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성간 우주선을 타고 행성들을 개척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미키 7.
주인공 미키 반즈는 역덕후라서 (작가가 설정 풀기 좋게) 이런저런 기록을 찾아보는 걸 즐기는데,
거기서 나온 게 인류 최초의 우주 개척선 칭시 호의 이야기다.
칭시 호는 지구가 반물질 폭탄을 사용한 전쟁으로 초토화되고 나서 지어진 성간 우주선으로,
21년간의 항해를 거쳐 행성 에덴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엔진도, 순환 시스템도 열악하기 그지 없었지만,
놀랍게도 12년 동안은 문제가 없었다.
식물들이 안 자라기 전까지는.
칭시 호는 내부의 농업 시설로 식량을 자급자족하게 설계되어 있었는데,
중요한 승객들은 안전한 선체 뒤쪽, 작물들은 선체 앞쪽에 방패막이로 집어넣은 게 화근이었다.
방사능 차폐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았던지라 식물들은 계속 미세한 방사선에 노출되었고,
한동안은 문제없이 자랐지만 방사능 때문에 작물들에 미세한 돌연변이가 누적되며 이상이 생긴 것.
칭시 호의 선원들은 1년 동안 아낄 수 있는 건 최대로 아끼다,
한계가 찾아오다 칼로리가 될 자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기아의 고통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원해서 먹혔다고.
그렇게 3년을 버티다 절대 목적지까지 못 간다는 게 명확해지자 최후의 선원 12명은 전부 우주선 문을 열고 자살했다.
칭시의 승무원들은 희망이 전혀 없단 걸 알면서도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해 지구로 전송했고,
그 덕분에 인류의 두 번째 개척선은 성공적으로 에덴에 도착했다고 한다.
인류 전체의 영웅으로 추앙받을 만한 희생정신이었지만,
보다시피 지나치게 암울해서 세계관 내에서 그렇게 유명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3년동안 서로 잡아먹히면서 마지막까지 버틴 멘탈들은 과연 어느 정도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