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슈퍼맨은 언제나 정치적이었다"

영화 제작자 제임스 건이 새로운 슈퍼맨 영화를 "이민자 이야기"라고 말하자, 비평가들은 슈퍼맨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진실을 정치화할 수는 없다.

슈퍼맨은 87년 동안 '불법 체류 외계인'이었다.

우리가 2013년에 시작한 "슈퍼맨은 이민자다" 캠페인은 이 사실을 미국 사회에 다시 상기시켰다.

슈퍼맨은 서류 없이 미국에 들어온 아기 난민이었다.

죽어가는 행성에서 탈출해, 수많은 이민자들처럼 본래 이름을 미국식 이름인 클락 켄트로 바꾸었다.

그는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자신의 정체성과 미국 문화를 조화시키며, 자신만의 능력을 이용해 처음엔 자신을 두려워했던 나라에 봉사했다.

이건 암시가 아니라, 대놓고 드러난 사실이다.

슈퍼맨의 창조자 제리 시걸과 조 슈스터는 유대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이들로, 이주와 배척의 아픔을 깊이 이해했다.

그들은 1938년, 히틀러가 권력을 잡아가던 시기에 슈퍼맨을 창조했다.

그들은 약자를 보호하는 영웅을 만들어냈고, 이는 그들 자신의 아메리칸 드림이기도 했다.

슈퍼맨은 스스로를 "보편적 이방인(universal outsider)"이라 불렀다.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은 그의 영웅성에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바로 그것의 원천이었다.

배척을 경험한 자만이 포용의 의미를 알고, 무력함을 경험한 자만이 약자를 위해 싸울 수 있다.

오늘날이라면, 그런 이방인은 추방당할 것이다. 출생 시민권이 없다면, 슈퍼맨은 아예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제리와 조 역시 이민자 부모 밑에서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기에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고,

만약 지금 같았으면 그들은 시민권을 박탈당한 채 나치가 점령한 유럽으로 추방됐을 것이며,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제리와 조가 없었다면 슈퍼맨도 없다.

슈퍼맨이 없다면 슈퍼히어로 장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뒤를 이어 슈퍼히어로들을 창조한 수많은 이민자 자녀들—배트맨,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을 만든 이들—도 마찬가지 운명을 겪었을 것이다.

오늘날 미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현대 신화는, 그 뿌리째 지워졌을 것이다.

건은 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친절함에 관한 이야기이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파 매체는 이 친절함의 메시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폭스 뉴스의 제시 워터스는 ‘슈퍼 깨어남’이라는 자막 아래 “슈퍼맨의 망토에 MS-13이라 적혀 있다”고 농담하며, 슈퍼맨이 “우간다 출신이냐”고 물었다.

보수 매체 아웃킥은 “허구의 캐릭터가 허구의 지구에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미국이 ‘친절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은 정치와 무관한 오락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슈퍼맨을 '정치화했다'는 비난은 이제 와서 한참 늦은 소리다.

1938년부터 슈퍼맨은 행동을 통해 “아메리칸 웨이”를 정의해왔다.

1940년, 미국이 고립주의를 외치던 때 그는 아돌프 히틀러에 맞섰고,

1949년에는 학생들에게 “누군가가 종교나 인종, 출신 국가를 이유로 친구를 험담한다면, 가만히 있지 말고 ‘그런 말은 비미국적이다!’라고 말해라”고 했다.

그는 백신을 홍보하고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지원했으며,

KKK의 비밀을 라디오를 통해 폭로했다.

이민자들에게 총을 겨누는 이에게는 모든 총알을 막아냈고,

2014년 퍼거슨 사태 때는 평화 시위자와 진압 경찰 사이에 서 있었다.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된 후,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꿈은 우리를 구하고,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변화시킨다.

그리고 나는 내 영혼을 걸고 맹세한다.

존엄과 정의, 명예가 모두의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나는 결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슈퍼맨은 망토를 쓴 미국의 양심이다.

바로 그렇기에 비평가들은 그를 두려워한다.

그들이 지지하는 현실의 슈퍼빌런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장 위대한 슈퍼파워는, 낯선 이방인을 환영하고 그들이 날아오르도록 지켜보는 능력이었다.

슈퍼맨처럼, 미국의 힘은 출생의 특권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기로 선택하느냐에서 나온다.

고아들이 집을 찾고, 약한 자들이 힘을 얻고, 죽어가는 세계에서 도망친 이들이 새로운 세계를 세우는 그런 장소 말이다.

희망 대신 공포를, 환영 대신 장벽을 택하는 순간, 우리는 슈퍼맨의 유산을 배신할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 자체를 버리는 것이다.

진정한 슈퍼히어로는 언제나 이민자였다.

이제 우리도 그 사실을 믿는다는 듯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