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누구를 위한 길인가 생각해봅니다

최근 북극항로를 활용해 부산을 동북아 물류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미래의 새로운 항로를 선점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이해되지만,
실제 어떤 나라가 이 항로를 이용하게 될지,
그리고 부산이 정말 그 중심에 설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
일본은 과연 부산을 경유할까요?
일본 북부의 항만들, 예를 들면 홋카이도나 아오모리 같은 곳은 북극항로와 지리적으로 가깝습니다.
굳이 부산을 들렀다가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건
거리와 시간, 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인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국 항만과 물류망을 갖춘 일본이 타국 항만을 경유할 이유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
중국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중국은 이미 옌타이, 룽커우, 단둥 등 북방항만을 통해 북극항로 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공동 운항 실험도 진행하고 있고,
‘빙상 실크로드’ 구상도 별도로 추진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을 경유하는 방식이 과연 중국 입장에서 설득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동남아 국가들은 어떨까요?
동남아는 지리적으로 북극항로와는 거리가 멉니다.
부산까지 화물을 북상시킨 뒤 다시 북극으로 가는 건
수에즈나 파나마 루트를 이용하는 기존 방식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물류비도 늘어나는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부산을 경유해야 할 매력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
인도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인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경우,
지금처럼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항로입니다.
북극항로는 오히려 돌아가는 루트이고,
기존 항로보다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결국 누가 이용할 수 있을까요?
러시아는 자국 자원을 유럽으로 운반하거나, 통행료 수익을 목적으로 NSR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외에 적극적으로 이 노선을 쓸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만이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항만 개발, 쇄빙선 확보, 보험료 보조 같은 대부분의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듭니다.
⸻
정리해보면
북극항로는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노선이지만,
실제로 부산이 그 중심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은 자신들의 항만에서 직접 북극으로 향할 수 있는 여건을 이미 갖추고 있고,
부산은 그들의 노선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책이 미래를 향할 수는 있지만,
그 미래가 누구와 함께 갈 수 있는 길인지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