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문서모음)
선생님, 그거...
[말 걸지 말아주세요.]
......
마스크팩 하십니까?
말 하면 주름 생길까봐?
(끄덕끄덕)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그거 하신다고 젋어질 거 같으세요?
선생님, 그거 아십니까? 동서고금 통틀어 불로불사는 모두가 바라는 소원 중 하나였죠.
죽음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 죽음 이후 자신이 잊혀지는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불로불사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죠.
혹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전성기의 끝을 보고 싶지 않고자 하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불로불사 그 자체를 추구했지만, 요즈음에는 그 개념이 안티에이징으로 변형되었죠.
어딘가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불로불사를 추구한다는 소문이 들리지만 그건 일단 넘어가고요...
그러니, 선생님께서 지금 하시는 마스크팩 또한 불로불사에서 비롯된 행위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오늘은 제가 아무리 말을 해도 선생님은 말을 못하시겠죠.
(끄덕끄덕)
오히려 더 잘 됐군요.
선생님, 이것도 알고 계십니까?
모름지기 무엇을 진정 좋아한다면 그 무언가가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그것 자체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것의 특정한 상태를 좋아하는 것이지요.
저는 선생님이 어떤 모습이어도 상관 없이 좋습니다.
지금 그 모습도 좋아하고,
좀 더 나이를 먹은 모습도 좋아하고,
전성기를 지나 노년을 바라본다 해도 좋아할거고,
마지막 함께하는 그 순간까지도 선생님을 사랑할겁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오랜 시간 동안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도 아름답지만.
저는 선생님이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습니다. 아니라면 답을 해주세요.
......
침묵은 긍정이라고 하죠,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니 다행입니다.
[ON]이라니...
제 스위치를 언제든 켜도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FOX 1,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
(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도리)
침묵은 긍정, 이렇게나 격렬하게 긍정하시다니.
종이와 펜을 든 후 NO라고 적었다고 한다
[ON]이라니...
제 스위치를 언제든 켜도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FOX 1,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어차피 어떤행동을 해도 긍정표현으로 생각할거잖니 시치도양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군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