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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제가 생각하는 영화 '1987'의 포인트-스포만땅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배우들이 워낙 많은데 누가 주인공인가를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6월 항쟁을 비롯 수많았던 민주화투쟁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각각 남는 역사에 남을 유명한 이름들이 있습니다만, 진정한 주인공은 결국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시민들이었듯이 이 영화에서도 어쩌면 평범 그 자체의 여대생에서 결국 버스 위에서 구호를 외치게 되는 연희가 주인공이라고 일단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곱씹어보니 이 영화에서 소품이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걸 하나씩 언급해볼까 합니다.



1. 하정우의 술병

- 잘나가는 공안검사인 그는 로얄살루트로 보이는 고가의 위스키를 핥아가며 마시는, 그리고 포켓용 병에 옮겨담아 가지고 다니는 인물입니다.

  소주병에 신나를 담아 화.염.병을 제작한 대학생과 실갱이를 벌이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안검사 그 자체죠.

  이후 김윤석에게서 해고를 암시하는 말을 듣고 나서 그 고급스런 포켓위스키 병을 던져버리고 나중에 변호사가 되어 재판 출석도 포기하고 소주병을 이빨로 까서 깡소주를 들이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급 스카치위스키를 핥아먹는 모습에서 이빨로 깐 깡소주를 들이키는 모습으로의 변화는 이너서클에 있던 인물이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좌시하지 못한 모습을 반영합니다.

-그의 명대사로는 '자신은 없어도 주사는 있습니다'를 꼽겠습니다.



 2. 강동원과 김태리의 운동화

- 처음 강동원이 김태리를 구해줄 때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김태리가 새 신발을 사줍니다.

  이후 외삼촌의 안위를 걱정하며 대공분실을 방문했다가 경찰에게 강제 연행되어 시외에 버려졌을 때 그녀도 한쪽 신발을 잃어버린 상태로 강동원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강동원이 김태리에게 새 신발을 사줍니다.

이후 강동원이 죽을 때 그 김태리가 사준 신발 한 짝을 잃은 상태입니다.

이제 다시 김태리가 죽은 강동원에게 새로 신발을 줘야할 때입니다.

그 신발은 그의 후배나 연인을 뛰어넘어 동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저승길을 가야하는 그를 맨발로 보낼 수 없기에 그녀는 마지막에 결국 시위대열에서 처음에는 망설이다 함께 구호를 외치면서 마지막으로 떠나가는 강동원에게 영혼의 새신발 한 짝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열사들에게 시민들이 외롭지 않게 동지가 되어준다는 상징이 아닐까 하는 것이죠.

김태리가 평범한 소시민의 각성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된 인물로 보기 때문에요.



3. 김윤석의 훈장과 가족사진

- 훈장은 그가 자기의 삶에 대해 갖고 있는 확신을 보여주고 가족사진은 실은 그도 역사의 희생자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옳지못한 신념을 가진 자에게 가족을 희생당한 그가 역시나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아이러니.

  그런 그의 인생이 파산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그가 마지막에 받은 해고통지죠.

  그 통지를 받아든 그의 모습이 전두환의 사진과 겹치는 것으로 감독은 하고싶은 말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유해진의 잡지들.

-전두환이 정권을 탈취한 후 펼친 3S정책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유해진과 김의성 등은 그 3S정책으로 만들어진 잡지들을 통해 '진실'을 세상으로 전합니다.

 이건 비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영화에 등장하는 잡지 '선데이 서울'은 68년에 창간되어 91년에 사라진 잡지입니다.

 박정희 시대에 태어나 노태우 시대에 끝난 잡지죠.

 저는 어쩌면 혹시나 감독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3연속 군사정권에 대한 야유로 이 잡지를 선택하지 않았나 상상해봅니다.



댓글
  • 박평식 2017/12/28 0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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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키헨더슨 2017/12/28 02:57

    캬 부뢀을 탁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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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레타 2017/12/28 02:58

    박평식// 헐..영광입니다. 그 까다로우신 박평식님에게 별이 다섯개!
    저는 환생하면 이제 장수돌침대가 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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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한방 2017/12/28 03:01

    저도 김윤석과 전두환이 겹칠때 인상깊게 봤는데 그런 메세지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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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레타 2017/12/28 03:02

    인생은한방// 네, 결국 전두환도 그 길을 걷게 되리라는 암시로 저는 봤습니다. 그러기에 나중에 김윤석이 죄수복 입은 장면도 넣지 않았나 합니다. 전두환도 입을 옷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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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61 2017/12/28 07:48

    화염 병 단어도 못쓰는 불펜 게시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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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N.MN 2017/12/28 13:55

    거시적으로, 미시적으로 잘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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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요정 2017/12/29 02:03

    일단 선추천하고 스크랩할께요!!
    담장글 지금에서야 확인합니다..
    정말 잘 만든 영화에요...그래서 더욱더 가슴아픈 영화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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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꾸는초보 2017/12/29 12:50

    리키헨더슨// 리얼하게 치시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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