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스포)썬더볼츠 감독이 말하는 '그 캐릭터'

파업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촬영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다시 셧다운이 되면서 영화를 잠시 뒤로 물러나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됐어요. 파업이 끝난 뒤 다시 모여서 어떻게 하면 이 영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죠. 그리고 그때 느낀 건, 이 영화가 어딘가 좀 생명력이 부족하다는 거였어요.

그 장면을 그 시점에 하기로 한 결정은 여러 버전을 거쳐 매우 신중하게 내린 거였고요. 물론 좀 더 오랫동안 올가가 팀에 함께 있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 올가는 정말 훌륭한 배우거든요 — 그 죽음이 영화 후반부에 일어났다면 감정적으로 너무 큰 공간을 차지했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정말로 구축해야 할 분위기의 균형을 잡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 거고요.

우리에겐 옐레나와 밥 사이의 연결을 쌓아갈 수 있는 서사의 여유가 많지 않아요. 영화가 정말로 중심을 두고 있는 건 그 둘의 관계니까요. 그래서 이 팀을 형성해가는 과정과 영화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 좀 차갑게 느껴질지라도 — 그 일이 초반에 일어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어요.

영화 후반에 옐레나가 말하잖아요. “그녀는 힘든 삶을 살았어. 많은 사람을 죽였고, 결국 자신도 죽었지. 언젠가는 우리도 그렇게 될 거야.” 그 대사가 보여주듯이, 그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어요. 그들이 그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자신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그리고 시키는 대로, 명령받은 대로 움직이며 살아가는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요. 외롭고 어두운 세계에 존재하는 삶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