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님, 마약의 요정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 마약의 요정? "
예! 마약의 요정 말입니다.
" 허? 그게 도대체 뭐야? "
아니, 그러니까 나왔답니다 그게! 무엇이든 단 하나, 평소 꿈꾸던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말입니다. 김선생님은 요정 모르십니까 요정? 동화에 나오는 요정 말입니다.
" 요정이 뭔지는 아는데. 무슨, 마약의 요정이란 건 뭐야? 마약이랑 요정이 어울려? "
허~ 선생님 의외로 모르는 말씀을 하시네. 요정이라는 건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진 것들에 생기는 겁니다. 인류 최초의 마약이 기원전 4,000년 전인 건 아십니까? 게다가, 요정이 가장 좋아하는 순수! 마약에 취하면 인간이 어떻게 됩니까? 원초적으로 순수해지지 않습니까! 그럴만한 세월과 그럴만한 조건이 마약에 있는 겁니다.
" 거참.. "
뭐 아무튼 그래서, 마약의 요정을 만나면 평생 진실로 원하던 소원을 현실로 이루어 준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하와이 해변의 술집 주인이 되신 분도 계시고, 꿈꾸던 연예인과 매일 밤을 보내는 분도 계신답니다. 어휴~ 만약 제가 소원을 빈다면...하하!
아무튼, 최근 저는 마약의 요정을 만나기 위해서 계속 마약을 한 겁니다. 마약의 요정은 마약에 취한 사람에게만 나타난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 알만하군. 결국, 마약으로 인해 환각을 본다는 이야기 아니야? 요정은 무슨~! 소문을 듣고 마약을 한 사람들이야 계속 요정을 생각하니까 그런 게 보이는 거겠지. "
그 무슨 말씀을! 아니 그럼, 요정을 봤다던 사람들의 증언이 모두 일치하는 건 어떻게 설명합니까? 저마다 똑같이 생긴 환상을 봤단 말입니까? 마약의 요정은 정말로 존재합니다!
" 하 무슨,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세상에 마약의 요정 같은 게 어디 있- "
아아아아! 듣기 싫습니다! 부정 탑니다! 아아아아!
" 얼씨구? "
강남에 팔선녀 아시죠? 유명인사들만 받는다는 그 영험하신 분 말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좀 아는 분인데, 그분도 마약의 요정을 인정했습니다.
사람이 마약에 취하면, 순간적으로 갑자기 관상이 바뀐다고 말입니다. 사람의 관상이 바뀐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습니까? 첨 듣지요?
그러니까 제 앞에서 괜히 부정 탈 만한 이야기는 말아주시길!
" 참 나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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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박종길이 그 양반이 글쎄, 마약의 요정을 만났답니다!
" 뭐? "
그 양반 요즘 안 보이죠? 지금 고향에 내려가서 낚싯배 하고 있잖습니까! 배 가격만 수억은 할 텐데, 그걸 어떻게 구했겠습니까? 다 마약의 요정 덕분이죠!
" 거 무슨 말도 안 되는.. "
진짜라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그 약쟁이 양반이 왜 갑자기 안 보이겠습니까? 김선생님이 보기에 그 약쟁이가 약 끊을 수 있어요?
" 음.. "
못 믿으시겠으면 그 양반 SNS 들어가 보세요. 아주 부시리에 참돔에 매일 같이 낚아 올리는데~, 부럽습니다 정말. 어휴~ 나도 빨리 마약의 요정을 만나야 할 텐데.
그 양반이야 소원이 소박했지만, 저는 그릇이 다르거든요. 흐흐. 마약에 취한 상태라 자신할 순 없겠지만, 분명 저는 비교도 안 되는 소원을 빌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런 욕망이 있는 놈이니까 말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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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때요? 마약의 요정 나왔다는 이야기 좀 들립니까?
" ...근데 그게 정말이야? "
아이구, 저번에는 영 못 믿는 눈치시던데, 이젠 좀 믿기시는 얼굴입니다?
" 소문을 듣고 마약을 시작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어. 정말 마약의 요정이란 게 있는 거야? "
당연하죠! 그러니까 소문이 그렇게 도는 거지. 아무리 마약을 많이 해도, 마약의 요정만 만나면 마약 끊는 건 일도 아니라잖아요? 그러니까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하는 겁니다.
