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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변기 뚜껑을 올린채 내버려 두어도, 

뒤집어 벗어버린 양말을 다시 똑바로 뒤집지 않아도

잔소리 할 사람이 없어서. 


괜찮다.  


빨랫줄에 걸린 마른 티셔츠를 그대로 걸쳐 입어도, 

뽀얗게 먼지가 앉은 침대 시트를 대충 툭툭 털어내고 그대로 걸터 앉아도 

눈치 볼 사람이 없어서. 


괜찮다. 


비오는 거리를 걸을 때면 더이상 한 쪽 어깨가 젖지 않아서, 

반쯤 써내려 간 편지지를 구겨 버릴 일이 없어져서.

혹시 울릴지도 모를 벨소리를 기다리다 선잠이 들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다. 


더이상 너라는 사막 한 가운데에서 헤매지 않아도 되니까 .

타는 갈증에 괴로워 하지 않아도 되니까. 

닿을 듯 닿을 듯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너에게 

애써 손 뻗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다. 


매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지 않아도 되니까. 

새벽 어스름이 지고 저녁 노을이 질 때 까지 

안개처럼 희미한 널 붙잡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괜찮다. 


더이상 너라는 한글자에 웃고, 울지 않게 되서. 

가슴이 두근대고, 아프고, 설레고, 시리지 않게 되서.



너라는 한글자가 많이 가벼워져서. 



댓글
  • 큐쨩 2016/12/19 15:58

    사실은...
    나에게 잔소리하던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가
    더 이상 나의 주위를 꽉 채워줄 일이 더이상 없어서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내 어깨에 붙어있는 실오라기 하나마저
    발견해주고 털어주고 멋쩍게 미소짓던 니가
    더이상 옆에 없어서
    자려고 누웠을때 더 이상 내 옆에 따듯함이 없어서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비오는날 카페에 앉아 같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아름다운 커플을 보며 쓴 커피만큼 쓴웃음을 짓는 내가
    너에게 천번은 썼다 지웠던 문자 메세지를
    다시 한번 써보려 힘없이 한글자 한글자 써 내려가다
    결국엔 다시 종료 버튼을 누르고
    혹시나 너에게 전화가 걸려오진않을까
    핸드폰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너와 다툴땐 세상 끝날것처럼 슬펐었는데
    헤어지고 나니 너와 싸우던 그 때마져도
    아름다웠는데 그렇게 내 가슴에 큰 구멍을 뚫고
    신기루처럼 사라진 널 그리워하며
    한번만 다시 손 잡고 싶어하는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매일 자려고 누워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떠오르는 아침햇빛에
    부신 눈을 비비며 눈물에 부운 눈을 비비며
    기억속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너를 잊지않으려
    몸부림치는
    나는 사실 괜찮지 않다
    내 안에 남아있는 모든 감정을 너에게 다 쏟아내어
    더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 껍데기같은 나는
    너라는 한글자가 점점 무거워져간다

    (pOCqt5)

  • 우중낭만 2016/12/19 16:43

    그럼에도 괜찮지 않다.
    아직도 너의 이름 세글자가 가슴에 박혀있어서.

    (pOCqt5)

  • 비니랑민아링 2016/12/19 17:44

    외않괜찬태?

    (pOCqt5)

  • 제나제나제나 2016/12/19 17:45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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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윤하 2016/12/19 18:18

    마치 12월에 어느 날 눈이 오는 것처럼 살다 몇번쯤은 눈물이 내려 오겠죠
    그땐 누가 내게 말해줄래요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윤하-괜찮다 중에서

    (pOCqt5)

  • 조시커서죠커 2016/12/19 18:28

    너라는 빈자리를 어머님이 채워주는 훈훈한 꼬릿말 이군요..

    (pOCqt5)

  • 기저씨 2016/12/19 18:33

    본문글도, 해석댓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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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르완다 2016/12/19 19:05

    마치 12월의 어느 날 눈이 오는 것처럼
    살다 몇 번쯤은 눈물이 내려오겠죠
    그 땐 누가 내게 말해줄래요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마치 4월의 어느 날에 봄이 오는 것처럼
    얼어붙은 그대 이름도 녹아주겠죠
    그때까진 내게 말해줄래요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윤하, 《괜찮다》

    (pOCq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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