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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엄마 말 좀 들어서 사냥 좀 자제해라."

승천황태후.PNG

 

 드라마 , 와병중인 승천황태후와 간병중인 성종. 

 

 

통화 15년(997년) 8월 정유일, 거란의 황제, 성종(聖宗) 야율융서(耶律隆緒)는 평지송림에서 사냥을 하였다.1 그런데 이 사냥에 대해, 거란의 황태후이자 섭정이던 승천황태후는 지금까지 성종의 사냥이나 다른 여흥에 대해 별 다른 말을 하지 않던 기존의 태도를 바꾸어 상당히 강경한 어조로 비판하는 동시에 경고했다. 해당 경고는 다음과 같다.
"옛 성인의 말씀에 하고 싶은 것이라 하여 멋대로 해선 안된다 하셨소.(欲不可縱)2 나의 아들(인 그대가) 이미 천하의 주인이건만 말을 달리며 사냥을 하다가 만일 그 말의 재갈과 굴레에 변고가 있기라도 하면 나로서는 근심을 피할 수 없으니, 그를 심히 경계하는 바요!" (前聖有言:欲不可縱。吾兒為天下主,馳騁田獵,萬一有銜橛之變,適遣予憂。其深戒之!) -『요사』 권 13 본기 13 성종본기 4권 통화 15년 8월 정유.
전체적으로, 승천태후의 발언은 황제인 성종이 함부로 말을 달리며 사냥을 하다가 그 와중에 불의의 사고라도 당하게 되어 부상을 입거나 혹은 아예 죽음에 까지 이르게 되면 모후이자 거란의 섭정인 자신으로서는 크나 큰 걱정거리이니만큼 함부로 험한 사냥을 행하지 말라는 만류였다.
이전까지 태후는 성종의 사냥에 대해 딱히 만류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애시당초 거란의 황제의 삶에 있어서 사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던 것을 생각해 보자면3 적정선에서의 사냥은 크게 만류할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성종이 격구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태후가 걱정을 할 것이라 시사하는 상소가 올라오기도 했으나(통화 7년 4월 갑자일의 마득신의 상소), 격구와 사냥의 치열함은 다르기도 한데다 승천태후 본인이 직접 만류한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태후는 이 시점, 즉 997년에 이르러서는 성종에게 사냥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자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단순히 당시 사냥에 임한 성종이 무척이나 격렬하게 사냥에 임했기에 태후로서 걱정의 기미를 내비쳤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상황을 본다면 태후가 성종에게 사냥을 자중할 것을 권한 것은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야율융서5.PNG

 

 "사냥을... 자제하라고...?"

 

 

태후의 경고는 아마도 당시가 성종의 여동생, 월국공주(越國公主)가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에 이루어진 것일 탓이 크다.


월국공주는 본래 와병하고 있던 와중에 자신의 남편인 부마 소항덕(蕭恒德, 소손녕)의 불륜에 대한 홧병이 합병으로 겹쳐 죽었다. 월국공주가 정확히 어느 시점에 죽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동해 7월 고려에서 사신으로 한언경(韓彦卿)을 파견하여 부의를 전하고 월국공주의 상에 조문한 것으로 보건대4, 당시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딸이자 황제의 동생인 월국공주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종이 사냥에 임하자, 태후는 이에 대해 걱정을 품었을 가능성이 크다. 딸이 얼마 전에 죽었으니 만큼, 자신의 아들 역시 언제고 자신의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심리가 들기에 충분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사냥이란 낙마하는 사고나 짐승에게 들이받혀 상해를 입는 등의 사고가 일어나기에 충분한 행위이다 보니 더더욱 걱정이 커졌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승천태후의 성종에 대한 언질에도 역시 사고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는 점에서 확인된다.


이미 이 이전에도 승천태후는 낙마로 인한 사고로 자신에게 가까운 이가 다칠 뻔한 상황을 목격한 바가 존재했다. 988년 남경 행차 당시 격국에서 한덕양(韓德讓)이 호리실(胡里室)과 부딪혀 말에서 떨어진 사고가 그것이다.5 이런 것을 직접 목도한 바가 있던 만큼, 더더욱 걱정이 컸을 것이다.


