고 보자고. 당신 둘을 관찰하면서 알아내 볼 테니까! "

그 말을 끝으로 공치열은 한쪽으로 빠져서 둘을 지켜보았다. 
둘의 얼굴은 찜찜해졌지만, 최무정이 급히 일을 진행하려 나섰다.

" 티켓은 12시 까지라고! 일단 티켓 먼저 쓰고 보자고! "

그러자, 김남우가 다시 나섰다.

" 말했다시피, 저는 1억 5천을 주지 않는다면 무조건 100살에 입찰할 겁니다. "
" 옘병! 주면 되잖아 주면! 끝나고 줄 거야! "
" 아니, 먼저 주셔야 합니다. "
" 이런 씨! "

김남우는 절대 타협의 여지가 없이 단호했다. 폭발하는 최무정,

" 아썅! 그냥 나이만 적어서 내면 되는 거 아니었어?! 이놈도 저놈도, 일이 왜 이렇게 복잡하냐고! "

최무정은 김남우, 공치열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그 순간, 임여우가 나섰다.

" 제가 살게요 그 티켓. "
" 음! "
" 제게 파세요. 1억 5천만원. "

최무정의 얼굴이 다급해졌다!

" 자, 잠깐! 티켓을 두 장 가지고 쓰겠다고?! 당신 혼자 유리하게 경매를 해보겠다 이거야?! "
" 어차피 최상위 하나만 입찰되는 건데, 유리할 것 불리할 것 뭐 있죠? 그럼 당신이 사던가요. 제가 양보할게요. 일단 진행시키는 게 먼저 아닌가요? "
" 큭... "

최무정은 얼굴을 일그러트릴 뿐, 나서지 못했다.
결국, 임여우가 스마트폰을 꺼내며 김남우에게 다가갔고, 둘은 계좌 거래를 했다. 얼마 뒤,

" 정말 감사합니다! "

김남우가 본인의 티켓을 임여우에게 넘겼다.
임여우는 박노인과 최무정을 돌아보며 재촉했다.

" 이제 됐죠? 이제 어서 경매를 진행하죠. "
" ... "

둘의 얼굴에는 잠시 당혹감이 서렸다. 
곧, 최무정이 굳은 얼굴로 나섰다.

" 그래 좋아, 그럼 어떻게 진행하지? 무턱대고 감으로 나이를 적어 넣을 텐가? 그러다 저 노인이 40대, 50대를 쓰면 어쩌지? "
" ... "
" 그래서 말인데... 내가 오기 전에 미리 생각해본 방법이 있어. "
" 그게 뭐죠? "
" 우리들 티켓을 모아서 20살, 21살, 22살의 나이만 적어놓고 섞는 거야. 그다음은 무작위로 뽑은 뒤, 그 결과대로 따르는 거지. "
" ... "

임여우는 생각에 잠겼지만, 노인은 그 방법이 타당하다 생각했는데 먼저 동의했다.

" 그렇게 하지.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군. "

얼마 뒤, 임여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 그렇게 하죠. 그 대신, 4장을 섞어요. 난 2장을 뽑겠어요. "
" 뭐야?! "
" 저는 티켓이 2장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에요? "
" 이, 이! 그건 반칙이야! "
" 돈 주고 산 티켓을 이용하겠다는데, 그게 왜 반칙이죠? 당신도 돈 주고 산 티켓 아닌가요? "
" 그거야...! 그래도 한 사람당 1장을 뽑아야지! 그게 공평하다고! "
" 그래요? 한 사람당 1장? 그럼, 저 대신 김남우씨, 저분이 뽑은 다음, 제게 양도해주셔도 되고요. 그렇게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
" 예, 얼마든지요. "

김남우는 확실히 임여우의 편에 서서 도울 의지를 나타냈다. 그에게 임여우는 은인이었다.
최무정은 이를 갈았지만, 반박할만한 말이 없었다.

