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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향하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후회와 관련한 이야기

나는 사람들에게 후회한다는 말을 한적이 별로 없다.
왠지 후회한다고 하면 등신 취급 받을까봐서, 아니면 그런 얘기를 나에게 얘기한들
그게 내인생에 무슨의미냐는... 상대방의 공감어린 목소리에 섞인 알듯 말듯한
미묘한 표정을 보기 싫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를 만나고, 사귀고,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길때까지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기 때문에 단지 사람들에게 후회한다고 말을 안했을 뿐이지
사실 홀로 어두컴컴한 방에서 집중하지도 않은 TV를 보며 연거푸 술잔을 기울이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것을 내 스스로 부인할래야 부인할 수가 없다.
 
이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야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나마 정말 어설프게나마 알수 있는 사실이 뭔고 하니,
나이가 어려도 일찌감치 사회생활 하는 방법이나 사람을 보는 눈, 미래를 설계하고 자신의 인생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꾸며가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 하는 반면, 뭐가 어째됐건 그냥 인생을 되는대로 막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그 중간에 그럭저럭 딴에는 열심히 산다고는 하지만 지나고 보면 인생 엄청난 노력을 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산것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과 내가 그 중간에 있는 어중간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아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중간 축에도 못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후회할 일이 더 많은걸까?
되짚어 보면 후회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를 해야할 시간에 친구들과 연습장에 땅따먹기, 오목이나 했던 일들.
고민고민해서 진로를 결정해도 모자랄 판에 그저 성적에 맞춰 고3 담임이 정해준
학교, 학과가 언제끝날지도 모를 내 남은 인생의 전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일들.
대학와서 그저 남들이 다 한다니까 갈수있는 회사나 알아보고 발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관심 없덨던 내모습. 
그저 혈기왕성해 여자나 만나보려고 선배가 이끌고 간 그곳에서 너를 만났던 일.
평범했던.. 어느날과도 다를바 없었던 그날 너를 품에 안았던일.
내게 마저도 거짓말했던 너를 어떻게든 마음잡게 하겠다고 평일 대낮 회사도 안가고 경찰들과 뒷골목을 뒤지고 다녔던일.
그렇게 데려온 너를 집으로 보내지 못하고 갈 곳이없다는 이유로 우리집에서 지내게 했던일.
한밤중에 어머니가 나를 공터로 불러 다른건 다 좋으니 너와 결혼만은 하지 말아라 하셨을때
나는 너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거라고 평생 혼자살거라고 큰소리 치며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일.
신혼때 기억나지도 않는 이유로 너와 싸우고 이혼하네 마네 했을때 너에 입에서
아이가 생겼다고 해... 차마 아빠 없는 아이로 만들수 없다고 너에게 각서를 내밀며 먼저 용서를 구했던 일.
네가 두아이을 버려두고 집을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장인어른이 이혼하라고 했을때
그게 아버지로서, 할아버지로서 할말이냐고 따지지도 못했던 바보같은 내모습. 
마저 글로 다 적기도 힘들정도로 내인생에 후회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던것 같다.
 
이중에 하나라도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지금과 같았을까?
너랑 만나지 않았거나, 만났더라도 사귀지 않았거나, 사귀었더라도 결혼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수많은 결정들이 엮이고 엮여 결국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 이런일이 생긴걸까?
다 끝난 지금에 와서 계산해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마는...
 
 
 
어떤 과정이 됐든 너와 함께했던 그 긴시간의 기억이, 너와 나의 마지막이... 훗날 남아있을지도 불문명할
판사의 판결문... 제기랄 그 판사는 정작 너와 나의 이름은 커녕 그런 부부가 있었을지조차도 기억 못할테지만
그런 판사의 판결문 몇글자로 종지부가 찍힌다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게도 더 큰 후회의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조금만 더 생각하고 내 인생을 결정했더라면,
조금만 더 남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더라면,
조금만 더 참고 너에게 공감했더라면,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만큼
후회할 일이 내 앞에 닥쳤을까?
네가 떠난 1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도 빠짐없이
나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아마 이 후회는 죽을때까지 계속 되겠지.
 
너도 그럴까?
 
적당히 취기가 오른 지금 너와 함께했던 사진을 뒤적이며
목구멍을 따끔하게 하는 술보다 더 쓴 후회를 오늘도 곱씹어본다.
 
 
댓글
  • 고오급시계 2017/11/27 14:19

    다들 비슷하게 삽니다. 너무 자책 마세요.

    (9PMjaz)

  • 관장약 2017/11/27 14:54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일어나는 순간부터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죠. 5분만 더 잘까, 옷은 뭘 입을까, 지금 길은 막히는데 돌아갈까,
    매 순간 고민을 하고 매 순간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에 따라 내 일과가 바뀌고 더 나아가 내 인생이 바뀌죠.
    하지만 사람이란 항상 후회하죠.  "아 돌아와도 막히는데 그냥 아까 그 길로 갈걸.."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 후회한다고 하죠. 단지 그 후회의 크기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크키인지 그렇지 않은지의 차이죠.
    후회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고 가족들이 걱정 하는 모습을 보며 그것을 또 후회하고.. 하지만 가족들이 걱정하는것을
    자책하는 그 후회보다 지금의 후회가 더 상처가 깊기에 알면서도 위로를 받는 거 같아요.. 모든사람이..
    후회 에는 항상 미련 이란 거 따라붙는 거 같아요.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후회를 하는거 같거든요.
    그래서 만약 저라면 "혹시 같이 살았으면 더 후회하지 않았을까?" 를 생각을 해볼 거 같아요. 그렇게 냉정하게 생각 해본다면 스스로에게 약간의 위로는 될것도 같아요.. 후회라는 건 마음의 상처라 그 상처를 치유 하는 데는 시간 이란 약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꼭 잘 이겨내시길.^^ 화이팅 입니다.

    (9PMjaz)

  • 방탄소년단JIN 2017/11/27 15:11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내용이네요..
    저도 나이가 그리 많지않지만 후회만 가득한체 살아가고 있어요
    그럴때면 이노래를 꼭 다시 듣는데
    가사가 너무 와닿네요..
    우린 앞으로를 보며 살아가자나요 이제부터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바랍니다
    걱정말아요 그대 - 이적

    (9PMjaz)

  • 냥냥이냥냥 2017/11/27 16:56

    뒤를 돌아보고 후회할수 있기에 인간인 것이겠죠...
    저또한 돌아보면 후회로 점철된 날들인지라
    사소한 순간에도 결정을하고 선택을 해야하는 우리들 삶이 별반 다르지 않다 생각되네요
    부디 앞길에 건승이 깃들길 바라 봅니다

    (9PMjaz)

  • 새벽노을빛 2017/11/28 01:23

    이 곳에 올라 온, 올라 올 댓글들은 안타깝게도 당신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을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그 어떠한 위로의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것은 불 보듯 뻔하고, 이미 결말을 알고있는 영화같은 뻔한 위로들인것임은 반드시 확인하지 않더라도 예상은 충분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역시 뻔한 댓글을 달지만... 당신이 이 곳에 익명으로라도 자취를 남김으로써 무거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길 뿐이다.
    모쪼록, 희망을 잃지말기를 개인적으로나마 간절히 희망한다.

    (9PMjaz)

  • 불로미호 2017/11/28 01:55

    나는 정말 원글님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기 원하지만,
    다시 아내와 재결합하거나 그 여인을 불행에 빠트리는 그 어떤 행위도 하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9PMjaz)

(9PMj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