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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아빠한테 맡기고 장시간 외출에 걸린시간 3년

내 아들은 많이 일찍 태어났고, 많이 아팠다.
그래서 일을 그만둬야 했고, 아이와 늘 함께 있었다.
어린이집은 꿈도못꿨다.
많이 아팠던 아이라 짜증도 많았고 고집도 황소 저리가라..
잠도 안잤고, 재우려면 2시간은 세워안아서 토닥토닥
친정엄마 헬프받을땐 2시간 업어서 둥기둥기
발달도 당연히 늦었고, 말도 느렸다.
기다렸다.
느린게 당연하고, 고집센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 핏덩이같은게 살아보겠다고 몇번의 수술견뎌왔는데
고집이 없을 수가 있겠냐, 당연하다.
그래도 힘들었다.
잠도 잘못자고, 씻는것도, 밥먹는것도 제때 하지 못했다.
병원생활을 오래해서 젖한번 물려보질 못했다.
장이 안좋아서 젖병도 세척하기 힘들고 귀찮은 닥터브라운을 써야했고, 분유도 수입으로 먹여야했다.
그때 그때 분유 사는것도 조마조마.. 잔뜩 사놓긴 부담되는 가격.
임신하기전엔 살도 안찌는 체질이었는데..
출산하고나니 먹으면 먹는데로 찐다.
다행인건 남편도 같이 찌니까.. 시댁의 미운소리는 안듣는다는것.
친구들 중 애기엄마는 나뿐이라, 페이스북이나 카스에 애기 서진 올리는 것도 눈치보여 안했다.
친구들은 해외여행에 쇼핑에 즐겁게 노는데, 난 육아에 지쳐서
죽고싶다고 생각을 안한날이 없었다.
그래도 아이는 크더라.
말도하고, 걷기도 하고..
남들보다 느렸지만 아주 훌륭한 개구쟁이로 컷다.
친구들에게 아이 사진을 보여주면
진짜 말안듣게 생겼다. 고생많았네
라는 말을 늘 듣는데, 그게 또 참 좋다.
건강하고 밝고 활기차게 컷다는 거니까.
엄마와 외할머니 품에서 3년가량 무한애정을 받으며 살다보니 애정이 넘치는 아이가 되었다.
만 3년.
이젠 혼자 외출할수도 있다.
나가서 친구랑 술먹고 올수도 있고,
남편이 아이랑 노는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는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다고 하는 개구쟁이 아들이니까.
힘들게 키운 내 아들. 내년엔 유치원을 간다.
유치원을 가면 뭐가 또 달라질까?

댓글
  • 그럴수도있재 2016/12/19 12:32

    애들 유치원 간 첫 날, "자유다! 이제 우리 자유예요!" 그러고 다른 학부모들 보고 소리질렀어요.  다른분들도 웃으면서 끄덕끄덕 하시더군요.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자유를 좀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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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진 2016/12/19 14:27

    저는 만 5년이 걸렸어요. 첫째는 내년에 학교 가고 유치원 안 다니겠다고 선언한 6살 되는 꼬꼬마가 있네요. 얼마 전에 혼자 외출 했었는데 전날부터 소풍 가는 듯이 마음이 설렜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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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dnem 2016/12/19 14:39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엄마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그런 맘 알고 아이도 잘 크느라 고생 많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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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면은진리♥ 2016/12/19 14:45

    부럽네요.
    저도 친인척 아닌 사람들이랑 만나서 밤 늦게까지 수다 좀 떨어보고 싶어요.
    둘째가 두 돌 돼가고 첫째는 2010년에 낳았는데 아직 세 시간 이상 떼 놓고 외출해 본 적이 없어요.
    세시간 이상 통잠을 자 본 적도 없고요.
    2010년부터 지금까지니까 6년째네요ㅎㅎ
    기분 탓인진 몰라도 머리가 좀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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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ura 2016/12/19 14:52

    고생많으셨어요..
    저도 아들이 이른둥이로 태어나 그 마음 잘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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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목민(Nomad) 2016/12/19 15:01

    유치원 다니고, 석달안에 여자친구 생김.
    여섯달안에 이성문제로 고민함.
    1년안에 여자친구 바뀜.
    다음해에는 여자친구 생일이다며, 선물사게 돈 달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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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틴로즈 2016/12/19 15:06

    저두 밤외출은 며칠전에 처음 했어요 34개월인데요 ㅠㅜ 밤에 잘깨는 애기여서 계속 봐줘야했거든요 너무너무행복했어요 ㅠ 이제 신랑이랑도 잘 자네요둘이잘자게 만드는데 10개월걸린듯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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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달 2016/12/19 15:44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이라도 어린 아이를 키운다는건 참 고된 일인것 같습니다.
    아이가 유치원 가있는 시간이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앞으로 생길 여유 시간에 집안일, 남편, 친구들 좀 더 신경 써주시고,
    지금까지 소올햇던 자신에게 신경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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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아킹 2016/12/19 15:45

    아기 건강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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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웃 2016/12/19 15:52

    고생 많았어요..
    우리 와이프도 이제 혼자 놀러가도 되는데.. 둘째가 뱃속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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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월아 2016/12/19 16:11

    조리원에서 만난 친한지인이 어제 돌잔치를 해서요 거기서 만난 또다른 애기엄마와 전  애기들은  아빠에게  맡기고 돌잔치에 갔서 3차까지 달리고 와서요 ㅎㅎ 그담날 미친듯이 머리는 아프고 변기통을 부여잡고 있어지만 얼마만의  즐거움인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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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ndbergh 2016/12/19 16:57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곧 조금씩 본인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저희 아이도 많이 일찍 태어나서 (28주.. ㄷㄷ) 예정일보다 늦게야 퇴원을 했었습니다. 곧 만 네 살이네요. 아직 또래들보다 키도 많이 작고 몸무게도 적게 나가지만.. 그래도 큰 후유증 없이 지금까지 커 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입니다. (근데 같은 이유인지, 저희 아이도 고집이 세네요.. ㅋㅋ)
    집사람이 고생을 많이 했죠... 집사람 친정도 멀고 저희 본가도 멀고.. 타지 생활하다 결혼한 달랑 둘이서 타지에서 아이 하나 데리고 씨름하느라 정말 ㅠㅜ.. 그리고 저희 아이는 오히려 분유는 절대 안먹으려 해서 만 두 살 다 될 때까지 모유수유를 했는데, 그건 그거대로 참 고생이더군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정말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ㅠㅜ)
    저희 아이도 얼마 전에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보통 만 세 살이면 유치원/보육원에 보내기 시작하더라구요. ㄷㄷㄷ 그나마 아이가 아직 작고 해서 안보내고 있다가 뒤늦게 시험삼아 조금씩 보내고 있는 중.. 근데 아직 좀 힘들어 하기도 해서, 주 3일 정도 가다 말다 하고 있습니다. ㅎㅎ 그래도 집사람은 조금의 시간이 생긴 것만으로도 좀 숨을 돌리는 듯 하더군요. ^^;
    태어났을 때 생각하면 참 까마득한데, 어느 새 만 네 살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쨌거나 아이들은 쑥쑥 크네요. 오히려 쑥쑥 커가서 점점 품에서 멀어지는 게 아쉬워질 때도 오리라 생각합니다. ^^
    암튼지, 앞으로 아드님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쑥쑥 성장하길, 그리고 글쓰신 님도 본인의 삶을 좀 더 챙기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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