특히, 월국공주가 소항덕의 불륜 이전에 와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냥에서 입은 부상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본래  『요사』 소필적 열전과의 추합을 통해 살펴 보자면 월국공주가 와병하게 된 연유는 아들 소필적을 낳은 이후의 후유증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탓으로 보여진다. 소필적 열전에 부모가 모두 소필적이 태어난 지 1달이 안되어 죽었다는 기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6 이를 참조하자면 월국공주는 소필적을 낳은 뒤 와병을 하였고 , 이 때 소항덕이 그녀를 간호하기 위해 파견된 궁인 현석과 간통을 저질렀으며, 이에 충격을 받은 월국공주가 본래의 후유증에 홧병이 합병되어 숨을 거두었다고 추론된다.


하지만  『속자치통감장편』에서는,  송에 투항한 공봉관 이신이 말하길 월국공주가 사냥 도중에 사슴에게 받혀 부상을 입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는 기록이 살펴진다.7 


이신의 공술과 요사의 기록의 대치에 대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거론할 수 있다. 거란 황실의 부정을 감추고자 일부러 소항덕의 처형 이유로 다른 이유를 관료들에게 공지했다는 것. 실제로는 공주가 와병하게 된 연유가 아들 필적의 출산 때문이 아니라 사냥 도중에 일어난 사고 때문이었다는 것8 , 아니면 와전된 소문을 이신이 송 조정에 잘못 전달했다는 것등의 사유가 바로 그 것이다. 


물론 당시 송에 투신한 이신의 공술을 모두 신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란 황실 내에서 사냥 도중에 불상사가 일어났다는 이야기 자체는, 진실일 가능성 자체는 충분히 있다고 보여진다. 그 대상이 월국공주로 와전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월국공주가 부상의 대상자인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러한 '사냥 도중의 부상 사건'이 실제로 존재했던 일이라면 승천황태후는 본 사건으로 인해 성종의 사냥에 대해 더욱 큰 염려를 품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냥으로 인한 사고가 이미 발생한 만큼, 자신의 아들 역시도 그런 사고로 요절할 수 있을 것이 걱정되었을 것이다.


승천황태후의 조언에 대해 성종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기록에 명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 승천황태후의 권위가 매우 강했으며, 성종 역시도 모친을 지극히 여겼던 것을 생각해 보자면 해당 조언은 곧 성종에게 수용되었으리라 여긴다.

 

환궁.PNG

 

"내 생각이 짧았다. 얼마 전에 여동생이 죽은 것을 감안치 않았구나. 아니 그렇소. 소배압 공. 그대의 동생 때문에 내 여동생이 죽게 되었는데 말이오."

 

"... ... ...죄송합니다."

 

"허허.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보시오."

 

"...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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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요사』 권 13 본기 13 성종본기 4권 통화 15년 8월 정유.

2.『예기』에 나오는 傲不可長 欲不可從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여기서 언급되는 성인은 공자(孔子)를 지칭한다고 보여진다. 당시 거란의 유학 수준은 상당히 발전한 수준이었고, .『예기』 역시도 읽혀지고 있었으므로 무리 하지 않다. (예시로 철려의 나사에게 유학 경전을 하사할 때에 『예기』 역시 포함이 되어 있었다. .『요사』 권 15 본기 15 성종본기 6권 개태 원년 8월 ㅂㅅ.

3.이에 대해서는 나영남, 「遼代 四時捺鉢의 起源과 影響」, 『인문과학연구』 34집, 덕성여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22 참조.

4.『요사』 권 13 본기 13 성종본기 4권 통화 15년 7월 병자. 

5.『요사』 권 12 본기 12 성종본기 3권 통화 6년 4월 정유일.

6.『요사』 권88 열전 18 소필적 열전. 生未月,父母俱死,育於禁掖.

7.李焘, 『續資治通鑑長編』 권55, 함평 6년 7월 己酉. 次曰延壽奴,年二十七,適悖野母弟肯頭。延壽奴出獵,為鹿所觸死,蕭氏即縊殺肯頭以殉葬。

8.이에 대해 소필적이 월국공주 소생이 아닐 가능성을 거론할 수도 있을 것이나, 소필적 열전의 필적의 행적을 보면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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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작성. 추천 주면 감사.

댓글
  • 죄수번호-745705044 2025/03/03 17:36

    ㅊㅊㅊㅊㅊㅊㅊ

    (GjwtyO)

  • 방사선학과안성민교수 2025/03/03 17:36

    시슴을 조심하시오

    (GjwtyO)

(Gjwt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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