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변기 뚜껑을 올린채 내버려 두어도,
뒤집어 벗어버린 양말을 다시 똑바로 뒤집지 않아도
잔소리 할 사람이 없어서.
괜찮다.
빨랫줄에 걸린 마른 티셔츠를 그대로 걸쳐 입어도,
뽀얗게 먼지가 앉은 침대 시트를 대충 툭툭 털어내고 그대로 걸터 앉아도
눈치 볼 사람이 없어서.
괜찮다.
비오는 거리를 걸을 때면 더이상 한 쪽 어깨가 젖지 않아서,
반쯤 써내려 간 편지지를 구겨 버릴 일이 없어져서.
혹시 울릴지도 모를 벨소리를 기다리다 선잠이 들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다.
더이상 너라는 사막 한 가운데에서 헤매지 않아도 되니까 .
타는 갈증에 괴로워 하지 않아도 되니까.
닿을 듯 닿을 듯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너에게
애써 손 뻗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다.
매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지 않아도 되니까.
새벽 어스름이 지고 저녁 노을이 질 때 까지
안개처럼 희미한 널 붙잡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다.
더이상 너라는 한글자에 웃고, 울지 않게 되서.
가슴이 두근대고, 아프고, 설레고, 시리지 않게 되서.
너라는 한글자가 많이 가벼워져서.
사실은...
나에게 잔소리하던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가
더 이상 나의 주위를 꽉 채워줄 일이 더이상 없어서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내 어깨에 붙어있는 실오라기 하나마저
발견해주고 털어주고 멋쩍게 미소짓던 니가
더이상 옆에 없어서
자려고 누웠을때 더 이상 내 옆에 따듯함이 없어서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비오는날 카페에 앉아 같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아름다운 커플을 보며 쓴 커피만큼 쓴웃음을 짓는 내가
너에게 천번은 썼다 지웠던 문자 메세지를
다시 한번 써보려 힘없이 한글자 한글자 써 내려가다
결국엔 다시 종료 버튼을 누르고
혹시나 너에게 전화가 걸려오진않을까
핸드폰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너와 다툴땐 세상 끝날것처럼 슬펐었는데
헤어지고 나니 너와 싸우던 그 때마져도
아름다웠는데 그렇게 내 가슴에 큰 구멍을 뚫고
신기루처럼 사라진 널 그리워하며
한번만 다시 손 잡고 싶어하는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매일 자려고 누워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떠오르는 아침햇빛에
부신 눈을 비비며 눈물에 부운 눈을 비비며
기억속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너를 잊지않으려
몸부림치는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내 안에 남아있는 모든 감정을 너에게 다 쏟아내어
더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 껍데기같은 나는
너라는 한글자가 점점 무거워져간다
그럼에도 괜찮지 않다.
아직도 너의 이름 세글자가 가슴에 박혀있어서.
외않괜찬태?
토닥토닥...
마치 12월에 어느 날 눈이 오는 것처럼 살다 몇번쯤은 눈물이 내려 오겠죠
그땐 누가 내게 말해줄래요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윤하-괜찮다 중에서
너라는 빈자리를 어머님이 채워주는 훈훈한 꼬릿말 이군요..
본문글도, 해석댓글도
감사합니다
마치 12월의 어느 날 눈이 오는 것처럼
살다 몇 번쯤은 눈물이 내려오겠죠
그 땐 누가 내게 말해줄래요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마치 4월의 어느 날에 봄이 오는 것처럼
얼어붙은 그대 이름도 녹아주겠죠
그때까진 내게 말해줄래요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윤하,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