" 허 참, 아무리 생각해도.. "
홍마담 요즘 안 보이지요?
" 홍마담? 아, 맞어. "
지금 유럽 갔잖습니까.
" 뭐? "
듣기로는 마약의 요정을 만나서 소원 빌고, 유럽 어디에서 호텔 운영하고 있다더군요. 말 그대로 새 인생 대박으로 사는 거죠. 마약으로 망가지기 전에 그렸던 꿈의 인생을 말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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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김선생님 오랜만입니다! 한 보름 됐나? 하하
" 아니? 최무정이 너...! "
흐흐흐. 놀라지 마십쇼. 저, 만났습니다. 마약의 요정 말입니다.
" 뭐? "
저번에 말입니다. 진짜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한 번에 마약을 왕창 투약했는데, 해롱해롱 하다가 마약의 요정을 만났지 뭡니까?
마약의 요정은 정말로 듣던 그대로였습니다. 무슨 소원이든 하나를 들어준다더군요. 그래서 저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실은, 불로불사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욕망이 그렇게 소박할 줄은 몰랐습니다. 말하기 좀 민망하지만,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는 정말 원초적으로 원하던 소원을 빌게 되더군요. 흐흐흐.
20살 어린 예쁘고 착한 아내를 얻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 허? "
제 아내는 지금 밖에 있습니다. 웨딩드레스 보러 가는 길에 김선생님이 생각나서 한번 들렀습니다. 아마 오시진 않겠지만, 그래도 청첩장은 예의상 드리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하하.
" ... "
이제 저도 꿈에 그리던 새 인생을 살 겁니다. 다행히 소문대로 마약의 요정을 만나고 나니까 마약을 후유증 없이 깔끔하게 끊을 수 있더군요. 어떻습니까, 안색이 좋아 보이나요? 전혀 약쟁이처럼 안 보이죠?
" 으음.. "
아 이런, 어린 아내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수가 없군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마 다시 찾아올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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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서의 휴게실.
두 명의 형사가 짜장면을 먹으며 대화했다.
" 아참 형님, 마약 자판기 김선생 말이야. 그 새끼 잡혀 왔다면서? 그 빼꼼이를 어떻게 잡았대? "
" 나도 그게 이상해. 김선생 그 새끼가 아주 마약 폐인이 되어 있었다더라. 그래서 잡았다는군. "
" 뭐? 마약 유통하는 새끼가 마약에 중독이 왜 됐대? 거 희한한 놈일세. "
" 몰라. 잘됐지. 그 새끼 때문에 폐인 된 사람들이 한 둘이냐? 지도 똑같이 당해봐야지. "
요정과 마약은 정말 안 어울리지 않을까? 란 생각으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흐하;
제 이야기가 정말 몇 분에게라도, 몇 분의 시간이라도 즐거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행복하세요!
소오오오오름 돋는 이야기네요
저는 최무정이 김남우 골로 보내려고 마약의 요정이 있다고 거짓말한거로 이해했는뎁...
그 와중에 강남 팔선녀에서 터짐ㅋㅋㅋㅋㅋㅋㅋ
어 저도 최무정이 일부러 김(남우) 선생 걸려들라고 덫을 놓은 줄 알았어요!ㅋㅋ
그런데 보니까 최무정이 경찰이나 형사쪽 스파이도 아닌 것 같고..
아니면 마약 유통하면서 김선생도 마약에 손을 대면서 환각을 봤나 생각도 했어요. ㅋ
최무정이 와서 다른 사람들이 요정한테 소원 빌고 잘된 얘기 하고, 나중에 자기도 어린 아내 얻었다고 자랑하고 이러는 게 다 김선생 환각이었나 생각한..ㅋ
근데 그건 환각증세라기보단 다중인격에 가깝겠네요ㅋㅋ 그리고 애초 의도가 남 부러울 거 없는 사람이 요정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에게 질투를 느껴 결국 자기가 거래하는 마약에 손 대게 하는 거였다고 하시니..ㅋ
그런데 최무정이 김선생에게 계속 와서 저런 이야기들을 해 준 의도가 뭘까요?
