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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이 해주신 이야기



금요일에 처가댁 갔다가 서로 이야기 필 받아서 술마시면서 들은 얘기 해줄게
 
우리 장인이 겪은 일인데 워낙 허풍이 심하셔서 처음엔 믿지 않고 들었지.

하지만 끝까지 들은 후 진실인 걸 알았어...
 
난 그날 밤 밖으로 담배피러가지도 못했으니까...ㅠㅠ
 
이제 시작해 볼게...
 


장인은 어렸을 적에 조치원쪽에 살았대. 

내 와이프도 거기서 태어났다고 하더라고...그쪽이 뭐 친척들 모여사는 곳이래
 
근처에는 논밭 뿐이 없고 신기한 것은 기찻길 뿐이였데.
 
그래서 동네 또래 꼬마들은 기찻길 주위에서 만나서 놀았는데  어른들이 위험하니까 근처도 가지말라고 그랬대.
 
귀신이 나온다고 하고 누가 잡아간다고 하고 누가 기차에 치어서 죽었다고 하고 겁을 잔뜩 줬다나봐
 
갔다온 흔적이 있거나 걸리면 뒤지게 처맞았대.

일부러 동네꼬마들 보라고 길거리에서 때렸대.  

어른들의 암묵적인 조약이였나봐
 

근데 장인 어른은 가지말라니까 더 가고싶고 그러더래 

근데 어느날부터 가기가 싫더래 그 이유는 장인의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데.
 
남편이랑 자식들 버리고 도망을 간거지 너무 어린 나이에 충격이여서 일찍 철이 들었대. 엄마를 매일 원망하며 살았대.
 
기찻길도 흥미없고 노는것도 흥미 없더래. 

장인 어른이 6남매 중 둘째인데 큰누나랑 매일 공부만 했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중학생이 됐는데 옛날에 중학생이면 다 컸다고 생각했대. 

그래서 방도 따로 하나 만들어줬대 그래서 혼자 공부하며 나만의 공간을 즐기며 살고 있었대.
 
그때는 더이상 엄마 생각도 나질 않더래 어디선가 잘 살고있겠지...하며 원망도 안했대.


 
근데 어느날부터 새벽에 3시에서 4시쯤 기차소리가 들리더래 

그 기차가 지나갈 때 라인 이음새 밟으며 지나갈 때 철커덩 철커덩 소리나잖아
 
우리가 아는 기차 지나가는 소리..그게 매일 밤 새벽에 나더래.

그 다음날 일어나서 친구들이나 식구들에게 물어보면 자느라 못 들었다고 하고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더래. 

그래서 혼자 화물 나르는 기차인가 했대.

그 시간에는 사람 나르는 기차가 다닐 시간이 아니니까 화물 아침까지 나르려고 새벽에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대.
 
그 뒤로 계속 기차소리가 나면 나중에 시간 남으면 한번 보러가야지 생각하고 있었대. 

사람나르는 기차만 봤지 화물 나르는 것은 서있는 것만 보고 지나가는 것을 못봐서 궁금하더래.


 
그리고나서 며칠 뒤 토요일에 오늘은 기차소리나면 가봐야겠다하고 일찍 잤대. 

그리고 세시쯤에 일어나서 방바닥에 귀를 대고 있었대.
 
희미하게 기차소리가 들리길래 얼른 옷을 입고 나갔대.

거리는 한 1키로??정도 되는 거리인데 막 달려갔대. 

조치원역이 아니라 그냥 기찻길로 갔대.
 
그때는 울타리 담 그런거 없이 그냥 지나가는 기찻길이였대.

 
막 달려서 도착하니 아직도 도착은 안하고 저멀리서 소리만 들리더래 

점점 불빛이 보이고 가까이 오더래 기차가 앞을 지나가는데 놀랬대.
 
분명 화물기차인데 화물은 없고 사람들만 서있는 사람 앉아있는 사람 등등 화물기차위에 앉아서 타고 가더래
 
장인 어른은 돈없고 못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갈 때 타고 가나보다 했대.

속도는 사람 달리기 수준으로 지나가더래.
 
한참을 보면서 어디로 가는 걸까 저 사람들은...생각하고 있을 때 장인 어른 엄마가 보이더래.

