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똥 씹은 표정이던 여기사는 화사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용사와 대화할 때에는 언제나 묵묵부답, 단답형으로 대답만 하던 여마법사는 수다쟁이가 되었다.
언제나 어둠 속에 숨은 채, 공무 외에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던 여도적은 어느샌가 공공연하게 파티에 섞였다.
여자는 버린지 오래다, 싸움 밖에 모른다라던 여전사도 손바닥 뒤집듯 꽃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인간에게는 관심 없다며 파티원 누구와도 사적 교류를 꺼리던 엘프 궁수도 꽃미남 바드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이래서야 용사 파티가 아니라 바드 파티가 아닌가'
분명 파티의 중심이어야 할텐데, 자연스럽게 테이블 구석으로 내몰린 용사는 조용히 한탄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나.
남자인 자신이 봐도 완벽한 꽃미남인 바드에 비해
자신은 빈말로도 좋은 외모라고 볼 수 없었다.
아니, 이것도 순화된 표현이고, 솔직히 못생겼다고 말해야 하겠지.
분명 나도 어린 시절엔 잘생겼다는 소리 좀 들었을텐데,
사춘기와 청년기를 거치면서 어느샌가 지금처럼 추한 외모로 변해버렸다.
소위 말하는 '역변'이라는 것이겠지.
다행히도, 용사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렇게 씁쓸한 미소를 짓는 용사 옆에 단 한 명, 성녀만은 여전히 함께 앉아 있었다.
"참 엉덩이가 가벼운 여자들이라고 밖에는 못 하겠네요"
성녀는 경멸의 어조를 담아 용사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읊조렸다.
"아뇨, 제가 이런 추한 외모를 지닌 탓이겠죠. 제가 여자라도 저랬을 겁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사람의 매력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겠죠?
용사님께서 얼마나 좋은 점이 많으신데, 멋지고 매력적이신데, 고작 외모 하나로 판단하는 쪽이 이상한 거죠."
"그럴까요....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얼굴이 이래서야...."
"게다가 그 잘생김이라는 것도 결국 주관적인 거겠죠? 저한텐 용사님이 외모적으로도 훨씬 멋지답니다."
용사는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이런 매운 상황에서도 용사가 뇌파괴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성녀 덕분.
물론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다. 성녀라는 입장 때문에 그저 자신의 위로해주고자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용사에겐 그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시간이 흘러 용사 일행은 무사히 마왕을 토벌하고 당당하게 개선했다.
개선식 후 포상을 논하는 자리에서 여기사, 여전사, 여마법사, 여도적, 엘프궁수는 앞다투어 꽃미남 바드와 결혼하겠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경박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성실한 순정파였던 꽃미남 바드는 결혼을 약속한 소꿉친구가 있다며 고향으로 돌아가버렸다.
돌이켜보면 여자들이 일방적으로 그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을 뿐,
정작 꽃미남 바드 본인이 거기에 흔들린 적은 없었다.
반면 성녀는 조용히 손을 들고 왕과 교황에게 청했다.
"저는 용사님과 혼인하고 싶습니다."
추한 외모의 용사가 공주나 귀족 영애와의 혼인이라도 요구하면 어쩌지 걱정했던 국왕은 즉각 찬성했다.
용사를 포섭해 교회의 권위를 높이고 싶었던 교황도 즉각 찬성했다.
"정말....정말로 저와 결혼을 원하시나요?"
반면 용사는 쉽사리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 했다.
저 아름답고 고결한 성녀가 진짜로 자신과의 혼인을 원한다니.
"아, 혹시 동정심 때문이신가요? 그렇다면 성녀님 스스로를 희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뇨, 동정심 같은 게 아니예요. 정말로 용사님이 좋아요."
"저를 조, 좋아하신다구요?"
"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용사님을 뵈었을 때부터 쭉 좋아하고 있었답니다."
"왜죠...아, 혹시 추남을 좋아하는 특이한 취향이시라든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저도 여자, 평범하게 미남을 좋아한다구요!"
"그럼 도대체 왜....."
"음....."
성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용사님의 멋진 부분은 저만 알고 있다....라고 대답해둘까요?"
용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성녀의 손을 꼭 잡고는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왕국과 교회의 축복 속에 치러진 성대한 결혼식,
결혼식 후의 꿈만 같던 첫날 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행복이 겨워 눈을 뜬 용사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얼굴의 감각이 조금 이상해.
서둘러 욕실로 달려간 용사는 깜짝 놀랐다.
거울에 비친 것은 어제까지의 추남이 아니라 완벽한 꽃미남이었다.
"어머, 일어나셨나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아내-성녀의 목소리.
그녀는 당황하며 뒤를 돌아본 용사에게 다가와
그 예쁜 손으로 용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 저와 용사님이 영원히 이어졌으니, 저 '가짜 얼굴'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본래 얼굴'로 되돌려 놓았답니다."
"후후. 성녀인 저의 특기는 상처와 부상의 치유. 하지만 이건 말이 좋아 치유지, 냉정하게 말하면 '신체의 분해 빛 재구축'이랍니다?
다시 말해, 타인의 신체를 원하는대로 변화시키는게 특기라는 거죠.
물론 조건은 까다롭고 제약도 많지만요."
"처음 용사님을 뵌 것은 제가 성녀 후보로 선정되었던 14세 무렵... 그 때는 용사님도 14세셨죠? 그 날 저는 용사님께 첫 눈에 반했답니다."
"하지만 용사님의 꽃다운 얼굴을 본 저는 곧 근심에 사로잡혔지요.
용사님이 저렇게 잘생겼으니, 내가 정식으로 성녀가 되어 용사님 곁에 있게 되기 전에 다른 여자가 채어갈 지도 몰라."
"그래서 저는 그날부터 밤마다 용사님의 방에 숨어들어가, 용사님의 얼굴을 조금씩, 티나지 않게 '재구축' 했죠."
"그 덕분에, 저런 엉덩이 가벼운 년들이 용사님께 들러붙는 것을 막고 드디어 이렇게 용사님과 단둘이 맺어질 수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말씀드렸잖아요?"
"'용사님의 멋진 부분은 저만 알고 있다'라고요"
"아아...드디어 손에 넣었어요....나만의 용사님...."
결국 너도 얼굴이냐!
얀데레잖아!
갑작스러운 철가면 비긴즈;:
얀데레잖아!
갑작스러운 철가면 비긴즈;:
결국 너도 얼굴이냐!
이야 이거 이거 씨바 이거 이거;;;;;; 씨바 이거;;;;;;
와 씨바 저거;;;; 참 .........와 씨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