" 알았어! 그렇게 하자고! 모두 티켓 모아! "

임여우, 박노인, 최무정이 테이블에 티켓을 모았다. 최무정이 볼펜을 들고 4장의 티켓에 20살, 21살, 22살, 23살을 적었다.
한데 그 순간,

" 저도. "
" ?! "

어느새 다가온 공치열도 본인의 티켓을 내려놓았다! 

" 너, 넌 왜?! "
" 왜요? 나도 떳떳한 티켓의 주인인데요? 1등 당첨되면 팔아서 한몫해야지~ "
" 큭... "

가벼워 보이는 공치열의 말투였지만, 그의 손에 든 사시미 칼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린 최무정은, 공치열의 티켓에 '19살'을 적었다.

" 자! 각자 뽑아간 티켓 위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 거야! 한번 뽑으면 끝이야! 다시 뽑기 같은 거 없어! 알았지?! "

최무정은 임여우의 모자를 빌려, 그 안에 티켓을 넣고 휘저었다. 안 보이게 모자의 입구를 닫아 사람들에게 내미는 최무정.

" 절대 보지 말고 뽑아! "

먼저, 공치열이 손을 넣어 티켓을 뽑았다.

" 엑! 이거 내 티켓 그대로잖아? 참~나! 하하 "

공치열은 19살이 적힌 티켓을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최무정은 쌤통이라는 얼굴로 공치열을 보다가, 김남우에게 모자를 내밀었다.
김남우가 긴장된 얼굴로 티켓을 뽑지만-,

" 아! 죄송합니다... "

김남우의 티켓은 20살이었다. 임여우에게 사과하는 김남우, 임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괜찮아요. "

최무정은 좋다고 웃으며,

" 좋아! 2명 떨구고! 다음! 노인네! "

박노인이 긴장한 얼굴로 모자 속에 손을 넣었다.
주먹을 쥐고 빠져나오는 박노인의 손. 긴장한 얼굴로 박노인의 손을 바라보는 사람들...!

" 아... "

펼쳐진 티켓은 21살이었다.

" 아~주 좋았어! 이제 남은 건 당신과 나뿐이군! 둘 중 한 명이 23살이라고!  "

둘의 눈빛이 날카롭게 부딪혔다. 비아냥대는 최무정.

" 어서 뽑아봐! 보나 마나 22살이겠지만! "
" 흥... "

코웃음을 치며 모자에 손을 넣는 임여우-, 천천히 손을 뺐다. 
모두가 숨죽이며 임여우의 손을 바라보았다. 

" 후우... "

바로 확인하지 못하고 심호흡을 하는 임여우. 천천히 손가락을 펴서 티켓을 확인하는데-

" ! "
" ?! "

임여우의 티켓에 적힌 나이는-, '23살'이었다!

" 씹할!! "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모자를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최무정! 모자에서 튕겨 나온 티켓에 '22살'이 적혀있었다.
임여우의 얼굴에 미소가 그어졌다. 곧바로 축하하는 김남우.

" 축하드립니다. "
" 고마워요. "

분을 삭이지 못하는 최무정을 향해, 임여우가 말했다.

" 정정당당한 결과죠? 어차피 제 손으로 뽑은 티켓이었고 말이에요. "
" 옘병...! 내가 이 티켓을 사려고 얼마를 줬는데...! 썅...! "
" 인정하지 않으실 건가요? "

최무정은 욕설을 내뱉었지만, 바닥에 떨어진 본인의 티켓 22살을 집어 들고는 펜을 잡았다. 거칠게 본인의 이름 석 자를 적고, 항아리에 던져버리는 최무정!

" 누가 안 한대?! 인정해! 인정한다고! 됐지?! "

임여우는 빙긋 웃으며, 이어 펜을 잡아 자신의 이름을 적고 항아리에 23살 티켓을 넣었다.
곧이어 나머지 셋도 이름을 적어 항아리에 티켓을 모두 넣고, 이제껏 구경만 하고 있던 항아리 앞의 사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 드디어 모두 넣으셨군요? 히야~ 여태껏 저희 가게를 이용해주신 손님 중에, 여러분이 가장 재밌는 분들이십니다. 아~주 재밌었습니다. "
" 옘병! 빨리 진행이나 하라고! "

최무정이 씩씩대며 말하자, 사내는 '어이쿠!' 웃으며 손을 항아리에 넣었다.

