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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고양이] 키우거나 키울 예정인분들께 (진지)

 




제가 닉처럼 불펜에다가 헛소리 일부러 많이 하는데 이 글만은 진지하게 씁니다.


고양이 두마리 키우던 사람인데 지난 세 달 동안 있었던 일이에요.







1. 고양이의 갑작스러운 죽음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의사의 오진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오진이 없었다 해도 생명을 구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 같긴 합니다. hcm(심근비대증)이란 병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고양이 돌연사 원인 중에 가장 빈도가 높은 병이라고 합니다.






2. 새로운 고양이 입양


조금 마음이 진정되고 나니 홀로 남은 고양이 한 마리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두 달을 지켜보며 고민한 끝에 새로 한 마리를 데려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일이 있기 전부터도 언젠가 고양이를 데려올 일이 생긴다면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데려오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보호소에 연락해 방문 후 두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원래 한 마리만 데려올 생각이었는데 한 녀석이 어찌나 꼭 붙어서 골골대던지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3. 새로운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죽음


보호소 고양이들, 특히 어린 고양이들은 많이 약합니다. 아주 어린 애들은 입양 가더라도 대부분 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어린 애가 아닌 6개월 정도 된 애들 두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첫 날은 무난하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다음날부터 한 마리가 설사를 하고 구토를 합니다. 간식도 안 먹는 거 보고 바로 병원에 데려갔는데 역시나 범백(범백혈구감소증)입니다. 5일 동안의 입원 치료 끝에 결국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4. 터줏대감 고양이가 아파짐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입니다. 특히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질병 감염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매뉴얼도 많이 있습니다('고양이 합사'로 검색). 매뉴얼을 100% 따르진 못했어도 나름 비슷하게한다고 해봤는데 두 놈이 마주치고 며칠이 지나자 기존에 있던 고양이가 상태가 안 좋아집니다. 목이 쉬고 구역질을 하더니 급기야 목소리가 거의 안 나오는 지경이 됐습니다.






5. 주인(본인)까지 아파짐


보호소 고양이들은 비교적 건강하더라도 가벼운 질환 몇가지는 갖고 있는데 새로 온 녀석은 호흡기 질환과 곰팡이성 피부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피부병이 사람한테도 옮는다는 겁니다. 처음엔 벌레 물린 자국과 비슷하고 가렵길래 별거 아닌 줄 알고 며칠 방치했다가 온몸에 많이 퍼져 버렸습니다.






6. 현재는


터줏대감 고양이가 새로 온 고양이를 많이 경계했었는데 한 달 정도 지난 지금은 그래도 많이 가까워 졌습니다. 나란히 누워 잠을 자기도 자고 가끔 그루밍도 해줍니다. 아팠던 것도 많이 좋아졌는데 대신 이놈한테도 피부병이 옮았습니다. 새로 온 녀석은 처음에 비쩍 말라있었고 재채기도 많이 하고 피부도 안좋았는데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저는 여전히 피부병 치료 중입니다.






7. 하고 싶은 말


- 동물병원 아무데나 가지 말고 반드시 집 근처의 괜찮은 동물병원과 24시간 동물병원을 미리 알아놓읍시다(커뮤니티 검색, 이웃 평판 등)★★★


- 고양이는 아픈 티를 심하게 내지 않습니다. 심근비대증 같은 중증도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전혀 문제가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러니 멀쩡해 보여도 가끔 검사를 받아봅시다. 특히 중년에 접어든 고양이는.


- 새로운 고양이를 데려오는 일은 기존 고양이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고양이를 새로 입양할 생각이라면 '고양이 합사'로 검색해서 글을 많이 읽어봅시다. 적어도 1주일 이상의 완전 격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격리할 공간도 필요하고, 기존 고양이 예방접종도 미리 맞혀 놔야하고, 감염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소독용품(메디록스 등)도 미리 구입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 보호소에서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전 보호소보다는 더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데 뜻을 두고 결정했지만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신중히 고려하셔야 하고 생존 확률을 높이려면 그래도 보호소에서 몇달이라도 있었던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이 좋습니다.






8. 위에 언급된 고양이 질병들의 증상


- 범백혈구감소증: 설사, 구토, 식욕 저하 (어린 고양이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 없는 무서운 병)


- 곰팡이성피부염(일명 링웜): 부분부분 탈모가 생기고 속살을 보면 빨갛게 되어 있음. 사람한테도 옮는데 초기엔 벌레 물린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원형~타원형으로 빨갛게 된 부분에 각질이 생기는 것으로 구분 가능.


- hcm(심근비대증): 다른 증상도 있겠지만 제가 직접 본 것은 갑자기 뒷다리 한쪽을 못쓰고 호흡이 불안정한 것. 이 단계에 이르면 이미 손쓰기 어려운 단계라고 합니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 전까진 별 다른 증상이 없어서 더 무서운 병이고 조금이라도 오래 살게 하려면 미리 찾아내서 관리해야 함.


- 이 밖에도 여러 질병들을 겪었는데요, 고양이는 구토만 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설사를 연속으로 한다면 일단 병원에 데려갈 생각을 해야 하고 거기에다 식욕까지 떨어진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데려가야 합니다.








이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저는 자러 갑니다.





댓글
  • 동정없는세상 2018/01/12 04:48

    잘 자요

    (m7xDV4)

  • 녹색망토 2018/01/12 04:48

    지인은, 합사뒤 기존 고양이가 스트레스 걸려서 앓다가, 무지개 다릴 건넜다고 하더라구요.
    희한하다 싶었는데, 종종 있는 경우인가봐요. 합사란 검색어도 있는거 보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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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필드냥 2018/01/12 04:52

    [리플수정]제 첫 냥이 중 한녀석도 hcm으로 갑자기 떠났었죠.. 냥집사 예정이신 분들이 참고하실만한 글이네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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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Durant 2018/01/12 04:53

    어이고 고생이 많으시네. 좋은 글이네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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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시환 2018/01/12 05:04

    좋은글이네요 추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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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꾸꾸 2018/01/12 05:07

    좋은 글...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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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챙 2018/01/12 05:08

    저도 합사 후 첫째 건강이 점점 안 좋아져서..
    1년이 지난 아직도 처방 사료를 먹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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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미나 2018/01/12 11:25

    저도 새로들인 아가 둘이 허피스가 걸려서 ㅠㅠ
    다행이 기존 두놈은 전염이 안된거 같아요. 허피스는 항체가 안생겼었던 상태라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석달넘은 아가는 튼튼해서 지금은 증상이 거의 사라졌는데
    막내(2개월 좀넘음)가 약을 일주일째 먹고 있는데 눈물과 눈꼽은 이제 안끼는데 재채기는 여전히 심하고
    콧물이 나는데 투명한 콧물에 코딱지가 붙은건지.. 아님 누런콧물이 나는건지 ㅠ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일 또 약타러 둘데리고 병원 가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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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yes 2018/01/12 11:43

    많은일을 겪으셨네요ㅜㅜ
    심근비대증 무섭죠.. 딱히 치료법도 없는걸로 아는데ㅠㅠ
    힘내시라고 추천드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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