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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 더 지난 아버지의 카메라 니콘 F2s포토믹

제가 아주 어렸을적부터
이젠 고인이 되신 당신께서는 저를 데리고 다니시며 사진을 많이 찍어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는 당시에도 대단한 한량(?)이셨던,,
일본 전자제품들이 제일 먼저 선보이는 부산이라는 지리적인 특성.
당신께서는 휴대용 녹음기/라고 해도 무지 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요즘의 프린터(복합기)기 크기 정도
가 국내 처음(?) 나왔을때 동네 1호로 구매하시어
길거리에 들고 다니시면서 큰소리로 틀곤 하셨는데
언제든지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수 있다는것이 신기했던시절,
동네에 유일하게 오토바이를 몰고 오시어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신기한 눈으로 구경을 하던 기억.
제가 아마 6살즈음이었을텐데
그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광안리 해수욕장을 갔었고 거기에서
찍었던 사진도 있었더랬습니다.
초등학교시절..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래 온천장에는 동물원이 있었으며
넓은 코끼리 우리를 배경으로 찍었던 사진...
성지곡 수원지 어린이 회관 개관 기념으로 놀러 가서 찍었던,,,
암튼 저의 아버지께서는 요즘 말로 얼리 아답터였었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속,,
그당시에도 아버지께 지름신이 강림하시어
몇번의 카메라 바꿈을 하신걸로 기억됩니다.
처음(?)에는 캐논의 무슨 기종이었는데 어느날 니콘으로 기변,,ㅋ
F2 라는 모델이 뭐시기 뭐시기 라시면서
두세번 바꾼걸로 기억이 됩니다.
그당시 저는 초등 ~ 중학교 시절을 지냈었기에
카메라를 들이 대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였습니다.
물론 렌즈도 몇개를 가지고 계셨는데 아마도 요즈음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기변및 바꿈질을 하셨으리라 생각되며 최종 정리 모드였을 시점,,,
제가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가기 얼마전.
조심스럽게 아버지께 말씀 드렸습니다.
수학여행을 가니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학교앞 카메라 사진관(현상소)에서는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렌트해 주었는데
당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올림푸스 펜,(24장 필름을 48장으로
쪼개어 사용할수 있었던)을 빌려 갈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집에 멋지다고 생각하는 카메라가 있는데 라는 생각으로.
으음,,,
당신께서는 장고를 때리셨습니다.
이튿날 저녁...
아버지께서 저를 조용히 부르시고는
제게 사진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종이로 된 필름통에 보면 적정노출을 알려주는 조그마한
그림이 있었는데.
맑은날 기준 조리개 11일때 셔터 스피드 1/125초.
그것을 기준으로 빼고 더하고...
흐렸을때는 어떻고,,,
그때까지는 별생각없이 아버지를 졸라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만
그 이후,,,
한컷 한컷이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수학여행 가기 전날,,
아버지께서는 필름 다섯통(아마 후지필름이었을듯)과
묵직한 카메라를 제게 건네 주셨습니다.
수학여행을 가서는,,,
친구들은 사진을 찍을때 그냥 찌익~ 소리를 내는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되었지만
저는 조리개 맞추고 셔속 맞추고,,,
수동으로 핀도 맞추어야하는 5초 이상의 시간이 지체 되어야 하는 동작에
피사체가 되는 친구들에게 욕 많이 들었습니다.
도데체 언제 찍냐구,,,
더욱더 고역인 것은 친구에게 이 카메라로 사진좀 찍어 달라고 부탁할때는
촛점에 관한 설명을 하나하나 해야 하는 번거로움,,,
ㅎㅎㅎ
고생 많이 했습니다.
암튼 그날 이후 이 카메라는 제것이 되어 종횡무진
여행길에 동행을 했습니다.
ㅎ 그러다가 1987년.
이카메라가 전당포에 머물렀던적이 있었는데.
전당포 주인이 하던말,
얼마가 필요하냐???
35만원 정도 필요합니다.
아무말없이 내어 주던 기억이 있군요.
훗날 아버지께서 이 카메라를 구매할때(70년대 중반) 무용담을 이야기 해주셨는데
가죽점퍼 안주머니에 돈다발이 세뭉치,,
버스를 타고 가야하니 소매치기 걱정에 무지 애를 쓰셨다고 합니다.
남포동 B카메라점에 도착.
두툼한 돈 뭉치를 유리장 위에 올려두고서야
안심이 되더라는 말씀,,,
그런데 몇달이 지나면서
점점 제 마음이 불안해 지기 시작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카메라는?..라고 가끔 물어 보실때마다
친구가 빌려 가서...라며 얼무버렸지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알바를 하여 그돈을 마련하고는,,
통영으로 찾으러 갔더랬습니다.
무사히 돌려 받고 보니
어찌그리 이 카메라가 멋지게 보이던지.
그런 추억이 있는 카메라를 아직도 저는 가지고 있답니다.
만질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나는 카메라.
검은 가죽으로된 케이스와 함께
아직도 노출계가 살아있어 건전지만 넣으면 작동이 잘 된답니다.
오늘 갑자기 옛생각이 나서 사진 한장 남기며
1/60초일때의 멋진 셔터 소리를 몇번씩이나 들어 봅니다.
KOS_3059.jpg

댓글
  • 하진상 2017/12/20 14:02

    캬~멋지네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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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suym 2017/12/20 18:43

    멋지다기보다는 그냥 구수하다고나 할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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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850]Aguero™ 2017/12/20 14:04

    멋진 추억이네요~ 전 어릴적에는 아버지가 자동필름카메라만 사용하셨었는데 오히려 사진을 취미로 하게되면서 수동필름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캐논 New F-1, AE-1도 들였었네요~ ㅎㅎ수동카메라 특유의 셔터음이 저는 참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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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suym 2017/12/20 18:43

    수동 카메라의 장점..
    모든 샷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이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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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field23 2017/12/20 14:13

    F2 photomic 정말 전설적인 카메라죠.. 15년 쯤 전에 미국 이베이에서 상태좋은 걸로 하나 구입했었는데 DSLR 구입자금마련하느라 팔아넘길 때 참 가슴이 아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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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suym 2017/12/20 18:46

    크흨,,,
    무슨 기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DSLR 은 시대에 따라 잊혀지지만
    팔아버린 아직 F2는 마음속에 남아있다는게 아이러니 하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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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PMOD™ 2017/12/20 14:41

    멋지네유 .......
    저희 아버지도 카메라 꽤 사다 모으셨는데 ....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네유 ㄷ ㄷ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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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suym 2017/12/20 18:46

    아버님께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리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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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마스™ 2017/12/20 15:06

    평생 간직하셔야할 카메라네요..ㅎ
    명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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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suym 2017/12/20 18:47

    명기도 명기지만
    제 어릴적 기억속의 무건이거니와 아버지의 유물이니...
    끝까지 같이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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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소리 2017/12/20 19:03

    저도 필림세대인데
    아주 멋집니다.
    참고로
    F씨리즈을 모두다 가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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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to30 2017/12/20 19:06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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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풍선™ 2017/12/20 19:07

    전 야시카 일렉트릭입니다
    아부지가 주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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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암타이미 2017/12/20 19:10

    저희 아버지 카메라는 캐논이었어요 고장으로 사용 불가지만 소장하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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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드서퍼스클럽 2017/12/20 19:15

    F2 포토믹인가요? 전설적인 명기지요. 렌즈도 보니까 55.2 엄청 좋은렌즈를 가지고 계시네요. 저 렌즈가 니콘 녹트랑 코팅하고
    구조가 거의 같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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