"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

순간, 항아리가 황금빛으로 빛을 발했다!

" 오오! "
" 멋있다... "

감탄하는 사람들. 빛무리 속에서 빙긋 웃은 사내가, 티켓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어느새 티켓의 색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 첫 번째 입찰자, 성함 김남우! 입찰가~ 20살! "

김남우의 티켓이 테이블 위로 놓였다. 곧이어,

" 두 번째 입찰자, 성함 최무정! 입찰가~ 22살! "
" 흥! "

코웃음을 치는 최무정. 그 티켓도 테이블 위에 놓였다. 

" 세 번째 입찰자, 성함~ 임여우! 입찰가~ 23살! 1등이 나왔군요~ "

임여우는 여유 있는 웃음을 지었다. 
빠르게 네 번째 티켓을 꺼내 드는 사내.

" 자 그럼 네 번째 입찰자~ 성함...? 응? "

순간, 사내가 티켓을 확인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들이 의아한 얼굴로 사내를 바라볼 때, 사내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 입찰자 최무정...? "
" 뭣?! "
" 최무정?! "

깜짝 놀라는 사람들! 최무정만만이 입꼬리를 올렸다. 

" 최무정씨의 입찰가는... 24살! 현재 1등입니다! "
" 뭐야?! "
" 뭣?! "

깜짝 놀란 얼굴의 사람들이 최무정을 돌아보았다! 최무정은 웃음을 참다 참다, 터트렸다!

" 으하하하하하! "
" 다, 당신! 당신 무슨 짓을...! "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임여우가 부들부들 분노할 때, 최무정이 한 사람을 불렀다.

" 수고했어 박 집사! "

최무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최무정의 뒤로 가서 기립하는 박노인!
경악한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자, 최무정이 비웃으며 말했다.

" 당신들은 아무 계획도 없이 여기까지 찾아온 건가?! 젊어질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고! 확실하게 준비를 해서 왔어야지! "
" 어, 어떻게 이런?! "
" 간단해! 박집사가 본인의 이름 대신, 내 이름을 써넣은거지! "
" 뭐?! 그렇지만 저 사람의 티켓은 분명 21살이었는데! "
" 21이라는 숫자에 작대기 2개만 그으면 몇 살로 만들 수 있을까? 응? "
" ...! "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빠진 사람들! 최무정은 그들을 한껏 비웃으며, 자신의 계략을 한껏 자랑하고 싶은 것처럼 떠들어댔다.

" 내가 왜 20살, 21살, 22살, 23살을 적었다고 생각해?! 20살은 28살로, 21살은 24살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으하하! 박집사와 나만 있으면, 몇 살을 뽑든 무조건 내가 선택될 수 있다고! 중간에 저 젊은놈이 끼어드는 바람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뭐 보시다시피! 으하하하! "

최무정의 말에 임여우와 김남우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 이, 이 야비한! "
" 뭐가 야비해?! 준비도 없이 덜컹 찾아온 네놈들이 멍청한 거지! "
" 다, 당신! 용서 못 해! "
" 용서 못 하면 뭐? 어쩌려고? 이 주변에 경찰들이 싹 깔린 건 알고 있을까 몰라? 내가 미리 불러놨거든? 으하하하! "
" 이익...! "

임여우와 김남우, 최무정과 박노인이 대치한 상태에서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분위기의 그때!!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다섯 번째 티켓을 뽑겠습니다. "

" 응? "

사람들이 모두, 항아리 사내를 돌아보았다. 사내는 웃으며 티켓을 뽑아 들고 있었는데, 

" 다섯 번째 입찰자, 성함... 최무정! "
" 뭐?? "
" ?! "

대치 중이던 넷의 시선이 사내에게로 돌아갔다!
혼란스러운 얼굴로 더듬거리는 최무정!