 
눈을 의심하고 다시 보니까 엄마가 맞더래 

손을 흔들며 엄마 부르려고 하니까 엄마가 장인 어른을 먼저 보더니 빨리 집에 가라고 위험하다고 막 그러더래 

말소리는 잘 안들리는데 손직이나 입모양이 빨리 들어가 추워 위험하니 저리 가라고 하는 것 같더래
 
오랜만에 엄마를 봐서 너무 좋았대.

그리고 조치원역에 내려서 집으로 오는 기분이 들더래
 

아 이제 집에 돌아오시는구나 얼른 집에 가서 기다려야겠다 

내일 일어나면 엄마 와있어서 누나하고 동생들 깜짝 놀래겠지 하고 신나서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오셨대.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자는척하면서 엄마 발자국소리만 기다렸대.
 
엄마오시면 나도 방생겼다고 자랑해야지 하고 있을 때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래 

그래서 조용히 듣고있었는데 장인어른 아버지가 누구요? 그랬대.
 
그러자 들리는 목소리는 어떤 남자더래 그래서 나가봤더니 장인 어른 아버지가 들어가라고 화를 내더래 얼른 자라고
 
그래서 무서워서 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친척들이 다 와서 울고 있더래 

무슨일인가 봤더니 무슨 관도 있고 다들 울기만 하더래
 


그날부터 집은 초상집이 된거야.

장인 어른이 물어봤더니 엄마가 돌아가셔서 왔다고..장례식 해야한다고 하더래
 

집을 나가셔서 다른 집에 살림을 차리셨대.

어떤 남자랑 사는데 그 남자 자식들이랑 다같이 살았대. 근데 그남자가 암걸려죽었나 암튼 아파서 죽었대.
 
그러자 엄마는 찬밥신세로 자식들한테도 무시당하고 살다가 다들 일나가고 없을 때 목을 매고 자살을 하셨데
 
근데 그 자식들이 우리 엄마도 아니고 당신네 가족이니까 당신네들이 장례를 치뤄라하고 떠넘기고 간거래.
 

장인 어른은 두 번 놀랬대.


분명히 기차에서 봤는데...이건 뭘까...가족들이랑 친척들한테 그 말을 했는데 꿈을 꾼 거 아니냐며 무시하더래.
 
그렇게 장례가 끝나고 의아해하면서 살고있었대. 

정말 꿈일까? 아님 진짜일까? 아님 헛것을 본걸까...
 
너무 궁금해서 기차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대. 

과연 그런 화물기차도 있고 어디로 가는 기차이며 그런 관심을 가지며 공부를 했대.
 

엄마가 그때 타고있던 그 시간에 어디서 어디로 가는 기차일까 궁금해서 지금도 궁금하다고 하시더라고.
 
내가 귀신을 본 것일까...내가 그때 기찻길에 가지않았다면 안죽었을까? 

별별 생각을 하면서 기차에 관심을 가지며 공부를 했대...
 
결국엔 철도대학까지 가셨고...지금은 철도공사 소장님이시지.
 
이 얘기를 하시면서 옛날 생각 나시는지 눈가가 촉촉해지시더라고.

장모님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무섭다고하고 그래서 철도회사에 들어갔냐고 처음 알았다고 하시더라고.
 

근데 나는 와이프한테 자기 할머니 자살로 돌아가셨단 얘기는 들었거든.

그리고 장인 어른 첫 근무지가 조치원역이였던 것도 들었었지.




댓글
  • 이거실화냐 2017/12/08 14:03

    너무 슬프네요. 먹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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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지존 2017/12/08 16:51

    망자분들 태우고 가는 열차같은게 아니었을까요
    산자들의 기차시간과 겹치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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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지기]TOMMY 2017/12/08 19:42

    에고 먹먹한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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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트린넨 2017/12/09 13:10

    어머니의 따뜻한 품과 손길을
    나이가 들어서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먹먹하네요...
    전 개인적인건데
    여자분도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남자분들 우는모습이 더 가슴이 아프고
    불쌍해보이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어른분들...
    지금 생각해보니 딱한번
    저희 아버지의 우시는 모습을 보고
    그런 감정이 완전 박혀버렸나 싶기도 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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