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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괴문서)갈매기들은 정면돌파를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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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1화 2화 3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오구리의 이 선언은 사실 안전핀을 뽑은 선언이었을 뿐, 징조 자체는 있었다. 어지간해선 타마모의 말을 대번에 쏙쏙 이해하던 어느 순간부터 이나리 원도 ‘어, 그, 그렇지?’하고 억지로 동의하는 모습이 슬슬 나왔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이상함을 감지해야 했다. 저 때 어떻게든 교정을 시도했으면, 오구리한테 저런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근데 이 이야기를 트레이너한테 했더니 글쎄….
“니도 그런 소리 들읏나?”
“‘니도’라는 뜻은 설마 또레나도?”
“와따, 이거 야단 났네.”
트레이너실에서 담당 트레이너와 전속 우마무스메는 각자 팔에 깍지를 낀 채 식은땀을 흘리며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음을 알아버렸다.
“또레나는 우예 알게됐노?”
“거, 선배들과 동기들이 ‘니 일본어 말하는 거 맞지? 뭔가 이상한데?’라고 하드만.”
“와, 스벌.”
듣는 것으로도 오한이 이는 상황에 타마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덜덜 떠는 그녀를 슬쩍 본 트레이너는 조용히 질문을 건넸다.
“타마, 니는?”
“오구리가 ‘니 말 못 알아듣겠다’라 카대.”
“갸가 그리 말할 정도면 보통 심각한 게 아인데.”
“글체?”
머리를 맞댄 사제는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여 똑같은 말을 동시에 내뱉었다.
“조졌네.”
“조졌구마.”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일본어와 한국어가 자연스레 섞인 것이 한 스푼. 거기에 간사이 사투리와 부산 사투리까지 뒤섞인 게 두 스푼. 이러니 주변 사람들이 뭐 제대로 알아들으면 슬슬 기적인 수준이었다. 매우 친밀한 이들은 되어야 말의 중간중간 들려오는 단어들을 통해 유추하여 소통이 가능한 수준이었지.
“이거 우째야 좋을꼬, 또레나.”
“으음.”
이런 부작용은 솔직히 트레이너도 상정하지 못한 것이었기에 타마모 크로스의 말에 고뇌가 가득 담긴 침음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가 생각한 최악의 부작용은 그의 담당이 한국어를 부산 사투리로 배워서 훗날 한국 가서 한국어랍시고 ‘아따 반갑습니데이, 말딸 타마모 크로스입니더!’하고 악수 방방하며 인사하는 정도였지 이런 게 아니었으니까.
당장 그 자신까지 영향받아서 한국어랑 일본어가 뒤죽박죽 섞인 이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러던 중 문득 무언가 의문이 든 트레이너는 담당에게 물었다.
“음? 잠만, 타마 니 동생들과는 말 통하는 데 문제 없드나?”
“갸들과는 뭐 문제없제. 오히려 따라 하는 거 같던데?”
“그렇단 말이제…?”
이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들과는 이야기가 그럭저럭 잘 통한다, 라….
“뭐꼬, 뭔가 꿍꿍이가 있는 면상인데.”
“꿍꿍이? 아니다, 정면돌파한다.”
“엥?”
깍지를 낀 손을 내린 그의 눈에는 비장미까지 느껴졌다.
“우린 이대로 간다.”
“그게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고, 딴 애들이 못 알아먹는 다니께!”
기가 막히는지 타마모가 테이블을 쾅, 내리치면서 외치자, 트레이너가 되물었다.
“그래서 오구리랑 이나리, 크릭이 니 말을 완전히 이해를 못 하드나?”
“어, 그건 아니제?”
“그러니 이대로 간다. 어차피 공적인 건 서류로 해결하고, LANE으로도 소통하지 않드나.”
“와 씨, 개쌉소리인데 설득력이 넘치는 게 어이가 읎네.”
어질어질한지 하얀 번개가 이마를 짚는 와중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말투가 뒤섞여버린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대충 더 악화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하, 쓰벌. 그거 때문에 우리 말투가 이 꼬라지가 난 거구먼.”
“뭐꼬. 이유를 찾았나?”
담당의 말에 그는 지체않고 답했다.
“우리 한국 야구 심심하면 봤다 아이가.”
“아, 글체.”
“내는 글다 치고 니도 자막 없이 그냥 술술 봤고.”
“것도 글체.”
“그럼 일본어랑 한국어랑 뒤섞이는게 당연하지 않긋나. 뭐, 사투리 문제는 내 때문이겠지만.”
“아.”
그제야 퍼즐이 풀린 듯, 타마모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고놈의 빠따질은 도움되는게 없다카이. 이기지도 못하믄서 말투까지 조사버렸네.”
“아무래도 당분간은 한국 야구 같이 보는 건 그만두자. 뭐 자이언츠가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트레이너의 말을 들으니, 뭔가 그럴싸했다.
하긴 자이언츠 이름 붙은 일본팀도 그들이 응원 중이지 않던가. 그걸 보면 말투도 다시 차차 원상 복구되겠지.
“그러고 보니 오늘 고놈들 경기하네. 온 김에 같이 봐도 되긋나, 또레나.”
“뭐, 그럴까. 냉장고에서 음료수 가온나.”
“팝콘은?”
“것도 빠지면 섭하제.”
그렇게 야구로 이어진 이야기의 흐름은 다시금 그들을 일상으로 돌려놨다.
그래 보였다.

‘따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악!”
“또레나, 정신 차리라!”
“개같은 자이언츠! 자이언츠 이름 붙은 새끼들은 하나같이 ㅂㅅ인 걸 왜! 끄아아아악!”
역대급 패배를 이날 경기에서 보고 트레이너가 뒷목 잡고 쓰러져 버리기 전까지는.
아무튼 오늘의 트레센도 평화로웠다.






이 대사 꼭 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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