" 무, 뭐, 무슨 소리야 그게? 왜 또 나야? "

그 순간, 아까부터 조용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공치열이 앞으로 나섰다.

" 최무정. 당신이지? "
" 뭣? "
" 당신이 우리 어머니를 옥상에서 밀친 사람이잖아. "
" 무, 무슨? 무슨 소리야 그게! 나, 난 티켓을 돈 주고 산 거라니까? "
" 그럼 저 박노인의 티켓은 어디서 구했지? 당신이 당신 집사에게 준 티켓은 어디서 난 거냐고? "
" ...! "

일순간 말문이 막힌 최무정! 얼른 다른 변명을 토해내려고 입을 여는데, 공치열이 먼저 말했다.

" 아까 당신의 핸드폰을 받았을 때. 우리 어머니 번호를 쳐봤지. "
" ! "
" 앞자리까지만 쳤는데... 나머지 번호가 자동완성이 되더군? "
" 그, 그건...! "

사정없이 흔들리는 최무정의 눈동자!
공치열은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 축하해. 당신이 낙찰이야. "
" 무, 무, 무...?! "

불안감에 몸이 떨리는 최무정! 항아리 앞에 선 사내가 톤을 높여 선언했다!

" 다섯 번째 입찰자, 성함 최무정! 최종 낙찰가-, 919살!! "
" 구, 구백?! 아, 안돼! 안돼!! "

경악하는 최무정! 급히 사내를 향해 달려가지만!

" 낙찰자가 정해졌습니다! 최종낙찰자 최무정씨에게, 919살의 나이를 드립니다! "
" 안돼-에-!! "

항아리로 달려들던 최무정의 몸이, 모래성이 무너지듯 가루가 되어 흩어져 내렸다!

" ! "

그 광경에 경악하는 사람들!

" ... "

곧, 공치열이 말없이 돌아서 가게를 떠났다.

" ... "

김남우가 충격에 빠져있던 임여우의 어깨를 감싸고, 눈이 마주친 두 사람도 가게를 나섰다.
항아리의 사내도 티켓과 항아리를 챙겨들고 일어나 가게를 나섰다.

" 다음 티켓은 어디로 보내볼까나~ "

모두가 떠나간 가게 안. 박노인만이 바닥에 엎드려 흩어진 가루를 매만지고 있었다-

댓글
  • 복날은간다 2016/12/23 00:21

    분명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오류가 있을 것 같은데...이상하게 한 번 수정으로 안보이니까 더 불안하네요 ;
    분명 있을텐데; 으하하;

    (Afumej)

  • Dieu 2016/12/23 00:26

    김남우가 안죽었어ㅜ..

    (Afumej)

  • 다붙여놔 2016/12/23 00:38

    919살의 나이를 드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 919살 너무 상상 초월이라ㅋㅋㅋ 빵 터졌어요. 진짜 오늘도 완전 재밌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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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향기 2016/12/23 00:48

    공치열 . . 머리좋네요ㅋㅋ 900살ㅋㅋ
    자신의손에 피한방울 안 뭍히고,  복수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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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노보노킹 2016/12/23 01:09


    항상 잘 읽고 있어용!
    좋은글엔 츄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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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KI 2016/12/23 01:09

    와 소재가 역시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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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해의범고래 2016/12/23 01:09

    굳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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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깜짝이야 2016/12/23 01:15

    우옹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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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내게참달아 2016/12/23 01:16

    우와.. 독특한소재!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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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류소설가 2016/12/23 01:18

    신선함 그리고 반전이 여러 개가 있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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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급열차 2016/12/23 04:11

    잘 읽었습니다!!
    919살이라고 하니까 ㅋㅋ
    왜 도깨비가 생각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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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격당함 2016/12/23 07:20

    공치열은 티켓을 어디서 구했을까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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