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멈추고 운전석은 물론 뒷좌석 양쪽의 문이 동시에 벌컥 열린다.
문을 열어주려던 운전병과 시녀로 보이는 여인이 화들짝 놀라는 게 보인다.
"페르디!"
울음 섞인 목소리와 함께 차에서 뛰어내린 소녀가 휘청거린다.
바닷가라 따듯한 날씨 때문에 눈이 내리고 녹기를 반복해 진창이 된 바닥을 밟은 탓이다.
"로테!"
그런 소녀를 한달음에 달려간 페르디난트가 와락 끌어안으며 번쩍 들어올린다.
할아버지를 닮아 성장기인 청년임에도 벌써 거인처럼 보이는 페르디난트가 그 작은 소녀를 품에 끌어안자,
뒤에서 보는 에른스트에게는 그녀의 드레스 자락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으아아아..."
"지, 진정해. 로테. 울지 마. 제발. 난 상처 하나 없어. 멀쩡하다고."
그리고 소녀는 페르디난트를 끌어안은 채 대롱대롱 매달려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실례일지도 모르는데, 몇 살이셔?"
로베르토가 입을 가린 채 바우만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올해로 열여섯."
워낙 작아서 꼬마 아가씨처럼 보인 데다가, 페르디난트를 본 순간 냅다 울어버려서 한 열두 살 정도 되는 줄 알았다.
한참 전쟁 중인 최전선에 잠시 소강상태가 되자 약혼녀가 찾아옴
이후 그 앙큼한 레이디가 야밤에 약혼자의 방으로 용맹하게 돌격했다가,
약혼자가 방을 혼자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친 뒤, 시녀에게 붙잡혀 밤새 혼난 건 모른 척하기로 했다.
"이건 바우만이 잘못했네. 방을 비워줬어야지."
"아니 사전에 눈치라도 줘야 방을 비우든 말든 하지..."
"..."
페르디난트는 다른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어 고개를 떨군 채 침묵했다.
바우만은 눈치를 보다가 페르디난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밤은 비워줄까?"
"아니!"
페르디난트는 깜짝 놀라 격렬하게 거부했다.
생긴 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내처럼 보여도 약혼녀의 눈물 한 방울에 우람한 몸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페르디난트다.
그는 결혼하기 전까지 결코 선을 넘지 않겠노라 맹세했다.
그날 밤 바우만은 에른스트와 로베르트의 방에 와서 잤고,
샤를로테의 시녀가 오만상을 쓰며 페르디난트 혼자 남은 방 앞에서 몇 시간이고 서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렇게 그녀가 돌아가고 시간이 지나 슬슬 봄이 다가올 때쯤,
샤를로테의 방문으로 인해 발생한 일 중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이 전선에 일어났다.
"하르트만! 하르트만 대위는 어디 있습니까!"
전령 한 명이 초죽음이 되어 주둔지에 찾아와 목청이 찢어져라 페르디난트를 불렀다.
숲의 전선에서 순시를 돌던 페르디난트가 황급히 주둔지로 돌아왔을 때,
모두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하르트만 대위, 축하드립니다. 아버지가 되셨습니다."
"...뭐, 뭐?"
"약혼녀이신 슈피겔만 영애께서 회임하셨습니다.
당신의 아이란 말입니다! 당신이 아버지가 됐다고요!"
"..."
샤를로테가 주둔지에 머문 닷새 사이에, 페르디난트가 해내고 만 것이다!
"축하한다! 이 미친 새끼야!"
"축하해. 성욕에 패배해 결혼도 안 했는데 약혼녀를 임신시키다니, 그야말로 짐승 같은 녀석이었구나."
"축하해. 페르디난트. 너라면 해낼 줄 알았어. 그런데 조금만 늦게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
로베르토와 에른스트, 그리고 바우만은 넋이 나간 페르디난트를 둘러싸고 퍽퍽 때리며 덕담을 해줬다.
하지만 하도 굶주린 군인이라 결국 이성이 증발함
그렇게 액면가 12살짜리를 임신시키고 코가 꿰인 18살 청년
어.. 이거 사망플래그인데요?
제목
*저 혼인 전까지 지켜주겠다 다짐하는 문단과
전령이 약혼녀 임신했다고 알리는 문단은 모두 같은 화에 들어가있다
조금은 참지 그랬니...
어.. 이거 사망플래그인데요?
제목
죽겠군
*저 혼인 전까지 지켜주겠다 다짐하는 문단과
전령이 약혼녀 임신했다고 알리는 문단은 모두 같은 화에 들어가있다
조금은 참지 그랬니...
제발 제목 좀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