그 요즘 잘 풀려서 안 보인다던 사람들은 실제로는 폐인 됐다는 사람들이겠죠?ㅋ
암튼 저도 김선생이 처음엔 안 믿다가 나중엔 설마설마하다가, 어린 '아내'에서 왠지 김선생도 미쳐갖고 막 흡입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 솔직히 어리고 예쁜 여자들과 접대라던가 가벼운 일회성 만남은 돈이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아내'는 사랑으로만 얻을 수 있는 거고..
아무리 돈 보고 결혼해서 젊은 남자들이랑 바람 피우고, 영감남편 곧 골로 가길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지만..ㅋ 그런 결심 하는 여잔 흔치 않고, 막상 자기한테는 찾아오지 않았겠죠.
최무정이 늘 찾아와서 누구는 연예인이랑 매일 밤을 보내네, 누군 해외에서 가게를 하네, 호텔을 하네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설마설마 하다가 마침내는 본인 '경험담(?)'까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밖에서' 어린 아내까지 떡하니 기다리고 있다니 확 돌았나보네요. ㅋㅋ 뭔가 제3자가 보거나, 본인도 돌이켜 보면 믿는 게 바보인데 그 당시엔 감쪽같이 넘어가게 되는 그런 거짓말이나 사기를 연상시키기도 하고..ㅎㅎ
암튼 넘 재밌어요!! 최무정은 과연 누구일까에 대한 묘한 의문과 함께 남는 여운도 좋고요..ㅋ
아 이걸 뒷 이야기를 안 써서 해석의 여지가 없네요.
최무정을 중심으로, 마약 때문에 자신or사랑하는 사람들이 폐인이 된 사람들이 모여서 김선생에게 복수를 하려고 꾸민 것이다! 가 제 머릿속 이야기였는데..
제가 어디서 실수했나봐요; 어이쿠..무슨 정신으로 쓴 거야 이걸!
남아있는 사람들 거짓말 한거고 요정을 보고 없어진 사람은 마약중독으로 죽었겠죠 저 마약자판기에게 복수하고 위해서...
우와 살인과 형사 기대되네요!
전 이번 이야기 복날님 잘된 소설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다 재밌지만 특히 더 재밌는 것들 중에요~
하나하나 다 설명해 주셔도 좋지만, 요즘은 영화도 안 그런 경우 많잖아요. 이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싶을 정도면 그건 좀 난해하고 완성도가 떨어진다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다 이해한 상태에서 사소한 디테일에 대한 부분은 보는 사람 상상력에 맡기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개취긴 한데, 전 '진부한' 거 좋아하고, 다 '떠먹여 주는' 걸 약간 더 선호하긴 하지만 요즘은 그런 기법이 좀 도태된 것 같더라고요 영화들 보면서도 느끼지만..ㅋ
그나저나 제가 십여 년 전 어느 날 탔던 택시를 운전하셨던 기사님도 뜬금없이 요정 타령하셨는데.. 첨엔 뻘농담 하시는 줄 알았는데 진지했고, 내용이 약간 소설에 나오는 요정 설명 비슷했어서 급 소름이네요. ㄷㄷ '전통적으로 오래된' 어쩌구, 그리고 실존한다고 철석같이 믿던.. 허허~ 그냥 안 건드리는 게 상책이겠다 싶어서 대충 장단 맞춰드리면서 웃었는데, '비웃듯이 웃는 게 기분이 나쁘다'며 정색을;; 수업 늦어서 택시 탄 거였는데, '아가씨도 별 거 없어 보이는데, 대학 좀 다닌다고 그렇게 사람 우습게 보고 비웃는 거 아니라'고 가만히 있던 사람한테 별 치욕을 다 주데요ㅋㅋ
지금 같으면 좀 더 노련하게 대처를 했겠지만, 저땐 어렸어서 무섭고 기분 더럽고 유리멘탈 깨졌던ㅋㅋ
기막혀서 잊혀지지도 않네요. ㅋㅋ 소설 속 최무정은 페이크지만, 저 아저씬 진짜 약쟁이었나 싶어서 급 소름돋고 추억돋기까지 하네요. ㅎㅎ
어쩜 마약과 요정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는..ㅋ
저는 첫번째 얘기를 들었을때부터 마약을시작했다고 봤어요 ㅋㅋㅋㅋ저모든대화가 환각인걸로 ㅋㅋㅋㅋ 열린결말으로생각할래요